2
부산메디클럽

[감성터치] 우정을 중심에 놓은 삶이란 /임규찬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7-28 19:18:16
  •  |   본지 2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우정을 중심에 놓을 때에야 삶이 원활해진다. 우리 안에는 우리를 이끌고 가는 힘이 있다. 그 힘으로 인해 성취하거나, 혹은 추해진다. 이윤기 작가는 그리스로마신화에서 ‘아무래도 인류의 한 갈래로서의 우리 안으로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강이 흐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신화는 원초적인 것에 닿아 있기에 여전히 막강하다.

돈을 중심에 놓는 삶은 보편적이다. 돈에 대한 이기심은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삶의 형태다. 돈은 불행 아래 더 큰 불행, 더 큰 불행 아래 극심한 불행으로 빠지기 십상인 삶을 방어하는 최고의 수단이다. 권력을 중심에 두는 삶 또한 낯설지 않다. 권력은 현실적으로는, 설득과 협상과 말의 힘을 높이고 다른 필요를 충족시키는 교환가치로서의 힘을 지니고 있다. 심리적으로는 자신감의 원천이다. 인정욕망의 추구도 당연하다. 인정욕망은 생존에 결정적인 요인이었기에 지금 우리에게까지 이토록 강렬하게 남은 것이 아닐까. 톨스토이조차 가장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허영 즉 인정욕망이라 하지 않았던가. 자랑을 들어줄 사람이 없는 사람만큼 불행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든 사진으로 남으려 한다.

돈과 권력, 인정욕망은 정당하다. 죄가 없다. 오히려 돈과 권력과 인정욕망을 추구하지 않는 삶이 비정상일 것이다. 그러나 돈과 권력과 인정욕망의 성취는 예외적인 경우다. 성취는 여러 조건이 하나의 시공간에서 만나야만 가능하다. 그러기에 제갈공명은 일을 도모하는 것은 사람이지만, 성취시키는 것은 하늘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실패와 좌절은 특별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 시간을 견뎌야 하는 사람의 고통은 특별한 것이다.

실패와 좌절에도 불구하고 우리 안에서 우리를 움직이는 힘은 작동을 멈추지 않는다. 다리를 절단했음에도 다리의 통증을 여전히 느끼는 것처럼 욕망의 강은 흐름을 멈추지 않는다. 성찰적 이성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새 낯선 시간, 낯선 곳에서 자신의 얼굴, 젊은 시절 혐오했던 그 얼굴과 마주할 수밖에 없다.

우정을 중심에 가져다 둔 삶을 생각해본다. 괴테가 파우스트에서 말한 삶의 원천으로써의 우정(우리는 삶의 시냇물을 그리워하고/ 아아! 삶의 원천을 그리워하게 되는구나). 나이와 남녀를 경계로 삼지 않는 우정.

우정은 좋은 구조를 만든다. 좋은 의도와 원인은 좋은 구조를 만나야만 좋은 결과로 귀결된다. 불교는 중국으로 들어감으로써, 기독교는 로마제국으로 들어감으로써, 이슬람은 오스만제국으로 들어감으로써 세계 종교가 되었다. 좋은 의도와 원인은 희귀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좋은 의도와 원인은 그것을 받아줄 좋은 구조가 없기에 대부분 흔적 없이 사라진다. 좋은 구조는 도시의 차원으로 확장해 볼 수도 있다. 좋은 구조가 없다면 호혜주의에 입각하고 잘 디자인된 정책이라도 실행되지 못한다. 관행에서 벗어나는 일 혹은 귀찮은 일 정도로 치부될 뿐이다. 쇠퇴에 저항하지 못하는 것은 좋은 구조가 없기 때문이다.

우정은 좋은 사건을 만든다. 인간의 삶에서 의지가 개입하는 부분은 사건의 초기 국면이다. 어느 단계를 넘어서부터는 사건이 삶을 이끈다. 좋은 사건은 좋은 곳으로, 나쁜 사건은 나쁜 곳으로 데려다 놓을 것이다. 우정은 타인의 불행으로부터 행복감을 느끼지 않는다. 우리 안에는 저승을 흐르는 여신 스틱스와 지혜의 신 팔라스 사이에서 태어난 질투의 여신 젤로스(ZEIOS)가 도사리고 있다. 타인의 행복으로부터 불행을, 타인의 불행으로부터 위안과 행복을 얻는다. 우정은 귀가 순해지는 것이다. 비난과 새로운 말에 얼굴을 붉히지 않는다. 우정은 애환을 말하는 것이다. 때로 고약한 일들을 하는 세상을 욕하며 연민을 함께하는 것이다. 우정은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주고받는 대화다. 우정은 소통이라는 거짓 개념을 쫓아가지 않는다. 상호 침투한다. 우정 어린 대화는 말이 독점되지 않는다. 그리하여 우정은 잔을 부딪치고, 깔깔거리고, 쑥덕쑥덕하고, 눈감아 주는 것이다. 우리 부산과 부산 사람에게 원래 깃들어 있는 것, 삶의 원천, 우정을 중심에 놓은 삶은, 근사하다. 지역적이면서 세계적이다.

작가·칼럼니스트·도서출판 함향 대표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이 대통령, 부캉이 보러 북항 방문…전재수 ‘돔 아레나’ 건의
  2. 2중리해변 흉물 알박기 텐트, 민원 쏟아져도 시늉뿐인 단속
  3. 3조용히 작품의 중심 잡아주던 사람…‘영원한 별’ 안성기 추억하다
  4. 4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5. 5市 기관장 하세월 임명절차…청문 통과해도 공백
  6. 6이헌승 “국제신문 100억대 체임 구속사유”…장관 “엄정 대응”
  7. 7“북극항로 가능성, 시범운항서 확인”(종합)
  8. 8[속보]부산시, 퐁피두 분관·라 스칼라 초청공연 추진 안 해
  9. 9공공기관 이전 연내 발표…“산은·금감원 반드시 부산 와야”
  10. 10[사설] 비타민이라 속여 주사맞혔나…진실 규명 시급하다
  1. 1이 대통령, 부캉이 보러 북항 방문…전재수 ‘돔 아레나’ 건의
  2. 2이헌승 “국제신문 100억대 체임 구속사유”…장관 “엄정 대응”
  3. 3“북극항로 가능성, 시범운항서 확인”(종합)
  4. 4김민석, 주진우 겨냥 “막말 땐 자격 정지 추진”
  5. 5李대통령 “늘어난 청소년 자살률…학업문제 등 강력한 대책 찾아야”
  6. 6KTX·SRT 통합, 이재용·최태원 증인채택 두고 여야 신경전
  7. 7與, 신천지 가입 정황 확인…후속 조치 주목(종합)
  8. 8강경화 “한미 협의 쉽지 않아” 시인…국힘 “정부, 혈맥 막혔는데 뭐하나”(종합)
  9. 9“부산 情 담은 뮤지컬 ‘당신만이’를 관광 콘텐츠로”
  10. 10[속보] 김민석 “신천지 신도들 당원 집단 가입 확인…조직적 경선 개입 관련 증언도 있다”
  1. 1市 기관장 하세월 임명절차…청문 통과해도 공백
  2. 2공공기관 이전 연내 발표…“산은·금감원 반드시 부산 와야”
  3. 3닻 올린 HMM 부산시대…5년간 15조·2만 명 고용 효과
  4. 4해양·파생특화 넘어 디지털금융으로…부산 금융도시 고도화
  5. 5해수장관 “내년 북극 시범운항 車운반선 등 확대”(종합)
  6. 6반도체주 추락에 5%대 급락…코스피 간신히 6000선 방어(종합)
  7. 7고리 3·4호기 계속운전 심사 개시…사고관리계획서도 상정(종합)
  8. 8광고산업 수도권 집중 심화…“지역업체 살려야”
  9. 9주가지수- 2026년 10월 13일
  10. 10K-뷰티에 AI 입힌다…서울 홍대·부산 서면에 '가상체험' 공간
  1. 1중리해변 흉물 알박기 텐트, 민원 쏟아져도 시늉뿐인 단속
  2. 2[속보]부산시, 퐁피두 분관·라 스칼라 초청공연 추진 안 해
  3. 3인천 대형마트 상가 50대 남성 흉기 난동…1명 심정지·7명 부상(종합)
  4. 4울산 울주군 화학제품 제조업체서 불, 대응 1단계 인력 200명 동원 진화중
  5. 5동명대 스마트해양, 신라대 AI웰라이프, 고신대 AI헬스케어
  6. 6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4일
  7. 7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87> 배우 강석우
  8. 8정신건강복지법 개정 갈등 심화…부산지역 심리학과 등 시국선언
  9. 9출처불명 선박 ‘뒷기름’ 40억 원어치 유통업자 집유 2년
  10. 10부산외고 학생들, 독립운동가 후손 초청 감사제
  1. 1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2. 2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3. 3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4. 4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5. 5프로야구 한화, 신임 사령탑으로 류지현 국가대표 감독과 계약
  6. 6HJ重·동부건설, 소외층·골프 꿈나무에 3000만원 기부
  7. 7어깨 부상 김우민, 수술 대신 재활로
  8. 8최동원 어린이 야구교실, 출범 11년 만에 프로선수 배출
  9. 9롯데, 신인 전원 계약…유망주 박근서 3억에
  10. 10차준환, 이번 시즌 국가대표·대회 출전 중단…서울시청과도 결별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국제칼럼 [전체보기]
사라지는 것, 귀 기울일 것
열린 사회와 그 적들
기고 [전체보기]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사형 생중계
발탁해놓고 감찰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국감서 국제신문 회생 지연 지적…대주주는 결단하라
비타민이라 속여 주사맞혔나…진실 규명 시급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부캉이가 북항에 던진 질문
개척자 정신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거울 속의 외계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