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레이디는 대통령이나 수상 등 국가 최고실권자의 아내를 가리킨다. 우리는 영부인이라고 한다. 최고실권자의 배우자가 남성인 경우 영부군(퍼스트젠틀맨)이라고 한다. 나라가 부여한 공식적인 직위는 아니다. 하지만 최고실권자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생활하는 사람이니 그 영향력은 미뤄 짐작하고도 남는다. 베갯밑송사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런 만큼 세상 사람의 주목을 많이 받는다.
우리나라 첫 영부인은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부인 프란체스카 도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귀화인이다. 이 전 대통령과는 나이 차가 25세이고, 재혼이다. 당시 사회 분위기로는 독특한 이력의 영부인이었다.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영부인은 육영수 여사다. 전·현직 대통령의 부인에 대한 국민 선호도 조사 때 지지율 1위를 했다. 1974년 박정희 전 대통령 저격 미수 사건 때 살해당하는 비극적인 최후로 국민 마음이 더 짠했을 법하다. 이 바람에 박근혜 전 대통령은 영부인대행이란 특이한 경험을 했다. 미혼의 박 전 대통령은 영부군이 없는 기록도 남겼다.
미국 영부인 중에는 프랭클린 D. 루스벨트의 부인인 엘리너 루스벨트가 높은 평가를 받는다. 국모 같은 존재로 대접받는다. 남편이 비서와 불륜을 저질렀을 때 대인배적으로 용서한 것으로 유명하다. 힐러리 클린턴이 남편 빌의 불륜을 용서할 때 이를 본보기 삼은지도 모른다. 힐러리는 이를 발판으로 승승장구해 대통령에 오르는 첫 영부인이 될 뻔했다. 미국 최악의 영부인은 최고의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의 영부인 메리 토드 링컨이다. 링컨이 결혼식장으로 가면서 “지옥으로 가고 있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프랑스에는 특이한 이력의 영부인이 많다. 프랑수아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의 부인 발레리 트리에르바일레는 동거녀였다. 법적으로 혼인하지 않았지만 엘리제궁에 입성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현 대통령의 부인 브리지트 마크롱은 고등학교 교사를 퇴직한 지 4년 만에 다시 교단에 설 예정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브리지트 여사의 24세 연하이자 제자다.
요즘 영국에서는 ‘퍼스트 걸프렌드’ 탄생으로 화제다. 보리스 존슨(55) 신임 총리는 24세 연하의 내연녀 캐리 시먼즈와 동거 상태다. 존슨 총리는 법적 부인과 이혼 절차를 밟는 중이다. 그래서 현지 언론은 시먼즈를 ‘퍼스트걸프렌드’라고 부른다. 일각에선 존슨 총리의 여성 편력을 이유로 시먼즈가 정식 ‘퍼스트레이디’가 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을 하기도 한다. 존슨 총리가 여러모로 괴짜인 것은 분명하다.
정순백 논설위원 sbj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