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만혼·비혼, 일자리, 양성평등, 경제성장 저하, 정년 연장, 주거안정, 일·가정 양립, 1인당 부양비율 증가로 인한 세대 간 불균형 등 사회적 문제의 중심에는 인구 감소라는 현안이 있다.
우리나라는 한 해 신생아 수가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급감하며 역대 최저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실제로 2013년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가장 오랜 기간 초저출산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정부가 출산장려를 위해 2006년부터 2017년까지 투입한 재정은 126조5587억 원이지만 출산율은 여전히 하락해 실효성 있는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과거 1961년 정부는 경제 성장과 빈곤 탈출을 위해 산아제한정책을 시행했다. 당시 정관수술을 하면 예비군 훈련을 면제해주고, 공무원은 세 자녀 이상 출산 때 승진에 벌점을 줬으며, 다자녀 분만 땐 의료보험 혜택을 적용하지 않았다. 또한 피임기구 무료 보급 등 국가가 다산 억제에 전력을 다했다. 현실적으로 출산은 개인, 가족, 직장, 지역사회 및 정책의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되므로 정부가 한 번 감소하기 시작한 출생률이 반등하기를 기대한다면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소액 현금을 지원하는 정책보다 출산과 자녀 양육이 부러움의 대상이 될 만큼 파격적인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 예컨대 출산 직원에게 승진 가산점을 준다던지, 자녀가 1명이면 1년, 2명이면 2년, 3명이면 3년과 같이 호봉 수를 추가로 인정해 승진 기회를 주고, 육아휴직 추가혜택을 부여하거나, 부양가족 수에 따라 급여를 차등 지급하는 것은 어떨까. 또한 정부는 기업에 출산휴가, 육아기 휴직을 강제할 것이 아니라 해당 휴가 및 휴직이 신고되는 건수에 따라 기업에 차등적으로 세제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어떠한가. 강제에 의한 수동적 태도를 동기부여를 통해 능동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 만드는 제도와 환경,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
기업은 잠재적 소비자를 위해서라도 정부의 출산장려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 역시 아이를 갖고자 하는 부부에게 실질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혹여 어떤 정책이 규제에 묶여 있으면 규제 샌드박스(신제품이나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할 때 일정한 기간동안 기존의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하는 제도) 제도를 이용하듯 인구 문제도 ‘출산샌드박스’로 문제를 풀어보는 건 어떨까. 최근 결혼은 기피하고 아이는 갖고 싶어하는 젊은 층이 증가하지만, 우리나라는 가족법상 비혼 여성이 기증 정자를 통해 아이를 출산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비혼이더라도 출산 및 자녀를 원한다면 ‘출산 샌드박스’로 검증된 기증 정자를 통해 출산을 하도록 국가가 도와주면 어떨까. 각종 세금공제 혜택을 1자녀 시 10%, 2자녀 시 15%, 3자녀 이상 시 20% 추가로 주는 것은 어떠한가. 군 복무 전 젊은 부부가 출산을 하면 병역 기간 단축 및 대체복무, 4세 이하의 아동 동반 땐 공공 다중시설·복합쇼핑시설에 우선 주차 권리를 부여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지 않을까. 정부는 한시적이라도 ‘출산 샌드박스’를 이용해 출생과 관련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중국 역시 과거 강력한 산아제한정책을 통해 인구 성장을 억제해왔고 출생률은 현저히 감소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인구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출산장려정책을 선언하고, 그 일환으로 한 자녀 정책을 폐지했다. 올해 들어서는 세 자녀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인구정책은 속성상 효과를 보기까지는 30년 이상의 장기간이 소요되며,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극복하기가 힘들다.
저출산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하려면 시대변화를 인정하고 정책을 탄력적으로 펼쳐야 한다. 출산 아이 여성 가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전반적 가치관이 달라져야 하고, 개인은 물론 기업, 사회적 분위기까지 출산이 축복이라는 분위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출산 혹은 양육지원에 과하게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할 만큼 파격적 정책이 있어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책의 다각적 고찰이 뒷받침돼야 한다.
한국공공정자은행연구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