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한국 가요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가수 김완선의 데뷔곡 ‘오늘밤’은 록그룹 산울림의 둘째 김창훈이 작사 작곡한 노래다. 김완선의 2집 타이틀곡이었던 ‘리듬 속의 그 춤을’은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이 곡과 가사를 썼다. 3집 타이틀 ‘나 홀로 춤을 추긴 너무 외로워’도 작사 작곡을 모두 포크록 가수 이장희가 맡았다. 한국의 마돈나라 불린 댄스 가수의 대표곡이 한국 록 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뮤지션들의 작품인 셈이다. 음악평론가 임진모 씨는 “댄스음악은 음악성이 낮다는 세간의 고정관념을 뒤집어버리기 위해 로커들의 작품을 요청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음악인들에게 록이란 다른 대중음악보다 차원이 높은, 그런 음악이었던 것이다.
흔히 ‘록 스피릿’이라고 불리는 록의 정신은 기성세대에 대한 저항, 반전, 자유, 젊음을 포괄한다. 이는 록 음악의 르네상스기였던 1960년대 사회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베트남 전쟁, 케네디 대통령의 집권과 암살, 마틴 루터 킹의 암살 등이 이어진 이 혼돈의 시대, 반전과 인권을 부르짖는 시위 대열 속엔 “노래는 꿈이다. 우리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싸운다”고 외친 밥 딜런같은 저항 가수들이 있었다.
삼락생태공원에서 펼쳐진 부산록페스티벌의 스무번째 행사가 지난 주말 빗속에서도 비교적 성황리에 끝났다. 유료화 전환 첫해인 올해는 행사 전부터 유난히 잡음이 많았다. 특히 출연진 라인업에 록과는 상관없는 아이돌이나 발라드 가수들이 포함되면서 “록페스티벌에서 ‘록’이라는 수식어를 떼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도 나왔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들 덕분에 2일권 기준 9만 원에 육박한 티켓의 판매가 호조를 이뤘고, 페스티벌의 흥행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도 있는 게 사실이다. 록의 수모라고 할 수밖에 없는 이런 현상은 마니아층이 탄탄할수록 대중적 확장 가능성은 낮은 장르적 한계 때문이기도 하다.
81세의 로커 신중현이 최근 새 앨범을 냈다. 음악인생만 쳐도 환갑이 훨씬 넘은 이 거장은 이번 앨범에서 새로운 주법에 도전하고 있다. 1968년 그룹 애트킨즈로 데뷔한 가왕 조용필, 그룹 시나위의 베이스 주자로 활동했던 서태지 등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록 음악에 대한 애정을 표시하는 걸 봤다. 이른바 ‘록부심’이다. 이번 부산록페스티벌에 참가했던 로커들도 의기소침하지 않기를 바란다. 록 스피릿엔 경박한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맞장뜨는, 기죽지 않는 도전정신도 있다.
강필희 논설위원 flut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