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장재건 칼럼] 두 정치인의 죽음

노회찬 의원 1주기 앞두고 정두언 전 의원 극단 선택

합리적 진보·보수 대명사…진영 안 가리는 소통 정신, 고인 뜻 정치권 잊지 말길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직업이 직업인지라 하루 대부분을 뉴스 홍수 속에서 지낸다. 흔히들 이야기하듯 좋은 소식이 많으면 좋으련만, 어디 세상사가 그리 마음대로 되겠나. 뉴스의 창 속으로 들여다본 세상은 갈수록 험해지는 양상이다. 정치 경제 사회 외교 등 쏟아지는 새 소식은 온통 폭발 직전의 화약고다. 그 뉴스들과 연관된 정서는 험악하기만 하다. 혐오, 막말, 비난, 대립, 비아냥 등이 난무한다. 이런 험악한 말들은 꼬리를 물며 확대재생산되고 종내는 문제의 근원이 무엇인지조차 불투명해진다.

너무 앞서간 건 아닌지 모르겠다. 직업 특성상 자주 보는 게 이런 류이다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갈수록 뉴스를 보는 게 두려워지는 게 필자 혼자만의 생각은 아닐 터이다. 타협이라곤 모르는 정치는 더 말할 것도 없고, 사안사안마다 핏발 선 극단이 대세다. 물론 뉴스 속 세상에 유달리 관심이 많은 일부의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상대 의견엔 조금도 관심을 두지 않는 불통과 단절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소통이 본질인 인터넷 시대의 역설이기도 하다.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더 든 건 최근 관심을 끈 두 정치인과 관련이 있다. 한 명은 지난 16일 극단적 선택을 한 정두언 전 의원이다. 또 한 명은 지난 23일로 1주기를 맞은 노회찬 의원이다. 1년의 차이가 있긴 해도 하필이면 1주일을 사이에 두고 허망하게 떠나버린 그들의 생전 족적이 떠올라서다. 각각 합리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 인사로 정치권 등에서 나름의 평가를 받던 터여서 참으로 애꿎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아울러 과연 무엇이 이들을 극단적 선택으로 내몰았을까 하는 생각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비록 보수와 진보로 정치적 지향은 달랐지만 둘의 공통점은 많다. 무엇보다 진영을 가리지 않는 열린 자세다. 정 전 의원은 ‘비운의 풍운아’로 불릴 정도로 정치적으로 더 큰 뜻을 펼치지는 못했다. 그러나 보수 진영의 정치평론가로 활동하며 진보 측에 쓴소리를 하되 터무니없는 비판은 삼갔다. 오히려 자신의 친정인 보수 진영을 향해 개혁을 끊임 없이 요구했다. 그의 빈소에 범여권 인사가 대거 조문을 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노 의원 또한 마찬가지다. 진보 진영의 최전선에 서 있으면서도 전혀 짙은 정치색을 띠지 않고 보수와 대화를 마다하지 않았다.

이런 정치적 성향은 그들의 독특한 캐릭터와도 무관하지 않다. 진영을 떠나 부당한 사안이 발생하면 특유의 촌철살인으로 문제의 핵심을 꼬집었다. 그 바탕엔 유머도 깔려 있다. 첨예하고 살벌한 정치판에 그들의 유머러스한 촌철살인은 윤활유와도 같았다. 음악을 사랑한 휴머니스트였던 것도 닮았다. 그러면서 각자의 자리에서 끝없이 정치개혁을 주문했다. 그들이 대중으로부터 유달리 사랑받았던 것도 이런 따뜻한 정치 덕분이다.

하지만 그들은 이런 꿈을 끝내 이루지 못한 채 유명을 달리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들을 좌절하게 했을까. 표면적으로 노 의원은 정치자금 수수 의혹, 정 전 의원은 오랫동안 앓아온 우울증이 그들을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이런 이유만으로 둘의 돌연한 죽음을 설명할 수 없다. 진보와 보수를 오가는 유연한 성향 속에서도 끝내 좌절할 수밖에 없었던 더 깊은 속내가 있었으리라 본다. 여린 심성의 자신들이 가진 힘만으로는 도저히 어쩔 수 없는 공고한 기득권에 대한 절망감이 그 실체일지도 모른다. 촌철살인과 유머조차 제대로 통하지 않는 꽉 막힌 정치에 대한 좌절이기도 하다.

정 전 의원의 빈소에는 여야를 떠나 수많은 정치인이 찾았다고 한다. 이들은 하나같이 진영을 가리지 않은 고인의 소통과 유머 정신을 기렸다. 1년 전 노 의원 빈소에서의 장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노 의원이 꿈꾸던 정치는 여전히 요원하기만 하다. 정 전 의원 빈소에서 이어진 정치인들의 칭송 또한 그저 인사치레에 그칠 공산이 크다. 돌이켜 보면 우리 정치판에 흔한 풍경이다. 안타까운 죽음을 접하고 나서야 고인의 숭고했던 뜻을 기리기 바쁜 악습이다. 고인들은 이런 ‘반짝 칭송’이 아니라 자신들의 유지를 이어가길 무엇보다 바랐을 것이다.

희망사항일 뿐일까. 이런 와중에도 쏟아지는 뉴스 속엔 대립과 갈등이 여전히 난무한다. 그럴수록 두 합리적 정치인의 빈자리는 더욱 커 보인다. 그들의 유머와 소통, 포용 그리고 휴머니즘을 그리워하는 이들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누군가는 고인들의 역할을 대신하겠지만, 합리적 정치인이 설 땅이 없는 정치는 비극이다. 상대를 조금도 인정하지 않는 극단의 대립만 계속되는 한 우리 정치의 비극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단순한 빈소에서의 덕담이 아니라 정치인들이 한시라도 고인들의 뜻을 잊지 말아야 할 이유다.

논설실장 jjk@kookje.co.kr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동래구에 붙은 선거벽보
  2. 2‘진격의 개미’ 주식계좌 한 달새 86만 개 늘었다
  3. 3[서상균 그림창] 바쁘고…기쁘고…나쁜
  4. 4민주당 ‘수영강 벨트’ 집안싸움에 원팀 흔들
  5. 5미국 확진자 20만명 넘어서…13일 만에 20배 급증
  6. 6화상통화로 면접시험 치뤄요
  7. 7김해갑 TV토론…후보별 ‘신공항’ 찬반 난타전
  8. 8144년 전통 윔블던 대회도 취소
  9. 9[도청도설] 슬기로운 ‘집콕’ 생활
  10. 10낙동강 하구를 국가도시공원으로 <8> 앞으로의 20년
  1. 14·13 총선 D-13, 여·야 공식 선거운동 시작
  2. 2코로나19 우려에도 한 표 행사하는 재외국민들…"무섭지만 투표는 꼭 해야"
  3. 3네이버, 오늘(2일)부터 급상승 검색어 중단…댓글 작성 시 실명 인증
  4. 4부산·경남 국회의원인데 … 40%가 강남에 아파트 보유
  5. 5부산 선거 벽보 3639곳 부착 시작…훼손하면 처벌
  6. 6코로나19 사태로 울산 기업경기전망지수(BIS) 세계금융위기 수준 하락
  7. 7재외투표 첫날 …해외 유권자들 소중한 ‘한 표’ 행사
  8. 8선관위, 전국 8만 6000여 곳에 후보자 선거벽보 게시
  9. 9 ‘결혼정보 무료제공, 2천만 원 결혼장려금 지원 등 공약에 대해 물었습니다
  10. 10문 대통령 "후반기 국가균형발전 정책 등 더 열심히 해달라"
  1. 1‘진격의 개미’ 주식계좌 한 달새 86만 개 늘었다
  2. 2한국은행, 양적완화 돌입…RP 5조2500억 첫 매입
  3. 3삼성전자 해외공장 25% ‘셧다운’…항공사 대량실직 현실화
  4. 4종부세 납부 대상자 긴급재난지원금 못 받을 듯
  5. 55대 은행 원화 대출 지난달 20조 원 증가
  6. 6주가지수- 2020년 4월 2일
  7. 7석 달간 물가 1%대 상승…코로나19로 식재료 가격↑
  8. 8금융·증시 동향
  9. 9부산항 입항 요청 크루즈 2척 중 1척 조건부 허용
  10. 10
  1. 1부산시, 인도네시아서 온 119번째 확진자 동선 공개
  2. 2정부 “사회적 거리두기 향후 방향,주말 이전 밝힐것” (종합)
  3. 3경남 김해, 영국서 귀국한 20대 코로나19 신규 확진
  4. 4마스크 공급량 안정권 들어서나…사라져가는 '마스크 줄'
  5. 5창원시, 코로나19 실직 청년 희망지원금 신청 접수
  6. 6이탈리아 신규 확진자 4000명대 유지…전문가 "확산세 정점 도달"
  7. 7부산경찰, 아동성착취물 및 불법촬영물 텔레그램 판매자 검거
  8. 8부산 지역사회 감염 10일째 '0'…자가격리자는 1247명
  9. 9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9976명…89명 늘어
  10. 10거제시, 정부 지원 제외된 소득상위 30% 에 최고 50만 원 지원
  1. 1코로나19 여파로 윔블던 취소…2차대전 이후 처음
  2. 2방구석 1열서, 함성 대신 댓글…랜선 스포츠 시대
  3. 3추신수, 마이너리거에 1000불씩 ‘특급 선행’
  4. 4144년 전통 윔블던 대회도 취소
  5. 5‘병역 특례’ 손흥민 해병대서 기초군사훈련
  6. 6
  7. 7
  8. 8
  9. 9
  10. 10
한국전쟁 70년…분단인 통일인
독일 통일과정 7대 과오
한국전쟁 70년…분단인 통일인
다시 읽어보는 한 ‘분단인’의 삶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그럼에도 봄은 오고 있다
제1부두, 이왕 보존하는 김에 제대로
기고 [전체보기]
더 힘들고 연약한 우리 아이를 위하여 /여승수
‘코로나19와 공존’하는 일상을 찾기 위해 /손현진
기자수첩 [전체보기]
억측과 갈등만 낳는 낙동강청 /임동우
양산 도로 침하 사고의 교훈 /김성룡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히포크라테스의 거울
개혁을 위한 아카데미상은 없지만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귀하디귀한 악기 ‘편경’
강강술래와 농악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인내의 시간, 염치를 갖자 /송진영
부산시의 뒷북 /하송이
도청도설 [전체보기]
슬기로운 ‘집콕’ 생활
재외국민 투표권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우리는 서로의 환경이다
여든 살 어머니의 만학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도다리쑥국
아시정구지의 추억
사설 [전체보기]
코로나 쇼크 골목상권 신속 지원으로 고사 막아야
느슨해지는 사회적 거리두기…긴장 끈 놓기엔 이르다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국민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려면
인구 절벽 시대, 복지 대타협 급하다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허황된 중국경사론
“한미동맹, 이상없다”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전쟁의 얼굴
호의가 낳은 명작
이홍 칼럼 [전체보기]
코로나의 도전과 한국인의 응전
한국 경제 회복탄력성이 관건이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코로나가 지구촌에 던진 경고
코로나 최전선 지방정부엔 여야가 없다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사계’ 연주의 전설, 이 무지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의 르네상스
영화 ‘사이드웨이’가 말하는 것
특별기고 [전체보기]
‘도시국가’시대 市長의 역할 /정해문
‘코로나 19’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곽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소치 허련이 그린 도깨비 그림
우봉 조희룡의 매화서옥도
  • 낙동강수필공모전
  • 2020하프마라톤대회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