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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석 칼럼] 달에는 토끼가, 지구에는 청룡이 산다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8-01 19:57:41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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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윤극영 선생의 ‘반달’이다. 어릴 적부터 많이 불렀던 노래다. 한여름의 장마가 지나고 맑게 갠 밤하늘에 뜬 달을 보면 또 저절로 읊조리게 된다. 보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어떤 이는 달에서 방아 찧는 토끼를 보고, 어떤 이는 서양 사람들처럼 울부짖는 늑대를 보기도 한다. 이런 감성적 상상은 다양한 문학적 영감과 예술적 표현으로 확장된다.
그림 서상균
올해는 인간이 달에 첫발을 내디딘 지 50년이 되는 해이다. 전 세계적으로 우주에 대한 관심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각 나라는 적극적으로 우주 진출 계획을 세워 실천하고 있다. 이에 더해 우주 개발이 국가 간 경쟁 중심이던 ‘올드 스페이스’에서 이제 민간업체들이 로켓을 개발하고 우주여행 상품을 내놓는 ‘뉴 스페이스’ 시대로 본격적으로 진입하고 있다. 이런 큰 변화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우주에 대한 관심이 전문적 차원에서든 대중적 차원에서든 그리 높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우주 진출이 ‘우리 삶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곰곰이 짚어볼 필요가 있다.

우주 개발 경쟁이 미국과 소련의 냉전 시대에 시작되었고 최근에 중국이 이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서 그런지 사람들은 무엇보다도 군사적 이해관계와 ‘우주 전쟁’에 관심을 보인다. 또한 달과 화성의 ‘자원 개발’과 그에 따른 국제적 분쟁 등에 관심이 많다. 즉 ‘물질적인 차원’을 주시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물질적인 것도 중요하다. 직접적인 우주 자원 채취는 차치하고라도, 실제로 지금까지 우주 개발의 부산물은 인류의 물질적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컴퓨터와 원격 이동통신은 우주 진출을 위한 노력 없이 획기적으로 발전할 수 없었으며, 위성을 이용한 방송과 기상관측 그리고 위성항법장치(GPS) 등도 우주 진출의 효과와 그 부산물이다. 인공지능도 우주 산업의 발달과 깊이 연계되어 있다.

하지만 인류의 우주 진출에는 정신적인 요소 또한 크게 작용했다. 인간에겐 ‘우주 감수성’이란 것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태초로부터 ‘우주와 의미 있는 관계’를 맺어왔다. 이는 신화에도 암시되어 있다. 오비디우스는 ‘우주와 인간의 탄생’ 신화를 이렇게 시작한다. ‘다른 동물 모두는 고개를 숙이고 땅을 보는데, 신은 인간에게만은 위로 들린 얼굴을 주며 하늘을 향해 얼굴을 똑바로 들고 별들을 보라고 명령했다’. 하늘을 똑바로 볼 수 있게 되면서 인류의 존재 의미가 달라진 것이다.

20세기 중반 미·소 우주 경쟁의 시작이 ‘호전적’이었다면, 이후 양 진영을 고무시킨 것은 우주 탐사라는 인간의 공통된 열망이었다. 나중에 서구에서도 인정한 일이지만, 소련의 우주 진출에는 한 러시아 사상가의 ‘원대한 우주적 비전’이 잠재해 있었다. 이는 우주 탐험의 모든 위험을 무릅쓰게 하는 정신적 지주 같은 것이었다. 니콜라이 페도로프는 오늘날 보아도 최첨단이라고 할 수 있는 독특한 사상을 전개했다.

그 세계관의 핵심은 ‘인류의 공통 과제’를 설정하는 것이었다. 그 과제는 무한한 우주에는 사라지는 것이 없다는 전제에서 우주에 떠다니는 죽은 자들의 물리적 입자들을 모아 육신을 재조합해 그 속에 영혼이 다시 안주할 수 있을 정도로 자연법칙을 발견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인류의 조상들을 모두 부활시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오는 인구 증가는 드넓은 우주에 있는 다른 별들을 삶의 터전으로 개척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고 보았다. 어처구니없는 상상이라고 하겠지만, 페도로프는 죽은 조상들이 다시 살아난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인류에게 우주 탐험에 대한 의지를 불어넣기에 충분한 드높은 이상을 제공할 수 있다고 여겼으며, 이야말로 이타주의의 궁극적 목표라고 보았다.

이렇듯 인류는 오랫동안 우주와 ‘의미 있는’ 관계를 맺어왔다. 이제 인류는 ‘우주와 재미있는 관계’ 또한 구체적으로 맺으려 한다. 민간 우주관광 프로젝트에 예약한 한 사업가는 예술가들과 함께 달에 갈 것이라고 했다. “피카소가 달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면 어떤 그림을 그렸을까. 존 레넌이 지구의 곡선을 봤다면 그는 어떤 노래를 썼을까”라며 흥분했다. 이미 우주 궤도를 선회했던 우주여행가는 “푸른 지구를 보며 오페라 음악을 들었다”며 그것이야말로 자기 인생에서 최고의 경험이라고 했다.

달 표면에서는 달 전체를 볼 수 없듯이, 당연히 지구 표면에서는 온전한 구형의 지구 모습을 볼 수 없다. 이 간단한 사실 하나만으로도 지구 밖 우주로 진출하는 건 대단한 의미를 갖는다. 우주시대는 인류에게 드디어 ‘지구를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인간이 본 지구 구체의 가장 온전한 모습은 1972년 미국의 ‘아폴로 17호’ 승무원들이 달을 향해 가면서 찍어 전송한 ‘블루 마블(Blue Marble)’, 곧 푸른 구슬이라고 명명된 지구의 사진에 담겨있다.

이 사진을 처음 보았을 때 나는 “와, 저기 청룡이 있네!”라고 소리쳤다. 남극에서 검푸른 인도양을 가로질러 거대한 청룡이 승천하고 있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이를 본다면 얼마나 많은 상상을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윤극영 선생이 동심으로 지구에서 달을 보며 ‘반달’을 작사·작곡했듯이, 오늘의 아이가 미래의 우주인이 되어 달에서 지구를 보면 또 어떤 예술적 성취를 이루겠는가.

우주 진출은 과학기술적일 뿐만 아니라 의미와 재미의 차원에서 점점 더 예술적이고 문화적이다. 문화적 차원은 곧 교육의 차원에 연계된다. 우주에 관한 이야기가 뉴스거리에 머물지 않고 자라고 있는 세대의 교육 프로그램에도 구체적으로 들어가야 한다. 미래는 종종 생각보다 빨리 온다. 입시 같은 눈앞의 ‘급한’ 문제에 집착하느라 잊기 쉬운 ‘중요한’ 과제가 많다. 그 가운데 하나가 젊은 세대의 우주적 감수성을 생생하게 유지시키고 향상하는 것이다. ‘반달’도 우주 항해의 이미지를 은유하고 있다. ‘은하수를 건너서 구름 나라로/ 구름 나라 지나선 어디로 가나/ 멀리서 반짝반짝 비치이는 건/ 샛별이 등대란다 길을 찾아라’. ‘하늘의 별’이 ‘사람의 길’을 위한 길잡이라는 존재론적 의미심장함이 담겨 있지 않은가.

철학자·문화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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