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군대에서 군견병으로 차출돼 복무 내내 개와 동고동락을 했다는 이를 만난 적이 있었다. 그는 처음 군견병으로 뽑혔을 때는 너무 황망해 앞이 캄캄했다고 한다. 지금은 개와 죽고 못하는 사이가 됐지만 입대 전만 해도 개를 아주 좋아하거나 이와 관련한 특별한 추억이 거의 없었던 까닭이다.
그런데 묘한 것은 개와 아침부터 저녁까지 같이 뒹굴고 씨름하다 보니 생각이 서서히 달라지더라는 것. 마침내는 자신이 관리하는 군견이 다른 개에 비해 훈련성적이 떨어지면 분해서 잠을 못 이룰 정도까지 됐다. 그런 정이 쌓여서인지 오매불망 기다렸던 전역일이 돼도 자신을 따라 오려는 충견 때문에 발걸음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더라며 그 때를 회상했다.
군사작전을 위해 동원되는 군견의 임무는 일반인의 생각 이상으로 막중하다. 정찰에서부터 지뢰 및 폭발물 탐지, 추적 등 다방면으로 활용된다. 그런 만큼 세퍼드나 말리노이즈처럼 청각·후각이 뛰어나고 체력이 월등한 종이 아니라면 합류는 거의 불가능하다. 게다가 후보견이 되더라도 20주가량의 혹독한 훈련을 모두 이겨내야만 군견이라는 이름을 달 수 있다. 정예 군견 한 마리 육성에 수천만 원이 들어가는 이유다.
이 같이 강하게 단련되어서일까, 최근 육군 32사단 기동대대 소속 군견 ‘달관’이가 큰 일을 해냈다. 7년생 수컷 세퍼드인 달관이는 충북 충주시 인근 야산에서 실종됐던 열네 살 여학생을 10일 만에 찾아냈다. 재미있는 것은 달관이가 한때는 미운 털이 박혔던 ‘탈영견’이었다는 사실. 이 개는 2014년 육군 제1군견교육대로 입소하는 도중 군용트럭 철망을 뚤고 달아났다가 하루 만에 체포됐던 전력이 있다. 처음엔 교관들에게 걱정을 끼쳤을 법한 달관이지만 5년 만에 환골탈태해 모두에게 희소식을 전했으니 ‘국민 군견’이라는 칭찬이 붙어도 이를 나무랄 사람은 없을 터다.
한 발 더 나아가 누리꾼들은 달관이도 훈장이나 포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1968년 북한 무장공비들이 청와대를 습격했던 1·21사태 때 작전에 투입됐던 ‘린틴’과 1990년 제4 땅굴 탐지 중 자신의 몸으로 지뢰를 터트려 1개 분대원의 생명을 구한 ‘헌트’는 그 공로로 훈장을 받은 바가 있다.
어떤 영광스러운 포상이 달관이에 주어질지는 앞으로 군 당국이 결정하면 될 일. 아무튼 믿음직스러운 임무 수행 덕분에 전체 군견의 위상이 높아졌으니 달관이는 그들 집단 사이에서도 ‘최고의 개’가 될 듯하다.
염창현 논설위원 haore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