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일본 경제보복과 글로벌 거버넌스 /신연성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8-05 19:35:48
  •  |  본지 2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세계 경제의 관리자를 자처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지난 6월 말 일본 오사카에서 개최되었다. 대표성 문제나 효율성에 대한 비판에도 G20은 WTO(세계무역기구) 및 브레턴우즈 체제와 더불어 국제경제와 금융정책의 조율 및 운영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해왔다. 1999년 설립 이래 금융위기 극복, 지속 성장을 위한 제도 개선,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의 개혁 등 화두를 이끌고 있다. 이번 제14차 정상회의에서는 자유무역의 강화가 관심사였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갈등 양상에 비추어 이번 정상회의에 거는 기대는 크지 않았다. 정작 중요한 사안은 오사카 회의가 끝난 직후에 불거졌다.

일본 정부가 지난달 4일부터 우리의 주력 수출제품인 반도체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패널 제작에 사용되는 소재 3개 품목에 대해 수출규제를 시작하는 한편 추가적으로 우리나라를 소위 화이트국가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일본의 처사는 WTO 협정에 근거하지 않은 자의적인 행위이다. 중국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고 안보적 차원에서 정보통신정보망 보호를 위해 화웨이와의 거래를 중단시킨 미국의 조치와도 거리가 있다. 보복관세나 안보를 위한 무역규제는 WTO 협정에 명확한 규정이 있다.

일본이 행정절차를 통한 무역규제에 능하다는 것은 주지하는 역사적인 사실이다. 지난 1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싱가포르 외교장관은 아세안 회원국 가운데 한 나라도 백색국가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면서 백색국가 명단은 오히려 확대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은 이번에는 전통적인 규제수단에 구애를 받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만큼 그 파장이 결코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유무역주의 흐름을 바꾸어 놓을 가능성마저 엿보인다. 자유무역은 생산의 효율화와 소득 증대라는 성과를 통해 세계화의 추동력이 되었다. 프란시스 후쿠야마는 그의 저서 ‘역사의 종말’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기초한 자본주의의 확산으로 인류사회의 사회문화적 진화는 종착점에 도달했다고 말한 바 있다. 하물며 일본은 전후 복구와 경제발전 과정에서 자유무역과 세계화의 혜택을 가장 크게 누렸다.

자유무역을 가능케 하는 생산 기반은 분업이다. 데이비드 리카르도가 비교우위론을 제시하여 자유무역의 효율성을 증명한 이래 비교우위의 지표가 노동 생산성을 넘어 자원, 자본, 혁신과 개혁 등으로 확대되면서 세계경제의 통합을 견인해왔다. 기술의 발전이 고도화한 오늘날의 생산 활동은 상품 단위의 분업을 넘어 제조 과정의 분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소위 범 세계적 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이 그것이다. 일본의 보복조치는 자유무역의 기반인 분업화된 시장구조를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지난달 24일 제네바에서 개최된 WTO 일반이사회에서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데 한일 양국이 토론의 결과를 전하는 목소리는 사뭇 다르다. 당연히 그럴 것이다. 정치적인 동기에서 야기된 사안을 경제적인 규범의 틀에서 논의하는 것은 애초 의미를 두기 어렵다. 자유무역을 규율하는 국제체제에는 한계가 있다. WTO 협정은 자유무역 원칙을 선언하는 한편 반덤핑 조치 등 예외적인 대응을 인정하고 있는데 회원국이 이러한 규정을 원용할 경우 자기 해석을 앞세우는 사례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물론 개별 국가의 부당한 조치에 대해서는 제소를 통한 구제장치가 마련되어 있지만 실효성 있는 결과로 연결되기는 쉽지 않다.

글로벌 거버넌스가 공정하고 효율적인 모습을 갖추기까지는 거리가 있다. 이러한 이유로 개별 국가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가져올 부조화로 자유무역질서가 부정되고 국가 우선주의가 모습을 드러낼 위험성이 있다는 점은 꾸준히 경계되어 왔다. 자유무역 질서에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국가가 스스로 질서의 실체적 규범을 이루는 구성원 전체의 ‘합의와 신뢰’를 파기하는 행태가 초래할 결과는 예단하기 어렵다. WTO는 자유무역 질서의 훼손과 시장 참여자의 이탈을 막아내야 하는 새롭고도 중차대한 과제를 마주하게 되었다.

전 부산시 국제관계대사·전 주요르단 대사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한국당 출신 예비후보 1명 내세워 하태경과 1대1 경선으로 결정 유력
  2. 2한국당 양산을 후보들 ‘홍준표 반대’ 수위 높여
  3. 3민주당 기장공천, 불꽃 튀는 3파전
  4. 4여당 “금정구 단수공천은 실무 착오”…번복 가능성에 시끌
  5. 5김형오발 부산공천 새판짜기…잡음없는 쇄신에 달렸다
  6. 6압박카드 통했을까…버티던 PK현역 잇단 불출마
  7. 7경남교육청, 교사·시민단체 참석 지구 지키는 환경교육 비상 선언
  8. 8울산시, 국가산단 위험시설 세금 부과 추진 논란
  9. 9김해 화포천습지 주변 불법 시설물 단속
  10. 10[서상균 그림창] 총선 '런웨이'
  1. 1유기준 정갑윤, 총선불출마선언
  2. 2 문재인 대통령 “공포·불안 과도하게 부풀려져 … 비상·엄중한 상황”
  3. 3 홍남기 “중소 관광업체에 500억원 무담보·저금리 융자”
  4. 4 문재인 대통령 “국민들 정상적 일상 복귀해 달라”
  5. 5 홍남기 “외식업체 육성자금 확대…금리도 인하”
  6. 6 홍남기 “해운업체 600억 긴급경영자금…항만 사용료 감면”
  7. 7한국당 5선 정갑윤, 총선 불출마 선언 “문 정권 심판해달라”
  8. 8한국당 출신 예비후보 1명 내세워 하태경과 1대1 경선으로 결정 유력
  9. 9文, ‘혁신성장·상생노력’ 앞세워 코로나19 극복에 총력(종합)
  10. 10민주당 기장공천, 불꽃 튀는 3파전
  1. 1부산항 등 주요 항만 보안감독관 배치
  2. 2P2P금융, 법 테두리 안으로…대박 좇기전 연체율 살펴라
  3. 3하나금융, 더케이손보 770억 원에 인수
  4. 4금융·증시 동향
  5. 5부산시, 수산현안 다룰 정책협의회 만든다
  6. 6 기아차 4세대 쏘렌토 디자인 공개 外
  7. 7주가지수- 2020년 2월 17일
  8. 8“코로나로 선박수리 지연…IMO와 협의, 검사기간 연장을”
  9. 9부산시, 해양신산업 9개 혁신기업 공모
  10. 10원양산업노조 새 위원장 염경두
  1. 1‘코로나19’ 국내 30번째 확진자, 29번째 확진자의 아내
  2. 2베트남 여행 부산 40대 남성 숨져...응급치료한 부산의료원 응급실 폐쇄
  3. 330번째 확진자, 확진 전 ‘기자와 접촉’…자가격리 소홀 논란
  4. 4부산의료원, 사망 남성 ‘음성’ 판정으로 ‘응급실 폐쇄 해제’
  5. 5부산의료원서 숨진 40대 남성, 코로나 19 ‘음성’ 판정
  6. 6금정구 부곡동 오피스텔서 부탄가스 폭발사고…극단적 선택 추정
  7. 7 ‘코로나19’ 국내 28번 환자 오늘 격리 해제
  8. 8 홍남기 “저비용항공사에 3000억 긴급융자…공항사용료 유예"
  9. 9“불에 탄 옷가지 시신 착각” 순천완주고속도로 사고 피해자 집계 혼선
  10. 1017일(오늘) 날씨, 일부지역 제외하고 전국 눈 소식
  1. 1손흥민, 애스턴 빌라전서 평점 8.4점 받아
  2. 2토트넘, 애스턴 빌라에 3-2로 승리···‘손흥민 멀티골 성공’
  3. 3‘손흥민 역전골’…첫 5경기 연속골에 EPL 통산 50골 겹경사
  4. 4아스널 VS 뉴캐슬 선발 라인업 공개
  5. 5아스널, 뉴캐슬 4-0 완파···‘페페의 맹활약’
  6. 6쇼트트랙 박지원, 1000m까지 금메달···'월드컵 6차 2관왕'
  7. 7 격투기 대회 ‘엠타이틀’ 성황리에 열려...한국, 브라질에 2대1 짜릿한 승리
  8. 8부산실내빙상장 훈련선수들, 전국 동계체육대회 선전 기원
  9. 9손흥민 아시아 첫 EPL 50골…이젠 시즌 최다 골 도전
  10. 10겨울스포츠 불모지 부산, 동계체전 4위 넘본다
한국전쟁 70년…분단인 통일인
독일 통일과정 7대 과오
한국전쟁 70년…분단인 통일인
다시 읽어보는 한 ‘분단인’의 삶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제1부두, 이왕 보존하는 김에 제대로
도시 규제의 경제학
기고 [전체보기]
각본상 ‘기생충’과 문학·문학인의 자리 /김광수
‘견제와 균형’의 형사사법 시스템을 바라며 /백상훈
기자수첩 [전체보기]
장난치지 말고··· /신심범
부산형 일자리와 부산연대기금 /김화영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개혁을 위한 아카데미상은 없지만
영화 진흥은 영화관서 시작된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강강술래와 농악
‘시립’과 ‘국립’의 앙상블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이상문학상 사태가 남긴 것 /정홍주
전염성 있는 신뢰를 찾습니다 /최영지
도청도설 [전체보기]
명지의 청년풍
상징색이 중요해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상월선원의 천막결사
내심(內心)의 소리 듣는 시간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어느 이탈리안 레스토랑의 10주년
따끈한 쌀밥에는 명란젓
사설 [전체보기]
대거 입국 중국인 유학생, 보다 세밀한 대책 필요하다
미래통합당, 세 불리기 아닌 보수 새 비전 제시해야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인구 절벽 시대, 복지 대타협 급하다
지속 가능한 노인 돌봄, 지역사회도 나서라
이수훈 칼럼 [전체보기]
“한미동맹, 이상없다”
한일 ‘투 트랙 외교’ 올해는 회복해야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죽기를 결심하고 그린 명작
모두가 받고 싶은 성탄 선물
이홍 칼럼 [전체보기]
한국 경제 회복탄력성이 관건이다
한국 경제, 희망의 빛도 보인다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나는 바이러스가 아니다”
설 연휴 무탈하셨는지?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나의 LP 이야기
핀란드의 찬가 ‘핀란디아’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 바이러스와 기생충
와인의 소리
특별기고 [전체보기]
‘코로나 19’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곽붕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심사정 지두화 ‘절로도해도’
겸재 정선 ‘수박 서리하는 쥐’
  • 제8회 바다식목일 공모전
  • 2020 어린이 극지해양 아카데미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