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이 7년 전 통합진보당에 있을 때 ‘아메리카노 논쟁’에 휘말린 적이 있다. 당 공동대표직에서 물러난지 얼마 안 됐을 무렵이다. 회의 석상에 아메리카노 커피를 들고 나타나자 백승우 전 사무부총장이 “아메리카노를 먹어야 회의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노동자 민중과 무슨 인연이 있을지 의아하다”고 비판했다. 386 운동권 출신인 유시민 씨가 친미 부르주아적 취향을 가졌다고 공격한 것이다. 이에 유씨가 “이름이 그렇지 미국하고 별 관계없는 싱거운 물커피”라며 “아메리카노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되받았다. 유씨를 공격한 측엔 이후 ‘미숫가루 좌파’란 별명이 붙었다.
최근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사이에 ‘스시 논쟁’이 벌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 방문 당시 해운대 모 횟집에서 생선회를 곁들인 오찬을 가졌는데 이를 두고 자유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이 “엄중한 때에 대통령이 스시를 먹었다”고 논평했고, 동석했던 오거돈 부산시장은 “생선회와 스시도 구분 못하냐”고 반박한 사건이다. 이후 호사가들 사이엔 회와 스시의 진짜 차이점이 무엇인지가 한동안 입길에 올랐다. 같은 날생선으로 만든 흔하디 흔한 음식을 굳이 스시라 규정한 야당이나, 스시가 아닌 생선회라고 우긴 여당 단체장이나 좋은 소리 못 듣기는 마찬가지였다.
일본 정부가 한국의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우대국) 배제를 확정한 지난 2일 낮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일식집에서 일본술인 사케를 마셨다는 언론 보도로 논란이 한창이다. 일본과 전면전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집권 여당의 대표로서 적절하지 않은 행동이었다는 게 야당 측 논리다. 하지만 여당은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국 식당에서 국산 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는 것까지 지나치게 확대 해석한다는 반론을 펴고 있다. 이날 이 대표가 마신 술이 일본산 사케가 아닌 한국산 정종이었다는 해명과 함께다.
반일 감정이 깊어지면서 불매운동의 타깃이 된 주요 일본 제품뿐 아니라 라멘 돈까스 이자까야 등을 파는 일본풍 식당이나 주점에도 타격이 크다. ‘주인, 종업원, 식재료 모두 국산’이라는 간판까지 내걸고 영업하는 가게가 있을 정도다. 회든 스시든, 정종이든 사케든, 라면이든 라멘이든 한국에서 만들면 한국 것이다. 애먼 음식을 정쟁의 소재로 삼는 야당이 한심하지만 ‘반일감정이 내년 총선에 유리하다’는 보고서나 돌리는 여당이고 보니 자승자박이란 느낌도 있다. 더운데 이래저래 짜증나게 하는 정치인들이다.
강필희 논설위원 flut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