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더위를 피해 시원한 바닷가와 푸른 숲,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을 찾아가지만 교통체증과 많은 사람 틈에 스트레스만 받고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땐 오히려 집에서 시원한 물에 샤워하고 과일이나 먹으면서 음악에 심취해 보는 것도 더위를 이기는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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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보르작의 교향곡 9번 앨범 자켓. |
음악 전문가들이 더위를 식혀주는 음악으로 추천하는 곡들을 보면 비발디의 ‘사계’ 중에서 ‘여름’, 헨델의 관현악 모음곡 ‘수상음악’, 베토벤의 교향곡 6번 ‘전원’, 멘델스존의 ‘한여름밤의 꿈’(세익스피어 희곡에 의한 극 중 부수음악),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세헤라자데’(아라비안 나이트에 나오는 천일야화를 소재로 한 관현악곡),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알프스 교향악’ 등 자연을 대상으로 하거나 관현악적으로 등장하고 색채가 화려한 곡이 많다.
비발디의 ‘사계’는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즐겨 듣는 곡 중 하나이고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알프스 교향곡’은 일본에서 클래식 차트 1위에 종종 오를 만큼 인기 있는 곡이기도 하지만, 필자는 여기에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1번 K.331’과 드보르작의 ‘교향곡 9번’을 추천하고 싶다.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1번’은 3악장 ‘터키 행진곡’으로 널리 알려진 곡이지만 1악장에 귀를 기울여볼 만하다. 1악장은 전형적인 소나타 형식과는 다른 변주곡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이 곡을 듣다 보면 해설집의 표현대로 어느새 순진무구한 동심의 세계에 빠져든다. 여름날 밤하늘에 총총이 박힌 별들의 합창을 듣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할 만큼 아름다운 곡이다.
드보르작의 교향곡 9번은 흔히 ‘신세계 교향곡’으로 알려져 있지만, 부제가 ‘From the New World’라고 표기된 바와 같이 ‘신세계로부터’라고 해야 옳다. 드보르작은 이 곡을 작곡하면서 아메리카 인디언의 민요나 흑인 영가에서 영감을 얻기도 했으나, 어디까지나 미국의 자연이나 풍물을 나타낸 것이 아니며 오히려 전체적으로 보헤미아의 아름다움을 짙게 드리우고 있다. 즉 미국에서 드보르작의 고향인 보헤미아로 띄우는 음악편지라 할 수 있다. 특히 이 곡의 2악장에는 이러한 정서가 잘 나타나 있는데 ‘꿈속의 고향’이란 가사로 익히 알려진 선율은 드보르작의 고향을 그리는 마음이 구구절절하게 나타나 있다. 이 곡은 도시인의 가슴에 잊힌 고향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게 할 뿐만 아니라 사라져 가는 자연과 함께 순박하고 아름다웠던 농촌 풍경을 떠 올리게 한다.
필자가 어릴 때만 해도 친가와 외가가 모두 시골에 있어 방학 때만 되면 시골 할머니 댁에 가곤 했다. 여름날 포플러 나무 사이로 맑게 흐르는 냇물에서 물장구치고 밤이면 반딧불을 따라 놀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생생하다. 하지만 산업사회에 밀려 텅텅 비어버린 농촌과 자연에서 멀어져 가는 요즈음 아이들을 대할 때마다 아쉬움과 두려움이 앞선다. 자연이 살아 숨 쉴 때 사람도 함께 사는 것이 아닌가.
필하모니 대표·음악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