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 장지공원의 절반 가량을 소유한 해운정사가 내년 7월부터 적용되는 공원일몰제 이후에도 땅을 팔지 않기로 부산시와 약속했다. 덕분에 각종 개발 수요가 몰린 장지공원만큼은 상당 부분 자연 녹지로 지킬 수 있게 됐다. 공원 부지 해제로 난개발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일몰제 적용 대상 가운데 극히 일부에 불과하긴 하지만 다른 토지 소유주에게 던지는 메시지도 결코 작지 않다.
현재 전국의 지자체마다 공원일몰제 대비책을 세우느라 골치가 아픈 상황이다. 공원녹지로 해당 부지를 계속 보존하려면 국가나 지자체가 사유지를 사들이는 수밖에 없는데 그 엄청난 비용을 감당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지자체가 매입 자금을 보다 쉽게 조달하고 이자 부담을 덜 수 있도록 관련 법률 개정안이 최근 국회에서 발의되긴 했지만, 빚만 늘리는 격이 될 수 있다. 부산시가 전국 최초로 토지 소유주와 임차계약을 통해 일몰 적용을 유예하는 대책도 내놓았지만 이 역시 한시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도시의 미래를 위해 단기적인 이익 실현을 포기한 해운정사의 결단은 높이 살만 하다.
하지만 일몰제 해결책을 땅 주인의 선의에만 기댈 순 없는 노릇이다. 내년에 공원에서 해제될 부지는 국·공유지(53㎢)와 사유지(21㎢)를 합해 74㎢(90곳)나 되는데, 이 중에서 부산시가 우선 매입대상으로 선정한 곳은 3.1㎢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매입비 4400억 원 가운데 3000억 원 밖에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전체 사유지 매입에는 3조 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된다. 오거돈 부산시장이 “97%의 공원을 지키겠다”고 약속했지만 이행 가능성은 높지 않다.
민간 토지를 공원으로 지정한 것은 애초 국가였다. 그래놓고 매입에 지자체가 나서라는 건 무책임하기까지 하다. 관할 지자체에만 책임을 떠넘길 것이 아니라 정부가 나서 자금 지원 등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토지 소유주를 상대로 녹지 보존 설득 작업을 펴는 한편 재산상의 손실을 보전해 줄 방안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쾌적하고 지속가능한 도시는 말로만 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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