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가 종반에 접어들었다. 롯데 자이언츠는 한화 이글스와 치열한 탈꼴찌 경쟁을 벌이고 있다. 부산 팬의 기대에는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이다. 구도 부산의 자존심을 올 시즌에도 회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 양상문 감독과 이윤원 단장이 동시에 사퇴하는 결단을 내렸지만 이미 시즌의 70% 이상을 소화한 시점에서 새로운 반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롯데 팬의 관점에서 보면 지난 38년간 정규리그 우승을 한 번도 못하고, 최하위를 가장 많이 했다는 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꼴찌를 가장 많이 했다는 것은 드래프트에서 나름 좋은 선수를 뽑았다는 뜻인데 무엇이 문제였을까.
KBO 리그에서 구단의 투자와 노력이 상당했음에도 역사적으로 성적이 좋지 않은 대표적인 두 팀을 꼽는다면 LG 트윈스와 롯데다. 두 구단이 안고 있는 문제는 동일하다. 감독의 문제가 아니라 CEO 리스크가 가장 큰 팀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롯데는 지난 38년간 감독과 CEO의 평균 재임 기간이 2년이 채 안된다. 38년간 지나간 CEO나 감독이 얼마나 노력했겠는가. CEO 재임 기간이 짧으면 팀 문화와 철학 그리고 일관성을 유지할 수 없다. 현대 야구는 이미 프런트 야구 시대로 접어들었다. 감독의 역량이 아닌 프런트 전체의 역량을 중시하고 있다. 두산 베어스, SK 와이번스, 키움 히어로즈, NC 다이노스 같은 구단에서 감독은 이제 종속변수다.
프런트가 강하려면 옳은 정책이든 그른 정책이든 일관된 사인이 있어야 한다. 일관된 사인은 CEO의 임기가 보장돼야만 가능하다. CEO가 전문가면 더 좋겠지만 굳이 전문가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2년 임기의 CEO는 아무리 능력 있는 사람이 와도 무의미하다. 롯데그룹이 롯데 자이언츠를 계열사 하나로 인식해 그룹의 정기인사의 한 부분으로 CEO를 임명한다면 한 자이언츠는 한 번 우승은 가능해도 지속적인 강팀이 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며 38년간 지속되어 온 CEO 리스크에서 벗어 날 수 없다. 이 문제가 롯데가 그동안 안고 있었던 아킬레스건이었다.
한국 사회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극심한 불균형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듯이 2019년 프로야구도 마찬가지다. 수도권이 절대 강세다. 전통의 강호 삼성과 KIA도 하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이 문제도 몇 해 전부터 예견되고 있었다. 원인은 KBO 리그가 ‘경쟁적 균형’에 인식이 부족해 생긴 결과이다. 자본주의의 총아 미국도 4대 메이저 프로스포츠에는 철저하게 사회주의적 요소인 ‘경쟁적 균형’을 중시한다. 북미 프로스포츠에 드래프트와 샐러리캡이 적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도적으로 전력균형이 이루어지도록 만들어야 하는 게 리그 사무국의 본질적 역할이다. 그런 측면에서 신인 1차 지명제도는 원천적으로 지방 연고팀에 불리하다. 유망주가 10여 년 전부터 수도권에 몰려 있다. 두산 LG 키움 SK는 노력 없이 우수 선수를 확보하고 있다. 2년마다 시행하는 2차 드래프트도 마찬가지로 구단 이기주의 때문에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다. 구단 재정수지도 시장 규모가 작은 삼성 KIA 한화 NC 등 지방구단이 적자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광고도 수도권 구단에만 몰린다. 구단 가치 평가에서도 서울 구단인 두산과 LG가 성적과 상관없이 최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구장의 임대조건도 롯데를 비롯한 지방구단이 더 많은 비용을 내고 있다. 좋은 코치 영입 및 관련 분야 전문가 영입에도 지방구단은 손해를 보고 있다.
프로야구가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충분히 예견되었기 때문에 미국이나 일본의 프로스포츠에서도 리그 사무국은 ‘경쟁적 균형’과 리그십 실현을 최우선 실천 과제로 삼았다. 프로야구가 투자만으로 이기는 것은 그냥 제로섬게임일 뿐이다. 공정한 조건 아래 경쟁하는 것이 구단의 역량을 증명하는 방법이다. 롯데도 내부적으로는 CEO 리스크, 외부적으로는 제도적으로 불리한 지방구단의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감독과 단장 교체만으로는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단국대 스포츠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