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부산을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로 지정한다”고 발표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꼽히는 블록체인 신기술을 규제 없이 개발·활용함으로써 지역산업을 고도화하고, 대한민국 미래산업을 견인할 절호의 기회를 맞은 셈이다. 강서구 에코델타시티는 국토교통부의 ‘스마트시티 국가시범도시’로 지정돼 계획이 진행 중이다. 정부의 대대적 지원에 힘입어 미래형 도시 모델로 손꼽히는 ‘스마트시티’ 인프라가 부산에 착착 갖춰지고 있다. 스마트시티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교통 환경 주거 에너지 재난 안전 등 도시의 여러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 시민이 편리하고 쾌적한 삶을 누리도록 하는 도시 형태를 말한다.
앞선 지난해 11월 기자회견에서 오거돈 부산시장은 “스마트시티로 나아가겠다”며 도시 지향점을 분명히 했다. 2021년 부산 전 지역에서 무료로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서부산에 대학병원급 의료기관과 첨단과학기술 업체를 유치해 ‘스마트 헬스케어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오 시장은 “종전까지 기술 중심, 공공 주도로 이뤄진 ‘U(유비쿼터스)시티’ 정책에서 시민이 중심인 민간 주도형으로 방향을 바꿔 스마트시티가 부산경제의 미래 성장동력이 되도록 하겠다”고 청사진을 밝혔다.
시장의 ‘거창한 선언’을 뒷받침할 만큼 부산은 과연 스마트시티로의 준비를 잘하고 있을까. ‘민낯’은 지난달 25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부산울산지역연합회 주최로 부산시민운동지원센터에서 열린 ‘부산형 스마트시티를 위한 통합 공청회’에서 드러났다. 경성대 남광우 교수는 “스마트시티의 핵심은 ‘데이터’와 ‘민관 거버넌스’인데 부산은 데이터 개방이 다른 글로벌 도시보다 한참 뒤진다”고 꼬집었다. 토론자로 나선 부산대 강정은 교수가 거들었다. “홈페이지에 공개된 빅데이터 정보량만 비교해봐도 부산시는 100여 건에 불과한 반면 서울시는 6000건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정보 공개 불균형이 발생한다. 거기다 부산시는 원데이터 업로드도 거의 안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부산시 빅데이터포털(bigdata.busan.go.kr)에 들어가면 지역별 흡연율, 진료비, 총카드이용금액, 전통시장·주차장 정보 등 다소 ‘심심한’ 내용의 데이터만 올라와 있다. 반면 글로벌 상위 15개 스마트시티 중 하나인 서울시는 훨씬 ‘활발한’ 느낌이다. 열린데이터광장(data.seoul.go.kr) 내 ‘개방 데이터 카달로그’를 보면 공공부문 데이터는 물론 개인이 보유한 정보까지 통합적으로 서비스돼 정보 공개량 면에서 부산을 압도한다. 특히 ‘서울밤도깨비야시장 일별 매출액’ ‘서울시 침수흔적도’ ‘가꿈주택 시공사례’ 등 생활 밀착형 정보가 많다. 이와 별도로 서울시는 정보공개 코너(opengov.seoul.go.kr)에 결재문서 원문, 회의 정보 등 1700여 건의 행정정보를 올려놨다. 상당한, 거기다 거의 원데이터로 제공하므로 빅데이터 인력이 이를 가공·활용할 소지가 크다. “부산대는 정부의 ‘스마트시티 혁신인재육성사업’을 진행 중인데, 학생들이 ‘부산시는 개방 데이터 자체가 부족하고 부실해 쓰기조차 힘들다’고 푸념한다. 심지어 서울시가 주최한 빅데이터 활용 경진대회에서 부산대 학생이 서울시 빅데이터를 이용해 상을 타온다. 지역인력의 역량은 충분한데, 시가 ‘스마트시티를 지향한다’면서도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음을 드러낸다”고 강 교수는 덧붙였다.
스마트시티는 단지 와이파이 개통을 확대한다고, 블록체인 신기술을 개발한다고 완성되는 게 아니다. 가장 기본은 정보 개방이란 지적을 시는 새겨들어야 한다. 데이터 개방 확대는 스마트시티를 이끌 핵심동력인 ‘리빙랩(Living Lab)’ 활성화로 이어진다. 정보 공개로 시민과 소통하고, 시민은 이를 활용해 자신의 삶을 개선할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며, 이것이 ICT기업과 연결돼 제품·서비스 개발로 이어지는 스마트시티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오 시장이 공언한 ‘시민 중심의 스마트시티’를 달성하기 위해선 지금부터라도 정책 중심이 정보 개방 확대, 이를 통한 리빙랩 강화에 맞춰져야 한다는 말이다.
의료과학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