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했던 대로다. 일본 정부가 한국을 백색국가(수출 절차 간소화 대상국)에서 제외하는 내용이 담긴 수출관리령 개정안과 함께 시행세칙을 공포했다. 지난 2일 일본 각의 결정 후 첫 후속 조치다. 시행세칙은 백색국가 제외와 관련한 하위 법령이다. 1100여 개 전략물자 품목 가운데 개별허가로 돌릴 품목이 지정돼 있다. 오는 28일부터 일본 기업이 일본산 제품을 우리나라에 수출하려면 절차가 한층 복잡하고 까다로워진다.
이번에 공포된 시행세칙에는 기존 반도체 핵심소재 3개 품목 외에 추가로 ‘개별허가’ 품목이 지정돼 있지 않다. 당장 일본의 보복 조치로 피해받는 기업은 더 늘어나지 않게 됐다. 이런 이유로 일본의 공격 수위가 낮아진 게 아니냐는 일부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긴장의 끈을 늦추는 것은 금물이다. 일본 정부의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 대내외적인 상황이 바뀌면 시행세칙을 강화할 수 있다. 개별허가 품목을 언제든지 더 늘릴 수 있는 것이다. 개별허가 품목이 되면 90일까지 걸리는 일본 경제산업성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 앞으로는 자율준수프로그램(CP) 인증을 받은 일본 기업만 특별 일반포괄허가를 받을 수 있는 점도 우려스럽다. 백색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제 일본 기업이 한국에 수출할 때 3년 단위의 일반포괄허가를 받을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일본 소기업 중 자율준수프로그램을 갖춘 곳은 거의 없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일본 소기업과 거래하는 우리 중소기업은 사실상 개별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우리 정부의 치밀한 대응 전략 수립을 촉구한다. 정부는 ‘맞대응 카드’로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고시를 8일 확정할 예정이다. 마땅한 대응으로 여겨진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 기업이 받게 될 불이익을 최소화하는 대책 마련이다. 일본 조치의 내용과 바뀐 절차 등을 구체적이고 신속하게 기업에 알려 혼란이 없도록 하는 것은 기본이다. 장기적으로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일 의존도가 높은 산업체계를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개선해야 한다. 그렇다고 국면을 파국으로 몰고 가는 감정적인 대응은 경계하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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