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거래소(ATS)가 우리나라에서도 곧 설립된다고 한다. 이것은 법률에 근거를 둔 만큼 막을 수 없다. 그러나 부산의 파생금융중심지가 그 기본 구성요소를 갖추기 전까지는 당사자인 서울의 금융투자업계가 스스로 설립 추진을 철회해야 하며 정부 당국의 허가 시기도 미루어져야 한다. 그 이유는 파생금융도시가 될 수밖에 없는 부산의 법적 권리가 서울의 금융투자업계에 의해 내팽개쳐져 지난 10년 동안 파생금융중심지가 텅 비게 되어 20년간 일군 지역특화산업이란 농사가 망쳐지고 말았고, 그로 인한 부산시민의 피해는 실로 막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인행위자가 탈취해간 부산의 법적 권리를 원상복구하고 350만 시민의 피해를 배상한 다음에야 2013년 발효된 대체거래소법을 따르는 것이 법의 순서이며 법을 세우는 일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전면적인 파생상품(선물)시장이 열린 것은 1999년 4월 한국선물거래소(KOFEX)가 부산에서 설립되면서 부터이다. 이전까지는 외국의 선물상품을 국내 고객에게 중개하는 금융투자회사(선물회사)들이 서울에서 영업을 할 수 있었으나, 선물거래소가 한국상품을 취급하게 됨에 따라 선물회사 지점들이 스스로 부산으로 왔다. 이는 거래소가 경매시장이란 속성으로 거래소 주변에 있지 않으면 영업행위가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다만 이때 선물회사들은 부산에 지점형태로 와 있었는데 이것은 초창기이기도 했지만 한시적으로 허용된 서울의 주식관련 선물이 워낙 큰 비중을 차지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부산의 종합파생상품시장은 처음부터 서울 주식선물시장과 얽혔기에 법에 규정된 배타적인 선물거래소 지위(시장일원화 법원칙 : 모든 파생상품거래는 오직 선물거래소에서만 취급한다는 법조문)를 지켜내는 일이 최대의 과제였고, 이것이 부산파생금융중심지의 성패를 가르는 일이 되었다.
이런 시장일원화를 규정한 법령을 지키라는 부산시민의 요구에 서울 쪽은 계속 거부해 2003년 정부는 이해관계 당사자들을 한 울타리로 묶는 통합거래소법을 추진했다. 그렇지만 주식선물을 넘겨받으려던 부산선물거래소가 거대한 힘을 지닌 서울 쪽에 엮이게 되면 부산선물은 머지않아 껍데기가 될 것이라며 지역 사회가 결사반대했다.
이런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정부는 부산의 안전장치로 통합거래소 본사 소재지를 부산에 둘 것, 통합거래소의 독점화, 기존 3개 시장(증권시장 코스닥시장 선물시장)의 고유 업무 및 자율성 보장 등을 모두 법제화한 후인 2005년 1월 통합거래소(KRX)가 부산에서 출범했다.
그러나 4년 뒤인 2009년 초 새로운 통합전산시스템이 가동되면서 부산 통합거래소의 꿈은 무너져 선물거래소시절보다 오히려 후퇴하고 말았다. 서울의 금융투자업계는 KRX의 지배주주라며 부산의 파생상품 접속장비를 무단으로 철거함으로써 주식 관련은 물론 통합 이전부터 부산에 있었던 파생상품거래시스템까지 없애버렸다. 그 결과 부산은 파생관련 금융투자회사가 발붙일 수 없는 곳이 되어 부산에 있던 선물회사들이 모두 떠났다. 이런 사실은 일 년 반 뒤에야 알려져서 부산이 발칵 뒤집어지자 KRX는 국정감사장에서 이의 복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 역시 말장난에 불과했다.
거래소가 있는 세계 모든 도시엔 자연스럽게 금융클러스터가 형성되어 왔고 우리나라 법률에서도 이같이 정의하고 있으며, 부산은 거래소가 있고 더구나 금융중심지란 법적 지위까지 갖췄음에도 그 기본요소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대체거래소 관련법은 2013년에 제정되었지만 파생상품관련 법령 및 계약사항은 2000~2004년 제정됐다. 이미 오래전에 실현되었어야 마땅하다. 부산이 어리숙하게 독점적 지위를 내주게 된 틈을 타 서울금융투자업계는 서울에 제2의 거래소 개설을 시도했다. 그렇지만 그 전에 그들이 허문 부산의 법적 토대와 부산시민의 법적 권리를 복원하고 피해를 배상해야 하는 것이 먼저다. 서울 금융투자업계는 자신들의 편익을 좇아 3가지 법령을 위반했고, 그 결과 파생금융중심지를 텅 비게 했다는 문제제기에 대해 이달 중으로 부산시민에게 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부산시민이 직접 나서서 법적 절차를 통해 부산의 권리 되찾기에 나설 것임을 천명한다.
동아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