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수출을 규제키로 한 반도체 소재 3개 품목 중 1건의 수출 신청을 허가했다는 소식이다. 이 품목은 삼성전자가 신청한 물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신청 내용을 심사한 결과 군사 전용 우려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일본이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를 단행한 지 한 달여 만에 나온 조치여서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기존의 강경 입장과는 달리, 1건이긴 해도 수출 신청을 허가했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일본 정부의 이번 조치는 지난 7일 한국을 백색 국가에서 제외하는 시행령 개정안 공포 및 시행세칙 공개와 맞물려 특히 주목된다. 당초 예상과는 달리 기존 3개 품목 외에 개별허가를 받아야 하는 품목을 새롭게 추가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본이 한국과의 경제전쟁 확전을 유보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없지 않았다. 속내를 떠나 표면적으로는 일본이 공격 수위를 낮추는 듯한 모양새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겉모습과는 달리 일본의 전략은 한층 교묘해진 것으로 보인다. 공개된 시행세칙을 보면 개별허가 품목만 추가되지 않았을 뿐, 언제든지 규제의 고삐를 죌 수 있는 내용들이 적지 않았다. 1건의 수출 신청 허가 또한 같은 맥락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가 수출 금지나 무역 제한 조치가 아니라는 점을 부각하고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에도 어긋나지 않는다는 걸 이번 조치를 통해 부각하려는 의도라는 이야기다. 수출 규제를 둘러싼 곱지 않은 국제적 여론을 의식해 명분을 쌓으려는 노림수로 전체적인 기조는 변함이 없는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결국은 일본 자신을 포함한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승자 없는 게임”이라며 재차 수출 규제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문 대통령 언급처럼 실익도 없는 수출 규제에 일본이 더는 매달려서는 안 된다. 어설픈 명분 쌓기로 고조되고 있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해가려는 꼼수는 통하지 않는다. 따라서 일본은 수출 규제를 조속히 철회해야 마땅하다. 아무리 에둘러 가도 결국은 수출 규제가 자충수라는 걸 일본은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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