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과의 경제문제가 전쟁이라고 불릴 정도로 치열하다. 한국과 일본 모두 각 정부의 대응에 찬성과 반대의 목소리가 있다. 우리 정부는 대통령이 나서서 “다시는 일본에 지지 않을 것이다”고 말하는 등 일본의 조치에 강력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지만 일부 야당과 보수언론에서는 그동안 정부가 잘못했고 대응도 잘못됐다는 점과 불매운동도 그다지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어느 말이 맞는지 모른다. 하지만 윈스턴 처칠이 설파했던 ‘역사를 잊은 나라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말에 비추어 우리 역사를 살펴봤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침략할 당시 한편에서는 “일본은 강한 나라이니 대항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일본의 침략에 맞서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한 사람들도 있었다. 대항해서는 안 된다며 자국 국민들을 나무란 사람들은 일본의 독립운동 탄압, 일본군 성노예, 강제징용 등에 오히려 호응하며 일본에 도움이 되었고, 일본에 대항해야 한다는 사람들은 독립운동의 뿌리가 되었다. 이런 점을 돌이켜 보면 우리가 어떠한 생각을 가져야 하는지 스스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인의 특성 중 손꼽히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은 사실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고대 그리스에서 시민이라고 하면 노예나 여자를 포함하는 의미가 아니듯 일본의 폐 끼치지 않는 문화도 힘 있는 사람이나 적어도 자기에게 영향을 줄 수 있거나 대등한 정도의 사람에게 통용되는 것이지 다른 나라 사람이나 약자에게까지 적용되지는 않는다. 만약 이 말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는 것이라면 우리나라를 침략한 것은 엄청난 폐를 끼친 것인데 적어도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지는 말았어야 한다. 결국 우리가 힘을 기르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말도 한다. 일본 사람들은 치밀하고 이성적이기에 우리의 대응과 결과까지 예측하고 행동하며 우리는 늘 감정적으로 대응하기 때문에 손해만 본다고 말이다. 무슨 근거로 이런 말이 생겨났는지 모르지만 필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일본 근대화의 촉발지가 된 사쓰마지역에 ‘생각할 여유가 있으면 우선 행동하라’는 양명학 전통에 기반한 속담이 있다. 이는 일본 근대화 주도 세력들이 몇 차례 결단력 있게 행동한 결과가 나쁘지 않았던 것을 두고 미화하여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 일본이 치밀하게 결과까지 예측하는 신출귀몰한 재주가 있었다면 정유재란을 왜 일으켰는가. 또 미국을 향한 진주만 기습과 가미카제 특공대의 무모한 공격은 왜 시도했으며 지금 한일 양국 관계를 해치기만 하는 경제는 왜 건드렸겠는가.
일본과는 지금까지 정치적 의견 충돌은 있었어도 이를 경제 영역까지 끌어들여 상대방에게 불이익을 주는 행위는 서로가 하지 않았다. 선을 넘지는 않았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이번에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경제적 이점을 무기화해 우리의 가장 아픈 부분을 때렸다. 필자도 일 년에 몇 번씩 일본을 오가며. 일본에 대하여 알 때마다 정말 대단한 나라라고 생각했다. 누가 알아주든 말든 자기 일에 혼신의 힘을 다하는 장인정신이 일본을 떠받치는 힘이며 우리도 배울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야마오카 소하치의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내가 가장 감명 깊고 재미있게 읽었던 책 중의 하나다. 그런데 그런 일본이 이웃 나라의 아픈 곳을 때려서 이익을 누리려 하다니 실망이다. 일본은 우리를 수차례 침략하여 많은 폐를 끼쳤다. 그런 나라에게 문화국가로서 그에 상응하는 존중을 해주었으면 한다. 민주국가의 사법부 판결을 트집 잡는 속 좁은 나라가 아니라 말이다. 35년이나 남의 나라를 지배해 고통을 준 것이 과연 보상이라는 한마디로 ‘퉁 칠’ 수 있는 것인가. 일본은 70년 전 헐버트 박사가 ‘일본의 외교는 속임수가 전부다’고 한 말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면 좋겠다. 그래서 나도 이전처럼 부담 없이 일본에 가고 일본 맥주를 마실 날이 왔으면 한다.
변호사·법무법인 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