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이유로 한미연합훈련을 지목했다. 그는 한미훈련이 끝나면 미사일 발사를 멈추고, 북미협상에 나설 뜻을 밝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서다. 트럼프는 김정은의 편지를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작은 사과였다”고 했다. 그러나 북한은 남한에겐 “한미훈련에 대한 해명 전엔 남북 접촉은 어렵다”고 했다. 훈련은 한미 두 나라가 하는데도 미국에는 유화적 제스처를 취하면서 책임은 남한에게만 지웠다. 1994년 제네바합의 때 등장한 ‘통미봉남(通美封南)’ 정책의 재연이다.
북한의 통미봉남 정책은 자못 우려스럽다. 국제사회의 원칙과 통념을 거스르는 잘못된 행태 속에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 10일 또다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동해상으로 쏘았다. 지난 6월 말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 이후 5번째이며, 올 들어서 7번째 도발이다.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결의 위반이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미 본토를 위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아닌 단거리 미사일은 괜찮다고 용인한다. 여기에 편승한 북한은 남한의 발사 중단 요구에 대해 “미국 대통령까지 인정했는데 남조선 당국이 뭐길래 군사적 긴장 격화니 하며 횡설수설하는가”라고 항의했다. 남한을 사정권에 둔 미사일을 쏘고서도 되레 큰소리를 치니,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지도부가 뭔가 크게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용인하는 건 트럼프 행정부이지 미국 여야 정치권 다수가 아니다.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에선 비난의 목소리가 우세하다. 유럽연합(EU)은 북한의 지난 10일 도발에 대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와 안전, 신뢰를 만들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계속 훼손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행정부도 북한의 도발을 더는 허용해선 안 된다. 동맹국을 위태롭게 하는 평화 추구라는 건 있을 수가 없다. 그러다간 북한 비핵화에 대한 의지와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고, 북한 비핵화를 재선에 활용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 또한 빛이 바랠 게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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