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 사례를 참고하고 있습니다.” 부산 옛 해운대역 정거장 부지 개발을 맡은 특수목적법인(SPC) ㈜해운대역개발의 대표가 최근 한 말이다.
국토부 소유 옛 해운대역 정거장 부지의 공원화를 요구하는 주민과 상업시설 개발을 고수하는 한국철도시설공단 간 입장차가 첨예하다. 그런데 SPC 대표가 지속 가능한 도시 재생 사례로 손꼽히는 ‘하이라인 파크’를 언급했다.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이라인 파크는 뉴욕 고가철로 위에 조성된 공중 정원이다. ‘하이라인’은 뉴욕시를 관통하던 고가철로로,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물류 운송 동맥 역할을 했지만 1980년대 폐선 이후 30년간 버려져 주변이 우범지대가 됐다. 그런데 1990년대 철로가 위치한 첼시에 부동산 개발 바람이 불면서 철거가 논의됐다. 이후 지역의 두 청년이 철로 철거에 반대하면서 하이라인 파크 조성의 역사가 시작된다. 이들은 ‘하이라인의 친구들(FHL)’이라는 비영리 단체를 만들어 철로 철거 반대 운동을 이끌었다. 2014년 전면 개방된 길이 2.4㎞, 높이 9m 공중 정원은 전 세계 도심 재생 롤모델이 됐다.
옛 해운대역 정거장 개발이 하이라인 파크의 전철을 밟는다면 기나긴 이해관계 조정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수십 년간 철로 주변 낙후된 환경에서 희생을 감내해온 주민은 그 대가로 역사와 정거장 부지를 공원으로 만들자고 요구한다. 해운대구와 지역 정치인도 이런 주장을 지지한다. 반면 공단은 부산 전역 폐철로를 지역에 환원한 대가로 정거장 부지 내 상업 개발이 필요하다고 맞선다. 이런 이유로 SPC가 설립됐다. 여기에 최근 옛 해운대역사 건물 철거를 반대하는 시민단체까지 가세해 갈등을 빚는다.
FHL도 10년 넘게 지역 공무원과 철도회사 토지주 건물주 시민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과정을 겪었다. 해운대역개발 측은 주민 지자체 공단이 참여하는 4자 협의체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하이라인 파크에 비춰볼 때 1년가량 된 정거장 부지 갈등은 아직 시작 단계다. 관건은 앞으로 수없이 반복될 갈등을 감내할 만한 철학이 있느냐다. 하이라인 파크는 도심 발전 역사를 살린 지속 가능성이라는 철학을 담았다. 부디 현재의 정거장 부지 갈등이 각 주체의 이익과 욕망이 충돌하는 싸움 그 이상이 되길 바란다. 그래야 훗날 모두가 만족하는 도심 재생 역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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