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장재건 칼럼] 조국의 ‘서해맹산(誓海盟山)’

잇단 논란 불구 장관 지명, 검찰 개혁 의지 밝혔지만 제대로 완수할진 미지수

청와대 시절 행태 반복 땐 또다시 구설만 자초할 것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또 한 차례의 전쟁이 시작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법무부장관 지명을 강행하면서다. 장관급 8명의 중폭 개각이지만 세상의 관심은 온통 조 후보자에 쏠려 있다. 전쟁도 종전과는 달리 예사 전쟁이 아닐 듯하다. 청문회 정국이라고는 해도 사실상 조 후보자 한 명을 둘러싼 여야 간 한 판 힘겨루기가 될 공산이 큰 까닭이다. 청와대가 작정하고 큰 싸움을 걸었으니 야당도 호락호락 물러날 수는 없다. 장관 한 명의 지명을 두고 이토록 살벌한 싸움판이 예고된 적이 있나 싶기도 하다.

사실 이 싸움판은 한 달 여 전부터 예고됐다. 청와대가 띄운 의도적 애드벌룬이든, 아니든 조 전 수석의 법무부 장관 기용설이 불거지면서다. 당연히 야권을 중심으로 끝없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 비판의 옳고 그름을 떠나, 시간이 흐르며 조 전 수석의 장관행은 점점 기정사실이 돼 갔다. 청와대는 물론, 당사자까지 여론의 향배를 관망하는 모양새였다. 그리고 청와대는 마침내 칼을 빼 들었다. 따가운 시선이 없지는 않았지만, 한 달 여 시간이 지나면서 충격파가 어느 정도 희석됐다고 판단한 듯하다. 어차피 갈 길, 조금 에둘러 갔을 뿐이다.

2년2개월이나 장수한 조 전 수석의 청와대 생활은 파란만장하다. 여타 정권의 민정수석과는 판이한 행보를 보인 까닭이다. 정권의 내밀한 부분을 감찰하는 등의 업무 때문에 웬만해선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게 통례다. 고작해야 장관 등 인사 검증이 실패하면 책임론이 오르내리는 정도였다. 조 전 수석 또한 예외는 아니었지만 숱한 인사 검증 실패에도 굳건히 살아남았다. 그것도 모자라 틈만 나면 SNS 등을 통해 각종 현안에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밝혔다. 도대체 민정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이런 그를 문 대통령은 끝까지 방치했다.

끝없는 잡음에도 문 대통령이 조 전 수석의 법무부 장관행을 강행한 이유는 물론 다른 데 있지 않다. 자신이 끝내 이루지 못한 검찰 등 사법개혁을 완수하는 일이다. 실제 문 대통령 또한 2006년 노무현 정부 민정수석 시절 법무부 장관으로 기용될 뻔했다. 하지만 당시 노 정부는 레임덕이 극심했고, 여당이던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마저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결국 좌절됐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여전히 높은 편이고 여당의 힘도 그때보다는 강하다. 지금이 아니면 사법개혁의 꿈은 물 건너갈 수 있다는 판단인 셈이다.
물론 ‘내로남불’ 논란이 발목을 잡고 있기는 하다.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권재진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에 기용했을 때와 상황이 너무 닮아서다.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이 지금의 야당과 똑같은 논리로 거세게 비판했던 과거가 족쇄가 됐다. 정치적 중립 차원에서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행은 누가 봐도 문제의 소지가 많다. 그런데 과거 자신들이 그토록 비판했던 논리가 부메랑으로 돌아왔으니 어떤 변명도 구차하다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런 비난을 감수하면서 청와대가 이번 인사를 밀어붙인 것은 사법개혁에 대한 절박함에서 비롯됐을 터이다. 내로남불 논란 또한 어디 이 뿐이겠나.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적 공방마다 공수만 바뀌었을 뿐 자기 얼굴에 침 뱉는 사례가 좀 많았나. 비록 내로남불 시비가 있긴 해도 국민 대다수가 검찰개혁을 지지하고 있는 마당이다. 인사청문회도 야당이 한 판 전쟁을 예고하고 있지만, 큰 흠결이 드러나 사퇴하지 않는 다음에야 반대를 무릅 쓰고 임명을 할 공산이 크다.

거센 논란에도 불구하고 만약 조 후보자가 장관에 취임한다면,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그나마 검찰개혁이라는 과업을 무리 없이 완수한다면 좋겠지만, 그 과정에서 또다시 숱한 구설이 나올 수 있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세간에서 가장 우려하는 정치적 중립이다. 같은 과업을 떠안고 윤석열 검찰총장이 얼마 전 임명됐지만, 그 또한 검찰 조직의 일원인 만큼 내부 반발에 움츠릴 가능성이 없지 않다. 조 후보자의 장관 지명도 이런 우려를 보완하려는 차원일 것이다. 하지만 장관은 민정수석과는 또 다른 자리다. 혹여나 민정수석 시절 좌충우돌하던 행태를 되풀이하다간 목적한 검찰개혁은커녕 엉뚱한 분란만 일으킬 뿐이다.

조 후보자는 지명 이후 일성으로 이순신 장군이 지은 한시 ‘서해맹산(誓海盟山, 바다와 산에 맹세한다)’을 인용하며 검찰개혁을 강력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우회적으로 밝혔다. 그러면서 “동시에 품 넓은 강물이 되고자 한다”며 “세상 여러 물과 만나고, 내리는 비와 눈도 함께하며 멀리 가는 강물이 되고자 한다”고도 했다. ‘품 넓은 강물’이 되겠다는 조 후보자의 맹세가 잘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다만 한 가지만 명심하길 바란다. 민정수석 때처럼 요란해서야 결코 ‘멀리 가는 강물’이 되기는 힘들다는 점 말이다.

논설실장 jjk@kookje.co.kr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많이 본 뉴스RSS

  1. 1합천창녕보 찾은 낙동강 대응팀 “수질 등 평가 뒤 보 처리방안 마련”
  2. 2유탄 맞은 부산대, 진상 파악·해명 안간힘
  3. 3연극 ‘택배왔어요’, 현대사회 노인문제 신랄하게 파헤쳤다
  4. 4‘역사 공백’ 찾아 지역 문화 틈 메우고, 미래 찾겠습니다
  5. 5전포동 놀이마루 ‘첨단 도시놀이터’ 조성
  6. 6일본 밀려난 신차 대전…SUV-세단 ‘가을 레이스’
  7. 7부산시립미술관장 “갑질 없었다” vs 미협 “퇴진운동 계속”
  8. 8조회수에 눈먼 유튜버, 경찰 이용해 영상까지 조작
  9. 9[기아자동차 K7 프리미어] 180도 달라진 페이스리프트…‘카투홈’ 국내 최초 적용
  10. 10[사회복지관 지역맞춤 사업] 이웃 둘러앉아 웃음꽃 피네, 따뜻한 ‘토요밥상’
  1. 1부산의료원장 A씨 "조국 딸 혼자가 아닌 ‘다수 제자’들을 위한 장학금"
  2. 2청문회 앞둔 조국...웅동학원 관련 의혹이 제기되다
  3. 3조국 딸 의혹에 “내일이라도 청문회 열어달라” 청문회 일정은?
  4. 4점점 커지는 '조국 의혹'…野 '집중포화' 돌파할까
  5. 5조국 가족 운영하는 '웅동학원'…청문회 앞두고 재조명
  6. 6한일 외교장관, 21일 베이징서 회담…갈등해법 모색 주목
  7. 7위장 이혼·위장 매매 의혹 조국의 전 제수, 호소문 전달해... "아이가 상처받지 않게 해주세요"
  8. 8한국당, 오늘 조국 일가 "위장매매·소송사기 혐의" 고발
  9. 9최인호 "내년 수도권 인구 비수도권 추월…균형 발전 필요"
  10. 10조국 "인사청문회 내일이라도 열어달라…의혹 설명할 것"
  1. 1하반기 금융권 공채…은행만 2000명 뽑는다
  2. 2우리은행, 추석 앞두고 중소기업에 15조 지원
  3. 3오시리아단지 ‘완판’ 임박…잔여부지 투자자 속속 등장
  4. 4돈세탁 의심 금융거래, 지난해 100만 건 육박
  5. 5IMO(국제해사기구) 규제 앞둔 부산항, 대기질관리구역도 지정…선사 비상
  6. 6반도체 흔들리자…상반기 상장사 순익 43% 급감
  7. 7‘홍콩 악재’ 투자자 불안 커지는데 금감원 “지수 연계 ELS(파생결합증권) 손실 희박”
  8. 8웅동 배후단지 입주할 신규업체 내달말 모집
  9. 9갤노트10 홍보 트레일러 전국 누빈다
  10. 10취미용 드론 성능 천차만별
  1. 1조국 딸, 의전원 포기 않고 용이 되려 했나…두 번의 유급과 장학 혜택의 모순
  2. 2조국 딸 사진 명예훼손 처벌 가능…문제의 본질은 어디로
  3. 3초오 달여 먹고 또 사망 사고…“사약 재료로 사용된 독한 약초”
  4. 470대 몰던 승용차 인도 돌진해 30대 임산부 덮쳐
  5. 5‘우 순경 사건’ 우범곤 순경 총기난사… 주민 62명 사망·33명 중경상
  6. 6주택에 침입해 여성 속옷 훔친 40대 구속…모두 3차례 걸쳐 범행
  7. 7금난새, 서울예고 교장 사임 의사 전달…과거 ‘교장이 출근하지 않는다’ 감사
  8. 8수원 아파트 균열 발생… 1991년 지어진 건물, 8~9개 층에 5cm ‘쩍’
  9. 9양산지역 특성화고 설립 추진 잰 걸음
  10. 10'한강시신 사건' 장기화할 뻔…경찰 대응 논란
  1. 1코미어 꺾은 미오치치, 1년 1개월만에 헤비급 타이틀 탈환
  2. 2퀴라소 야구 네덜란드 유럽야구선수권 우승 안기기도
  3. 3 한국, 퀴라소에 4-0 완승… “다음은 일본전!”
  4. 4램파드 첫승 또 실패... 첼시vs레스터 1-1 무승부
  5. 5추신수, 3년 연속 20홈런…미네소타전 동점 홈런 쾅
  6. 6추신수 3년 연속 20홈런…최지만 끝내기 안타
  7. 7 친정팀 만날 다익손, 롯데 구원의 손 될까
  8. 8권순우 US오픈 테니스 예선 3번 시드
  9. 9EPL 최고 왼쪽 풀백 애슐리 콜, 축구화 벗고 지도자로 2막 연다
  10. 10‘30인 생존게임’ 한국선수 중 임성재만 웃었다
지방분권으로 도시 살린다
대학이 가져온 ‘부’- 독일 하이델베르크
지방분권으로 도시 살린다
친환경에서 캔 ‘노다지’- 독일 프라이부르크
강동진 칼럼 [전체보기]
이기대·청사포가 눈앞서 사라진다면
2030엑스포 개최에 관한 간절한 소망
기고 [전체보기]
부산포해전을 부산대첩으로 격상하자 /서정의
‘문화도시 부산’에 대한 소고 /김배경
기자수첩 [전체보기]
극한직업의 수상구조대 /임동우
옛 해운대역 도시재생 롤모델로 /이승륜
김용석 칼럼 [전체보기]
달에는 토끼가, 지구에는 청룡이 산다
기생충의 세상, 그 우화의 이면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조선 시대 선비들의 음악문화
전통 가곡인가, 한국 가곡인가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신라젠 쇼크 줄여야 바이오가 산다 /이석주
“한가한 소리 하고 있네” /하송이
도청도설 [전체보기]
데스 노트
색깔 혁명
문태준 칼럼 [전체보기]
조선시대 ‘북캉스’ 풍경
데이비드 호크니의 첫 생각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경상도의 여름음식 찜국
품종을 따져라, 밥맛이 달라진다
사설 [전체보기]
부전~마산 복선철 배차간격 축소 정부 적극 검토를
기약 없는 한일어업협상, 계속 손 놓고만 있을 건가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중앙정부와 지자체 복지 역할 재정립
‘건강보험 하나로’와 문재인 케어
이은화의 미술여행 [전체보기]
예쁘고 행복한 그림의 화가
바람둥이 화가의 영원한 사랑
이홍 칼럼 [전체보기]
일본은 실수했다
창의성, 한국기업의 다음 생존전략
장재건 칼럼 [전체보기]
조국의 ‘서해맹산(誓海盟山)’
두 정치인의 죽음
제언 [전체보기]
광안대교, 해양안전 감시시스템 구축을 /이윤석
조영석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더위 식혀주는 음악들
7월의 음악예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닭백숙과 와인…더위를 이기는 조합
‘디오픈’ 우승컵은 와인 주전자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김윤겸의 실경산수 ‘태종대’
김정희를 흠모한 이한복
  • 2019아시아 트레일즈 컨퍼런스
  • 사하관관사진공모전
  • 제5회 극지 해양 도서 독후감 공모전
  • 부산관광영상전국공모전
  • 유콘서트
  • 어린이경제아카데미
  • 어린이극지해양아카데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