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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건 칼럼] 조국의 ‘서해맹산(誓海盟山)’

잇단 논란 불구 장관 지명, 검찰 개혁 의지 밝혔지만 제대로 완수할진 미지수

청와대 시절 행태 반복 땐 또다시 구설만 자초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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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차례의 전쟁이 시작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법무부장관 지명을 강행하면서다. 장관급 8명의 중폭 개각이지만 세상의 관심은 온통 조 후보자에 쏠려 있다. 전쟁도 종전과는 달리 예사 전쟁이 아닐 듯하다. 청문회 정국이라고는 해도 사실상 조 후보자 한 명을 둘러싼 여야 간 한 판 힘겨루기가 될 공산이 큰 까닭이다. 청와대가 작정하고 큰 싸움을 걸었으니 야당도 호락호락 물러날 수는 없다. 장관 한 명의 지명을 두고 이토록 살벌한 싸움판이 예고된 적이 있나 싶기도 하다.

사실 이 싸움판은 한 달 여 전부터 예고됐다. 청와대가 띄운 의도적 애드벌룬이든, 아니든 조 전 수석의 법무부 장관 기용설이 불거지면서다. 당연히 야권을 중심으로 끝없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 비판의 옳고 그름을 떠나, 시간이 흐르며 조 전 수석의 장관행은 점점 기정사실이 돼 갔다. 청와대는 물론, 당사자까지 여론의 향배를 관망하는 모양새였다. 그리고 청와대는 마침내 칼을 빼 들었다. 따가운 시선이 없지는 않았지만, 한 달 여 시간이 지나면서 충격파가 어느 정도 희석됐다고 판단한 듯하다. 어차피 갈 길, 조금 에둘러 갔을 뿐이다.

2년2개월이나 장수한 조 전 수석의 청와대 생활은 파란만장하다. 여타 정권의 민정수석과는 판이한 행보를 보인 까닭이다. 정권의 내밀한 부분을 감찰하는 등의 업무 때문에 웬만해선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게 통례다. 고작해야 장관 등 인사 검증이 실패하면 책임론이 오르내리는 정도였다. 조 전 수석 또한 예외는 아니었지만 숱한 인사 검증 실패에도 굳건히 살아남았다. 그것도 모자라 틈만 나면 SNS 등을 통해 각종 현안에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밝혔다. 도대체 민정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이런 그를 문 대통령은 끝까지 방치했다.

끝없는 잡음에도 문 대통령이 조 전 수석의 법무부 장관행을 강행한 이유는 물론 다른 데 있지 않다. 자신이 끝내 이루지 못한 검찰 등 사법개혁을 완수하는 일이다. 실제 문 대통령 또한 2006년 노무현 정부 민정수석 시절 법무부 장관으로 기용될 뻔했다. 하지만 당시 노 정부는 레임덕이 극심했고, 여당이던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마저 반대 입장을 표명하면서 결국 좌절됐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여전히 높은 편이고 여당의 힘도 그때보다는 강하다. 지금이 아니면 사법개혁의 꿈은 물 건너갈 수 있다는 판단인 셈이다.

물론 ‘내로남불’ 논란이 발목을 잡고 있기는 하다.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권재진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에 기용했을 때와 상황이 너무 닮아서다. 당시 야당이던 민주당이 지금의 야당과 똑같은 논리로 거세게 비판했던 과거가 족쇄가 됐다. 정치적 중립 차원에서 민정수석의 법무부 장관행은 누가 봐도 문제의 소지가 많다. 그런데 과거 자신들이 그토록 비판했던 논리가 부메랑으로 돌아왔으니 어떤 변명도 구차하다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런 비난을 감수하면서 청와대가 이번 인사를 밀어붙인 것은 사법개혁에 대한 절박함에서 비롯됐을 터이다. 내로남불 논란 또한 어디 이 뿐이겠나.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적 공방마다 공수만 바뀌었을 뿐 자기 얼굴에 침 뱉는 사례가 좀 많았나. 비록 내로남불 시비가 있긴 해도 국민 대다수가 검찰개혁을 지지하고 있는 마당이다. 인사청문회도 야당이 한 판 전쟁을 예고하고 있지만, 큰 흠결이 드러나 사퇴하지 않는 다음에야 반대를 무릅 쓰고 임명을 할 공산이 크다.

거센 논란에도 불구하고 만약 조 후보자가 장관에 취임한다면,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그나마 검찰개혁이라는 과업을 무리 없이 완수한다면 좋겠지만, 그 과정에서 또다시 숱한 구설이 나올 수 있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세간에서 가장 우려하는 정치적 중립이다. 같은 과업을 떠안고 윤석열 검찰총장이 얼마 전 임명됐지만, 그 또한 검찰 조직의 일원인 만큼 내부 반발에 움츠릴 가능성이 없지 않다. 조 후보자의 장관 지명도 이런 우려를 보완하려는 차원일 것이다. 하지만 장관은 민정수석과는 또 다른 자리다. 혹여나 민정수석 시절 좌충우돌하던 행태를 되풀이하다간 목적한 검찰개혁은커녕 엉뚱한 분란만 일으킬 뿐이다.

조 후보자는 지명 이후 일성으로 이순신 장군이 지은 한시 ‘서해맹산(誓海盟山, 바다와 산에 맹세한다)’을 인용하며 검찰개혁을 강력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우회적으로 밝혔다. 그러면서 “동시에 품 넓은 강물이 되고자 한다”며 “세상 여러 물과 만나고, 내리는 비와 눈도 함께하며 멀리 가는 강물이 되고자 한다”고도 했다. ‘품 넓은 강물’이 되겠다는 조 후보자의 맹세가 잘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다만 한 가지만 명심하길 바란다. 민정수석 때처럼 요란해서야 결코 ‘멀리 가는 강물’이 되기는 힘들다는 점 말이다.

논설실장 jj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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