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항일운동사를 조명하기 위한 ‘부산 독립기념관’ 건립이 1년째 표류하고 있다니 답답한 노릇이다. 이 사업은 지난해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오거돈 시장이 당선됐을 때 부산보훈청이 광복회 부산지부 등과 함께 시장 인수위원회에 제안을 함으로써 표면화됐다. 부산보훈청은 당시 부산의 독립운동 기념시설이 서구 광복기념관과 중구 백산기념관 두 곳뿐이어서 지역 독립운동사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공식 시설이 필요하다는 여론에 따라 건립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 사업은 예산 조달이 힘들어지면서 좀처럼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부산 독립기념관과 같은 ‘현충 시설’은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2004년부터 지방사무로 이양돼 국비지원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아무리 취지가 훌륭하더라도 법적으로 국가의 도움을 얻을 수 있는 길이 차단된 셈이다. 몰론 예외 규정이 전혀 없지는 않다. 민간이 주체가 돼 사업을 이끌게 되면 전체 비용의 30% 내에서 정부로부터 경상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그렇지만 이런 규정은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막대한 예산이 드는 부산 독립기념관 건립을 오롯이 민간이 주도하기란 쉽지 않아서다. 또 다행히 민간이 나선다 하더라도 난제는 수두룩하다. 무엇보다 참여 단체 조율을 통한 위원회 구성이 급선무인데 이 부분은 아직 논의조차 되지 않은 상태다. 즉 현재의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부산 독립기념관을 세우는 작업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정부는 현충 시설 사업의 지방사무 이양에 대해 재검토를 하는 것이 마땅하다. 지방분권 강화를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이 정책이 오히려 지역의 현충 시설 건립을 가로막는 족쇄가 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부산시도 이번 기회에 어떤 식으로든 부산 독립기념관 조성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나라 제2의 도시인 부산에 지역 독립운동사를 제대로 정리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면 부끄러운 일임이 분명하다. 더구나 올해는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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