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우리 강산을 그리다’전은 조선 시대 후기에 주로 유행했던 실경산수화를 보여주는 전시이다. 이번 특별전에는 정선과 김홍도 등 유명한 화가의 작품뿐만 아니라 김응환, 김윤겸, 김하종 등 그동안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화가들의 다양한 지역을 그린 작품도 전시돼 관심을 끈다. 이렇게 화가가 직접 여행을 하며 실경을 그린 작품을 따라가며 감상하면 마치 자신이 직접 여행을 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이런 그림을 보는 일을 ‘누워서 세상을 즐긴다’는 의미로 ‘와유(臥遊)’라 부르기도 한다.
| |  |
| 조선 후기 화가인 김윤겸의 ‘태종대’. |
이번 전시회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작가 중의 한 명이 진재(眞宰) 김윤겸(金允謙·1711~1775)이다. 김윤겸은 비록 서얼이었으나 양반 집안에서 태어나 역시 양반화가인 정선의 영향을 받아 강희언, 김응환 등과 함께 ‘정선화풍’의 맥을 이어 실경산수를 주로 그렸다. 화가로서의 능력을 갖춘 이후에는 점차 정선의 화풍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을 이루었다. 김윤겸의 ‘영남명승기행사경첩(嶺南名勝紀行寫景帖)’은 영남 지역의 명승 열네 곳을 그린 화첩이다. 그 중에 부산 풍경을 그린 것 세 점이 있는데 ‘몰운대(沒雲臺)’ ‘영가대(永嘉臺)’와 ‘태종대(太宗臺)’이다.
‘몰운대’는 다대포지역에 있는 해안으로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매우 아름답다. 해류의 영향으로 짙은 안개가 자주 끼어 시야가 자주 가려지기 때문에 몰운대라 하였다고 한다. ‘영가대’는 범일동에 있는 정자로 조선 후기 일본으로 가는 통신사들이 무탈한 항해를 기원하며 해신에게 제사를 지내고, 떠났다 돌아오는 기점이 되는 곳이다. ‘태종대’ 또한 부산 지역을 대표하는 해안 명승지로 해안 절벽과 기암괴석이 멋스러운 곳이다.
그 중 태종대를 그린 작품을 보면 대상을 대담하게 생략하고 수묵과 담채로 가볍게 그린 표현 방식이 마치 서구적인 수채화를 연상하게 할 정도로 맑다. 태종대는 그 아름다움 때문에 예부터 시인 묵객이 많이 찾았던 곳이다. 특히 신라의 태종무열왕이 이곳 해안의 절경에 심취해 한동안 머물며 활쏘기를 즐겼다 해서 태종대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작품을 자세히 보면, 김인겸의 페르소나(persona)로 보이는 인물이 바위 끝에 앉아 있다. 날이 좋으면 이곳에서 일본의 대마도가 보이기도 한다고 한다. 작중 인물은 마치 대마도를 보려는 듯 뚫어지게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요즘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과 사이가 좋지 못하다. 혹시 김윤겸은 태종대 끝에 앉아 저 멀리 대마도를 바라보며 세상사를 걱정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한다.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