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과 2018년에 있었던 강제징용 피해자의 일본 기업에 대한 대법원의 손해배상판결로 한일 관계가 경제전쟁이라고 표현될 정도로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일본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징용배상 문제는 종결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한국은 삼권분립을 근거로 형사적 피해에 대한 배상문제가 남았다고 주장한다. 우리 헌법 제6조 제1항은 “헌법에 의하여 체결 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규정한다. 이 문제는 조약의 국내법적 효력과 관련이 있다. 조약이 헌법 하위에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조약과 국내법의 효력 우위가 문제가 된다.
프랑스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등은 조약의 효력 우위를 인정한다. 옥스퍼드대 하젤 폭스(Hazel Fox) 교수 같은 국제법학자는 국내법 적용을 포함한 외교문제에 관한 한 사법부가 행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거나 행정부를 대외적으로 곤경에 빠트리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현재 한일분쟁에서 일본은 판결이 청구권협정 위반이라고 주장하고 한국은 삼권분립을 근거로 내세운다. 확정된 대법원판결은 국내에서는 최종적 효력을 갖고 있으나 외국에 대하여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일청구권협정 당시 한국 정부가 받은 돈이 배상이냐 보상이냐는 논란이 있다. UN의 ‘국제위법행위에 대한 국가 책임 규정(ILC)’초안에 의하면 국가가 가해국으로부터 배상금을 받으면 피해를 입은 자국민에게 배상을 해주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판결은 삼권분립의 원칙상 정부가 간섭할 수 없는 것이지만, 집행의 문제는 사법행정적 문제이므로 정부가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것이라 본다.
대법원판결에 대한 집행이 시작되자 일본은 반도체부품에 대한 수출금지와 한국을 화이트국가에서 제외하는 보복조치를 했다. 이것은 일본 정부의 옹졸함을 보인 대응이었지만, 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도 걱정되기는 마찬가지다. 기술 강국 일본이 수십 년간 우위를 보여온 부품을 수년 내에 개발해 대체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이다. 국제분업과 비교우위가 지배하는 세계화시대에 한국과 같은 중간규모의 국가가 모든 것을 다 생산할 수 없고 경제성 문제도 있다. 부품의 질이 좋지 않으면 완제품도 문제가 생기고 완제품의 판로도 무너진다. 얼마 전 윤증현 전 경제부총리는 한국은 부품보다 중간재에 집중하는 것이 경제적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품의 80%가 중간재이다. 한국이 완제품, 중간재, 부품 모두를 전부 생산한다는 것은 경제적 집중도가 떨어지고 완제품에서 추월당할 수 있는 것이다.
일본의 경제보복은 WTO 규정 위반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WTO 제소는 최소한 2년 이상 걸려야 1심 판결이 나오며 항소도 할 수 있고 많은 예외조항이 있으며 강제성도 없다. WTO규정 제21조는 국가안보를 위한 예외를 규정하고 있는데 일본은 이 조항을 무역보복의 근거로 주장하고 있다. 일본은 수출품이 적성국가에 갔다는 주장을 증거도 없이 주장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한국정부가 입증하려면 시간이 더 걸린다. 결국 정부의 대책은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사람에게 “50리 밖에 있는 구조선을 가지고 올 테니 죽지 말고 살아있어라”하는 것과 같다. 차가 마주보고 달리는 치킨게임에서 작은 차가 더 큰 피해를 입는다.
지금 대한민국은 외교적으로 사면초가(四面楚歌), 경제적으로 존망지추(存亡之秋)의 위기다. 특히 일본 부품으로 완제품을 생산하는 부산의 중소기업은 더욱 심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막스 베버는 정치인의 자질을 열정, 책임감, 균형감각으로 꼽았고 가장 중요한 자질을 책임감으로 꼽았다. 책임감은 신념책임이 아닌 결과책임에서 나온다.
얼마 전 일부 법학교수들이 한국정부가 우선 피해자에게 배상하고 나머지 문제는 외교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외교는 상대방이 받아들일 수 있는 가능한 것에서 타협점을 찾는 예술이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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