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고둥찜국, 다슬기찜국, 나물찜국, 토란찜국, 머위찜국, 미더덕찜국 등은 사용되는 주재료에 따라 이름이 조금씩 달라지지만 조리 방식이나 완성된 형태는 거의 비슷하다. 들깻가루가 맛의 골격을 잡고, 쌀가루로 농도를 조절하는 공통점이 있다. 경남지역의 향토음식으로 알려진 찜국은 지역의 형편에 따라 사용되는 재료가 조금씩 다르다. 내륙지방에서는 토란대, 머위, 버섯, 고사리 등의 나물류가 중심이 되는 반면 해안지방에서는 재첩, 다슬기, 미더덕, 조개 등이 중심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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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이면 특히 생각나는 찜국. |
찜국을 만드는 과정은 비교적 간단하지만 재료가 가진 각각의 질감을 살리기 위해서는 경험과 요령이 필요하다. 누구나 만들 수 있지만 맛을 내기는 쉽지 않은 음식이다. 게다가 찜국은 가마솥이나 들통에 많은 양을 끓여야 제격이다. 그래서 대가족 중심이었던 과거에는 꽤 유용한 음식이었다. 별다른 반찬이 필요 없기에 많은 손님을 대접할 때도 요긴했다. 정월대보름에는 절식으로, 여름에는 보양식으로, 농번기에는 새참으로 애용되기도 했다.
찜국에는 한국음식에 빠지지 않는 갖은 양념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다. 조미료라 해봐야 조선간장 정도가 전부다. 화학조미료 또한 굳이 들어갈 이유가 없다. 여백이 많은 찜국 맛에 화학조미료의 인위적인 감칠맛은 오히려 거추장스러울 따름이다. 찜국은 낱낱의 재료가 내는 듬성듬성한 맛으로 먹는 음식이다.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을 때 초보자는 하이라이트 혹은 독주 등에 집중한다. 하지만 경험 많은 애호가는 곡의 해석과 악장과 악장 사이의 연결 등 거시적인 것은 물론이고 각각의 악기가 내는 낱낱의 소리까지 놓치지 않는다. 찜국은 우리 땅에서 나는 식재료가 연출하는 일종의 교향곡 같은 음식이다. 처음에는 한 덩어리의 음식으로 여겨지겠지만, 자주 접하다 보면 각각의 식재료가 가진 특성과 맛을 느낄 수 있다.
뚝배기나 사발에 담긴 찜국을 보면 화장기 없는 시골 아낙네를 연상케 한다. 먹기에 앞서 그 소박하고 조신한 생김새에 우선 마음이 끌린다. 김이 모락모락 나지 않는다고 함부로 덤비면 낭패를 본다. 전분이 열을 안으로 가두고 있기 때문이다. 묵직하고 뜨거운 덩어리가 식도를 타고 흐를 때는 묘한 쾌감이 느껴질 정도다. 무엇보다 농도가 중요하다. 너무 묽으면 국이 되고 너무 되면 찜이 된다. 이걸 맞추기가 쉽지 않다. 건더기를 건져 밥을 비벼 먹어도, 밥을 넣어 말아 먹어도 될 정도가 적정 수준이 아닐까 싶다.
특히 찜국은 갓 만들었을 때보다 식었을 때 오히려 매력적인 음식이다. 차가운 찜국에 밥 한 덩어리 말아 열무김치 곁들여 먹으면 보양식이 따로 없다. 그래서 나에게 찜국은 여름이면 더욱 간절해지는 음식이다.
맛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