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랑 뭐하며 놀까요?”
엊그제 박모 교장이 내게 물었다. 그는 3년 전 정년퇴임을 하고는 곧바로 ‘학조부모’가 됐다. 학조부모는 손주를 위해 학부모 모임에 참석하고 학원의 일정과 숙제까지 관리하는 조부모를 일컫는 신조어다. 단순히 육아만을 전담하는 ‘할빠(할아버지+아빠)’나 ‘할마(할머니+엄마)’의 역할을 넘어선다. 박 교장에겐 손주가 셋이 있다. 초등학교 1학년, 유치원생 그리고 세 살배기다. 아들 딸이 맞벌이로 정신이 없어 조금 거들려다 그만 덜컥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최근 박 교장 부부처럼 학조부모가 된 이가 부쩍 늘고 있다. 무엇보다 베이비부머가 대거 은퇴하면서 이런 학조부모가 양산되고 있다. 이들 베이비부머는 재취업을 원하면서도 맞벌이 자식들이 측은해 손주들을 맡는다. 현실적으로 탁아 비용이 만만찮은데다 좋은 베이비시터를 구하려면 3대가 덕을 쌓아야 된다니 어쩌겠는가.
올해 한국보육진흥원에 따르면 학조부모 비율은 12세 자녀를 둔 맞벌이가구 중 60%정도라고 추산된다. 올해부터 전국 시·도교육청이 학조부모 대상 교육을 운영했거나 계획 중인 이유다.
박 교장의 아내는 손주들의 국어 영어 수학을, 박 교장 자신은 여러 행사와 체육을 맡고 있다. 그는 “에고, 이 나이에 무슨 팔자가…”라고 푸념하면서도 즐거운 기색이 역력하다. 그런 박 교장이 깐깐하게 자꾸 캐물었다. “아이들의 활동 욕구는 채워줘야 돼요. 하지만 내가 함께하긴 버겁죠. 애들이 다칠까 겁나고. 결국 이런 운동이 궁금해요. 나도 애들도 맘껏 놀 수 있는 운동. 그러면서 안전한 게 뭘까요? 또 인성교육에도 좋은….”
박 교장의 물음에 나는 “글쎄요. 그렇게 좋은 운동이 뭘까요?”라고 되묻고는 잠시 생각하다 ‘전래놀이’ 얘길 슬쩍 꺼냈다. 전래놀이는 민속놀이나 전통놀이라고도 부른다. 학자들마다 해석 차는 있지만 ‘옛날부터 지금껏 우리 민족이 즐기며 전승해 온 놀이문화’란 점에서 이견은 없다.
전래놀이는 꽤 많이 있다. 하지만 삼국시대부터 오늘까지 전승해 온 몇 가지만 살펴봐도 족하다.
먼저, 축국이다. 이것은 둥글게 감은 새끼줄이나 짐승 오줌보를 활용한 공놀이다. ‘축국을 하다 김춘추의 옷고름이 끊어졌다’는 삼국사기 기록이 있을 정도니 그때도 인기스포츠였나보다. 화랑들은 축국을 하며 체력과 협동심을 길렀다.
긴 막대기로 짧은 막대기를 치는 자치기도 재미있다. 북한에선 ‘메뚜기치기’로, 경상도에선 ‘땟공치기’라 부르는데 야구나 골프로 얻는 효과와 비슷하다.
손바닥만 한 납작한 돌을 땅에 세워놓고 다른 돌로 던져 쓰러뜨리는 비석치기는 어떨까. 어린 손주들에겐 볼링운동만큼이나 통쾌하지 않을까. 얇고 긴 막대기를 던져 통에 넣는 투호도 흥미롭다. 이는 집중력과 인내심을 기르는 데 이롭다. 윷놀이나 공기놀이는 아직도 유행한다. 아이들의 사지감각을 자극하고 두뇌를 계발하는 데 좋은 놀이들이다. 이밖에 조선 시대부터 성행해온 딱지치기나 줄 뛰어넘기도 해봄 직하다. 특히 줄 뛰어넘기는 고무줄 개발이후 전국 모든 여아의 필수놀이가 됐다.
아이들은 놀면서 성장하고 배운다. 전래놀이 연구들을 보면, 대개의 놀이는 체력 육성과 스트레스 해소, 정서 순화에 유익하다. 언어력과 사고력의 발달은 물론 창의성 계발에도 좋다.
이뿐일까. 박 교장 부부처럼 학조부모로서 손주들과 즐겁게 소통하며 친밀감을 쌓는 데도 참 좋겠다. 또 젊은 부모보다 인생의 경륜이 지긋한 조부모에게 더 어울리는 게 전래놀이다. 어린 시절 자신이 즐겼던 놀이를 손주들과 함께 해보는 건 의미가 크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그때 그 시절 추억담을 손주들에게 들려주는 것도 정말 값진 팁이다. 마침 추석이 한 달가량 남았다. 슬슬 준비하면 딱 안성맞춤이겠다.
부산교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