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국제신문 기획시리즈 ‘소통하며 확장·진화… 새 길 찾는 부산문화’가 끝났다. 지난 5월 20일 첫 번째 기사가 나간 뒤 마지막 포럼까지 13번의 기사가 지면에 실렸다. 이번 시리즈는 문화체육관광부가 2년마다 발표하는 ‘문화향수실태조사’가 계기가 됐다. 이미 기사를 통해 여러 차례 공개한 각종 수치가 너무 좋지 않았다. 부산 시민의 문화예술 관람률이 전국 평균보다 훨씬 떨어져 조사 결과만 보면 부산은 문화 불모지라고 해도 할 말이 없는 지경이었다. 언제부턴가 부산 문화예술계가 침체에 빠졌다는 이야기는 많았지만 막상 숫자로 대면하자 난감했다.
‘정말 그럴까?’란 의문이 들었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예술가와 전문가, 공무원 등 문화예술계와 관련된 사람들에게 물었다. 모두 인정했다. 그러자 ‘왜 그럴까?’란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현장의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지원’이란 단어를 많이 거론했다. 예산이 부족하다는 말이었다. 부족하다고? 부산문화재단에서 해마다 창작 지원금으로 지원되는 예산이 수십억 원이다. 지난해 지역문화예술특성화 지원 사업에만 41억 원이 들어갔다. 그뿐만 아니다. 여기저기 흩어진 문화예술 분야 지원금을 모으면 꽤 많다. 그 돈이 적다는 말인가? 그래서 부산의 문화예술계가 침체됐다는 말인가? 그러면 예산을 늘리는 방법밖에 없는 것일까?
고민에 빠져 있을 때 ‘생각하는 바다’ 박진명 대표를 통해 새로운 문화 씬을 ‘인식’하게 됐다. 굳이 ‘인식’이란 표현을 쓴 이유는 유튜브나 텀블벅, 독립출판 등의 플랫폼으로 이뤄지는 문화 씬은 그동안 전혀 몰랐던 새로운 세계가 아니다. 기성 장르 중심으로 문화예술을 인식하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새로운 문화 씬을 볼 수 있다. 즉 새로운 문화 씬을 받아들이려면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새로운 문화 씬은 기성 문화예술계와 분위기가 다르다. 작가 자격증 제도 같은 등단을 거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인기를 얻은 김동식 씨와 공연마다 객석을 가득 채우는 아마추어 연극인들의 이야기, 지역 문화 커뮤니티 역할을 하는 동네책방까지 한마디로 ‘살아 있다’. 반면 기성 문화예술계는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울 만큼 힘겨운 상황이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새로운 문화 씬과 기성 장르 중심 문화예술의 접점을 찾아야 한다. 둘 사이에 쌓인 높은 장벽을 무너뜨리고 교류해야 한다. 부산 문화예술의 새 길은 거기서 시작한다. 그러려면 인식 전환과 정책 전환이 함께 가야 한다. 세상은 정신없이 변하고 있는데 문화 행정이 따라가지 못하면 새 길을 갈 수 없다.
이번 시리즈로 감히 부산의 문화예술계를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했다는 말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럴 수도 없다. 다만 막연히 알고 있지만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던 문화 씬을 논쟁의 장으로 끌어들였고 새로운 길의 가능성을 봤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싶다. 앞으로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사유와 토론을 통해 부산 문화예술계가 부산만의 새 길을 찾아야 한다.
여전히 아쉬운 부분도 남아 있다. 단적인 예가 부산시의 문화 행정이다. 지난달 시는 ‘부산문화 2030 비전과 전략’을 거창하게 발표했다. 시는 백화점식 사업을 나열하면서 부산 문화예술의 장밋빛 미래를 제시했다. 그런데 시의 비전과 전략, 사업에서 부산문화재단은 찾기 어려웠다. 황당한 것은 문화재단도 설립 10주년을 맞아 오는 9월 비전을 발표한다는 점이다. 시의 문화 행정과 문화재단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부산의 문화 정책을 수립하고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이 문화재단이다. 그런 문화재단을 들러리 세우고 만든 시의 비전과 사업이 얼마나 현실을 반영했는지 의문이다. 문화재단도 비전을 준비하고 있다면 당연히 시와 문화재단이 함께 부산 문화의 미래를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닌가. 더구나 부산 문화의 10년을 설계한 민선 7기의 비전과 정책을 오거돈 시장이나 시의 문화 행정 책임자가 아니라 연구를 수행한 부산발전연구원의 연구원이 발표한 모습도 어색했다. 어쩌면 인식의 전환이 가장 필요한 분야가 문화 행정이 아닐까.
문화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