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금값 상승세가 아찔하다. 올 1월 2일 국제금값은 온스당 1281달러였는데 지난 7일 1507달러까지 올랐으니 7개월여 만에 17% 넘게 상승했다.
국내 금값은 더 올랐다. 지난 1월 2일 g당 4만6417원이었던 국내 금값은 지난 7일 5만8109원까지 치솟았다. 약 7개월 동안 25% 넘게 급등한 것. 연초 이후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국제금값보다 8%포인트 정도 더 오른 것이다.
이런 급등 때문일까.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꼭 이런 질문을 던진다. “요즘 왜 이렇게 금값이 올라요?” 간단하다. 금을 찾는 수요가 폭증했기 때문이다.
그럼, 왜 이렇게 금 수요는 늘어난 걸까. 이에 대한 답은 바로 ‘세월이 수상(?)해서’이다. 지금 전 세계가 모두 ‘경기침체’에 수렁에 빠져드는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은 더 거세지고, 중동지역 불안도 커져만 가고, 유럽 쪽은 노 딜 브렉시트 우려가 상존하고, 일본의 말도 안 되는 대한국 경제보복까지 더해졌다. 이렇게 되니 시중에 떠도는 돈들은 안전한 곳으로 향하고 이때 ‘금’이 좋은 피난처가 된 것이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꽤 많은 사람은 금이 안전자산이라는 데 의문을 제기한다. 달러가 아니라 왜 하필 금인가? 미국 달러화나 미 국채, 독일 국채, 엔화 등은 안전자산으로 인정할 수 있지만 금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렇다. 금은 아무리 많이 갖고 있어도 이자 한 푼 받지 못한다. 산업적 수요도 미미하다. 석탄보다도 한참 뒤진다. 경제공황이나 전쟁 등 엄청난 위기의 순간에 석유나, 곡물가격이 급등하는 것은 그렇다 쳐도 금은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로 수천 년 동안 금은 인류에게 다름아닌 ‘진짜 돈’이었다. 고대 웬만큼 똑똑하다고 자신했던 사람들은 모두 금을 만들고 싶어했지만 누구도 금을 만들지 못했다.
게다가 금은 석유와 달리 세계적으로 매장량이 골고루 퍼져 있다. 미국 달러화가 대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달러가 세계 기축통화로 떠오른 것은 1970년대 이후였다. 그 이전까지 인류의 모든 종이돈 가치는 금을 기준으로 매겨지는 ‘금태환 체제’였다. 그래서 인간의 DNA 속엔 “금은 돈이다”라는 인식이 깊이 박혀 있고, 지금도 세상이 뒤숭숭하고 본능적으로 위기를 느끼면 금을 향해 달려간다.
어쩌면 지금 가장 궁금한 것은 올여름 이후에도 금값이 급등세를 유지하는가 하는 부분일 것 같다. 체크 포인트는 크게 2가지이다.
첫째는 올 상반기를 흔들었던 악재들의 소멸여부이다. 가령 미중 무역분쟁이 극적으로 타결된다면 금값은 하락할 것이다. 또한 글로벌 경기가 살아난다는 소식이 들려도 금은 다시 뒷방으로 사라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둘째는 미국 달러화 가치의 흐름이다. 달러가 강해지는지 약해지는지 흐름을 파악해야 한다. 가령 달러가치가 극단적으로 높아지면(달러 초강세) 금은 인기가 시들어지고 금값은 하락할 것이다.
반대로 달러가 약세로 돌아선다면 금은 상반기보다 더 큰 폭의 상승도 가능할 수 있다. 이것은 “세상에 2개의 태양은 없다”는 말과 궤를 같이한다. 인류의 진짜 돈인 금과 현재 세계 기축통화인 미 달러화는 함께 갈 수 없다는 것. 가령 달러의 위상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면 시장 참여자들은 ‘본능적으로’ 진짜 돈인 금으로 향할 것이다.
그런데, 이 두 번째 체크포인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하 연준)의 금리 인하, 나아가 4차 양적 완화와 관련이 있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을 압박해 “금리를 큰 폭으로 내려 달러 가치를 떨어뜨려야 한다”고 몰아치고 있다. 그리고 미국 월가에서는 결국 다시 한번 달러를 찍는 네 번째 양적 완화가 시작될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회적인 양적 완화 방법인 ‘스탠딩 레포((Standing Repo Facility, 상설 레포 제도)’도 자주 언급된다. 정말 미국 연준이 이런 방향으로 정책을 펼친다면 달러는 흔해지고, 위상이 떨어질 것이고, 결국 금은 홀로 ‘태양’의 자리를 차지하면서 추가적인 상승도 가능할 수 있겠다.
경제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