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74주년을 맞는 오늘 국민의 마음은 착잡하다. 청산되지 않은 과거사의 상처가 너무 커 광복의 기쁨을 제대로 누리기 어려워서다. 그로 인한 한국과 일본의 갈등은 결국 경제전쟁 선전포고로 비화했고, 양국 관계는 1965년 수교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전락했다. 하지만 해결 방안은 묘연한 채 산적한 숙제만 우리의 어깨를 짓누른다. 완전한 광복을 이뤘다고 확언하기엔 아직 이른 이유다.
한일이 각각 자국의 백색국가(수출 절차 우대국) 명단에서 상대방을 제외하는 경제 제재를 주고받은 것은 사실 예고된 사태였다. 일제 식민지배의 불법성 여부에 대한 논란을 매듭짓지 않고 미봉한 가운데 양국이 수교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한국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일본 기업의 강제징용을 불법행위로 규정하고 배상판결을 내렸다. 반면 일본은 식민지배를 합법으로 보는 한편 강제징용 등 모든 배상은 수교 당시 맺은 청구권협정으로 완료됐다고 주장한다. 물과 기름인 셈이다.
그래도 갈등은 외교로 풀어야 한다. 경제전쟁으로 가면 한일 모두 피해자가 될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같은 인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언제든 대화의 문을 열어두겠다”고 했다. 그 연장선에서 한일 외교차관 회담을 추진하는 건 환영할 만하다. 16, 17일께 만나려다 외부에 알려져 취소했다고 하나, 양국이 필요성을 느낀 만큼 회담은 성사되리라 믿는다. 앞서 한국은 한일 기업이 기금을 조성해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는 ‘1+1안’을, 일본은 제3국 중재위 회부안을 제시했다가 모두 상대방에 의해 거부당한 바 있다. 따라서 한일 외교차관 회담에선 그 대안을 찾아야 한다. 그리하여 한일 정상회담 개최로 발전하길 바란다.
한일 갈등은 위기임에 분명하지만, 우리의 허점을 보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일본 의존율이 높은 소재·부품·장비산업의 국산화에 박차를 가해 ‘가마우지 경제’에서 탈피하는 게 그 주요 과제다. 그리고 더 나아가 한일 갈등의 본질인 ‘1965년 체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한일관계를 모색하는 단계에까지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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