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펙사벡(Pexa-Vec)은 2020년 시판됩니다.” 2017년 재계를 담당했을 때다. 그해 12월 기자와 인터뷰를 한 문은상 신라젠 대표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펙사벡 상용화 시기를 이같이 제시했다. 펙사벡은 신라젠이 개발 중인 바이러스 기반 면역 항암제다. 부산에 본사를 둔 신라젠은 펙사벡을 앞세워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서 무섭게 성장한 벤처기업이다.
2년 전 문 대표를 만난 데에는 나름 이유가 있었다. 펙사벡 개발 상황이 궁금하기도 했지만, 그보다 신라젠의 ‘잠재력’이 어느 정도인가를 알아보고 국내 바이오 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파악하기 위한 목적이 더 컸다. 당시만 해도 업계에서는 신라젠을 ‘빅팜(Big Pharm, 글로벌 제약업체)’ 대열에 포함시키는 기류가 강했다. 펙사벡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였다.
그런 신라젠이 2006년 창사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서울대 치과대학 출신인 문 대표가 국내외 의료진과 함께 사활을 걸고 개발 중이던 펙사벡이 지난 2일 미국 당국으로부터 ‘임상 시험 중단’을 권고받았기 때문이다. 펙사벡의 유효성이나 안전성을 담보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신라젠은 부인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펙사벡 상용화가 사실상 좌절된 게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온다. 문제는 ‘펙사벡 시험 중단’ 위기가 신라젠 1개 기업의 리스크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신라젠이 국내 바이오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펙사벡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이 상당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사태는 우리나라 바이오 업계에 적잖은 타격을 줄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로 그 여파는 주식시장에서 먼저 나타났다. 바이오 업종이 대다수인 코스닥지수는 ‘펙사벡 쇼크’가 발생한 지난 2일 615.70으로 마감하며 2017년 3월 30일(614.68) 이후 2년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바이오·헬스 업종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우리나라의 미래 신산업으로 선정한 분야다. 국내 바이오 산업의 전체 생산액은 2017년 말(10조1264억 원) 처음으로 10조 원을 돌파했다. 부가가치 유발 효과도 전통 제조업보다 큰 업종으로 평가받는다. 신라젠의 위기로 국내 바이오 산업이 입는 충격을 최소화해야 하는 이유다. 사실상 부산의 유일한 바이오 기업인 신라젠도 ‘도전’을 멈춰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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