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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 칼럼] 중앙정부와 지자체 복지 역할 재정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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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8-15 19:16:21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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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신당동 어르신은 월 25만3750원(기준연금액)의 기초연금을 수령하는 데 더해 구 조례에 따라 월 10만 원의 ‘어르신 공로수당’을 받는다.

이웃한 성동구 왕십리동 어르신은 기초연금만 받고 있다. 경기도는 조례에 따라 만 24세 청년들에게 지역화폐로 연간 100만 원의 청년기본소득을 지급한다. 충청도나 경상도 등 다른 지방의 청년들은 청년수당을 받지 못한다.

개정된 아동수당법에 따라 올해 1월부터 만 6세 미만의 모든 아동은 월 10만 원의 아동수당을 받았고, 다음 달부터 만 7세 미만까지 확대된다. 그런데 강원도는 조례에 따라 올해 출생한 모든 아동에게 4년 동안 월 30만 원의 육아기본수당을 추가로 지급한다.

성남시는 조례 제정과 보건복지부 협의를 거쳐 올해 7월부터 ‘아동의료비 본인부담 100만 원 상한제’를 시작했다. 만 12세 이하의 아동 중 연간 의료비 본인부담금이 100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 ‘비급여’를 포함한 초과 의료비를 지원한다.

그런데 다른 지역의 아동들은 이런 혜택을 누리지 못한다. 충청북도 옥천군은 중·고등학생 교복비로 30만 원을 지원한다. 진천군은 30만 원에 더해 입학 준비금 8만 원을 지원한다. 음성군과 단양군은 교복비로 각각 31만 원과 19만5000원을 지원한다. 그런데 같은 충북이지만 제천시, 보은군, 괴산군, 증평군의 학생들은 이런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역 간 복지 격차가 커졌다.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복지 사업을 신설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지자체의 복지 역할로 적합하지 않은 사업이 많아졌을 개연성이 크다.

중앙정부는 이런 문제를 방지하려고 2013년 ‘사회보장기본법 전부개정’을 통해 제26조(협의 및 조정)를 신설했다. 현재 제26조 제2항에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변경할 경우 신설·변경의 타당성, 기존 제도와의 관계, 사회보장 전달체계에 미치는 영향 및 운영방안 등에 대해 보건복지부장관과 협의해야 한다”로, 제4항에서 “제2항에 따른 협의가 이루어지지 아니할 경우 사회보장위원회가 조정한다”고 규정해 복지의 신설·변경 시 협의와 조정을 의무화했다.

최근 지자체들의 복지 신설이 크게 늘었다. 복지의 ‘신설과 변경’을 위해 지자체가 보건복지부에 협의 요청한 내역을 보자. 2013년 61건에서 2014년 81건, 2015년 361건, 2016년 1071건, 2017년 1230건, 2018년 1160건으로 늘었다. 특히 최근 지자체의 복지 사업 ‘신설’ 비중이 크게 늘었는데, 복지의 ‘신설과 변경’을 위한 협의 요청 건 중에서 ‘신설’의 비중은 2017년 59.3%에서 2018년 75.5%로 증가했다. 게다가 실제 도입된 지자체의 ‘신설’ 복지 사업들 중 ‘현금성’ 복지는 전국적으로 2017년 272건(사업비 1273억 원)에서 2018년 489건(4300억 원)으로 늘었다. 또 작년에 신설된 지자체의 복지 사업 중 현금성 복지는 전체 복지 사업 건수의 66.7%를 차지했고, 금액 기준으로 47.5%였다.

그런데 어떤 사안은 용납되기 어려운 지역 간 복지 ‘차별’로 간주된다. 반면, 다른 일부 사안은 충분히 이해할 만한 ‘차이’로 인정된다. 현금성 복지 사업의 신설은 급증했고, 지역 간 복지의 격차는 지자체들 간의 복지 경쟁을 유발한다

. 가령, 성남시에서 무상 교복 정책을 도입했을 때 이웃한 수원시를 필두로 여러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교복 지원 정책을 실시했다. 현금성 복지는 선출직 단체장들이 유권자의 표심을 잡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사업이기 때문에 빠르게 확산된다. 이렇듯 현금성 복지 경쟁은 제어하기 힘들고, 일단 도입된 복지 사업은 폐지하기도 어렵다.

서울 중구 어르신이 타 지역보다 노인수당을 월 10만 원씩 더 받는 것의 제도화는 인정하기 어려운 ‘차별’이다. 경기도의 청년수당이 타 지역 청년들이 배제되는 조건에서 장기간 지속돼선 곤란하다. ‘차별’이기 때문이다. 성남시의 ‘아동의료비 본인부담 100만 원 상한제’도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확충이 전국의 모든 아동에게 적용될 때까지만 한시적 시범사업으로 유의미한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차별’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3년부터 적용된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의 ‘협의와 조정’은 지자체들 간의 불필요한 복지 경쟁을 제어하는 데 실패했다. 거대한 개혁이 필요하다.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인 ‘복지의 총량’을 가파르게 늘리되 ‘질서 있는 추진’이 요구된다. 이때 견지할 기본 원칙은 모든 국민이 차별 없이 사회보장(복지)을 이용하도록 하는 ‘형평성’과 중복·낭비를 없애고 거시적 효율성을 높이려는 ‘재정적 지속 가능성’이다. 더불어 지자체의 복지 역할에서 지역성과 현장성의 극대화가 중요한데, 특히 공공부조와 사회서비스 분야가 여기에 해당한다.

결국, 복지 개혁의 방향은 이렇다.
첫째, 중앙정부는 사회보험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소득대체율을 높여야 한다. 둘째, 중앙정부는 사회수당 제도의 ‘실질적 보편주의’를 확립하고 아동수당, 장애인수당(연금), 노인수당(기초연금)에 필요한 재원 전부를 감당해야 한다. 즉 아동수당과 기초연금의 지방비(20~30%)를 중앙정부가 책임지라는 것이다. 또 청년수당 등 사회수당 신설 이슈를 공론화해야 한다.

셋째, 중앙정부는 보육·교육·의료·요양 등 보편적 사회서비스의 보장성을 확충해 ‘실질적 보편주의’를 확립해야 한다.

넷째, 중앙정부는 선별적 복지 제도인 국민기초생활보장을 강화하고 비용의 대부분을 책임져야 한다.

다섯째, 지자체는 중앙정부의 ‘차별 없는 양질의 복지’를 주민들에게 충실하게 전달하고 지역성과 현장성을 기반으로 다양하고 창의적인 복지를 펼치되, 사례관리와 지역사회 돌봄 등 ‘사회서비스 중심’으로 복지 역할을 재설정해야 한다.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제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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