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유하자면, 얼굴은 사람다움의 인식표다. 짐승은 머리통으로 구별될 뿐 얼굴로 인식되지 않는다. 흔히 ‘얼굴로 장사한다’는 표현은 신용으로 물건을 팔고 돈 번다는 뜻이다. 또 ‘얼굴이 팔렸다’는 것은 널리 유명해졌다는 말이다. ‘얼굴이 요패(腰牌)’라는 속담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널리 알려진 얼굴이라 숨길 수 없다는 뜻. 여기서 요패는 조선 시대 군졸이나 하인 등이 신분을 나타내려고 허리에 차던 나무패다.
요즈음은 얼굴이 신분증인 시대다. 얼굴인식 기술이 갈수록 진화해서다. 주인의 얼굴을 알아보는 안드로이드 로봇이나, 스캐너에 얼굴을 대면 출입문이 열리는 것은 이제 영화 속 얘기가 아니다. 과거 SF영화에 자주 등장했던 소재로, 먼 미래에서나 가능할 줄 알았던 그 기술이 어느새 현실로 다가왔다. 신원 확인이나 범죄자 검색 같은 보안분야를 비롯해 디지털카메라와 스마트폰 등에도 벌써 적용됐다. 우리 생활 속으로 빠르게 파고드는 모습이다.
공항에서도 마찬가지다. 승객의 얼굴이 신분증과 탑승권을 대체하는 양상이다. 아시아와 미국, 유럽 등의 국제공항에서 이 같은 얼굴인식 장치가 속속 도입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그제 전했다. 방식은 간단하다. 승객이 카메라를 보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시스템이 신원을 확인하고 행선지를 파악해 수하물 태그까지 발급해 준다. 당국의 데이터베이스(DB)와 대조해 몇 초 만에 판정을 내리는 것이다. 인천공항에서도 얼굴만으로 출입국심사를 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그러니 승객이 편리하고 탑승 수속시간이 절감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얼굴인식이 다 맞는 건 아닌 모양이다. 그제 CNN방송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회 의원 80명의 사진을 얼굴인식 프로그램에 넣어 돌린 결과, 그중 26명이 범죄자로 잘못 판정됐다. 이 실험은 경찰 DB 내 범죄자 2만5000명의 얼굴사진과 대조한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잘못 판정된 의원들의 절반 이상이 유색인종이란 점이다. 지난해 실험에서도 이번처럼 유색인종과 여성에서 오류가 더 많았다니, 신뢰도가 떨어질 만하다.
그도 그렇지만, 개인정보 침해에 대한 우려도 높다. 얼굴 데이터가 유출되면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어서다. 미국 시민단체의 지적은 의미심장하다. ‘당신이 어디를 다녀왔는지, 누구와 함께 있었는지를 정부 또는 관련 기업복합체가 사실상 다 아는 세상을 향해 가고 있다’. 얼굴인식 기술의 발달과 아울러 그 부작용을 방지하는 대책이 절실하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