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국제칼럼] 강단 있는 정부를 보고 싶다 /염창현

북 도발, 일 경제보복 등 잇단 악재 정부 대응 미약

단호한 태도와 전략으로 국민 의지 한데 끌어 모아 국가의 자존심 되살려야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북중미에 거주하는 지인과 통화를 했다. 꽤 오랜만이었다. 국내 대기업의 해외 지사장이 그의 직함이다. 외국에 나간 지 제법 됐길래 향수병에 걸릴 때도 되지 않았냐는 농담을 던졌다. 지인은 이를 수긍했다. 언제까지 외국에서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니 임기를 연장할지를 고려하는 중이라 했다. 근데 불쑥 몇 마디를 덧붙였다. 지금 한국이 처한 모양새를 보면 귀국하고픈 마음이 쑥 들어간다고. 그 지역의 다른 한국 회사 지사장들도 비슷한 말을 많이 한단다.

뭐가 그리 불만이냐고 물어봤다. 갑자기 그가 목소리를 높였다. 요즈음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동네북’이 된 것 같아 너무 창피스럽단다. 나름 수출역군이자 민간외교관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지만 상황이 이러니 외국인들과 상담을 할 때도 신경이 쓰인다고 했다. 그는 지난 대선 때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표를 던졌던 것으로 알고 있다. 평소 열렬 민주당 지지자는 아니었지만 고민 끝에 선택한 정부가 기대 이하의 행보를 보이자 실망감이 더 컸던 모양이다.

특정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개인의 자유. 그런 까닭에 딱히 이 지인의 말에 의미를 둘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그의 역정에 수긍이 되는 부분도 있었다. 요즘 돌아가는 판을 보노라면 개인적으로도 화가 치밀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던 까닭이다. 외부로부터 많은 도전이 쏟아져 나오지만 우리 정부가 이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우리나라의 목줄을 죄려는 일본의 경제보복은 현재진행형이다. 한국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힘에 따라 사태 해결의 조짐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북한은 잊을 만하면 마구잡이로 미사일을 쏘아 올린다. 그러면서 입에 담기조차 힘든 말들로 우리 정부에게 조롱까지 해댄다. 여기에다 러시아 항공기마저 우리 영공을 버젓이 드나든다.

한국과 혈맹이라는 미국은 한 술 더 뜬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별일 아니라고 두둔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에게서 받은 친서를 흔들며 우리를 소외시킨 채 북미회담을 추진하겠다는 의중까지 내비친다. 이 와중에 한국으로부터 방위비를 받아내는 게 아파트 월세 수금보다 더 쉬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황당무계한 발언까지 더해지면 정신이 혼미스러워진다. 우리나라가 어쩌다가 이런 신세가 됐는지 자괴감이 들 정도다.

누군가는 지금의 형국을 조선 말기에 비유하기도 한다. 열강의 야욕에 하릴없이 끌려다니던 유약한 조선 왕조가 처한 현실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다. 물론 당시와 지금을 직접 비유한다는 것은 무리다. 풍자가 지나쳤다. 현 정부를 흠집내기 위한 정치 공세의 일부분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아주 틀린 말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게 조금 찜찜하다.

나라가 위기에 처하면 당연히 정부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먼저 나서서 갈래를 치고 대응책을 마련한 뒤 국민에게 지지를 부탁해야 한다. 그런데 현 정부는 이게 부족하다.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긴장 고조보다는 한반도 평화정착이 우선돼야 한다는 명제를 부인하지 않지만 말 같지도 않은 언사로 점철된 북한의 모욕을 감내하는 정부 태도는 지켜보기가 안타깝다.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처하는 자세도 그다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 일본에 절대 질 수 없다는 결기를 내비치나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두 나라 간 마찰에서 승리를 이끌어 낼 ‘한 수’를 숨기고 있는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그것 없이 국민의 반일정서 촉구만으로는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정부도 잘 알고 있을 터다.

시정잡배끼리의 다툼에서도 한쪽이 틈을 보이면 순식간에 승패가 기울어진다. 하물며 국제관계에서는 자국 이익에 관해서라면 조그마한 배려도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이든 일본이든 북한이든 자신한테 손해가 된다면 한 걸음도 양보하지 않는 게 당연지사다. 명분에 얽매이다가는 ‘달아나는 노루 쳐다보다 잡은 토끼도 놓치는 꼴’이 되기 딱 알맞다.

지금은 유례를 찾아 보기 힘든 위기가 한반도를 둘러싼 시기다. 앞뒤 거리를 잴 만한 여유가 없다. 무조건 이겨내야 하는 게 지상과제다. 북한 도발이나 일본의 공세가 내년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를 계산하는 정신 나간 짓은 그만 둬야 한다. 외부의 압력에 주위 눈치를 보다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는 정부라면 함량미달이다. ‘그래, 한번 쳐봐라. 그러면 너는 오히려 완전히 죽는다’라는 배짱조차 없으면 냉혹한 국제세계에서 살아남을 방법이 없다.

정부는 굳건히 중심을 잡아라. 그리고 함께 가야할 길을 가리켜라. 그러면 국민은 따라간다. 지지 정당이 다른 것은 문제가 안 된다. 어떤 내부 갈등이 있더라도 외환이 닥치면 그것부터 막아내야 한다는 게 국민 정서다. 지금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만 하더라도 진보와 보수가 따로 존재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정부도 이제는 남다른 강단을 보일 때가 되지 않았는가.

논설위원 haorem@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1246회 로또 1등 16명…당첨금 각 18억 8,103만 원씩
  2. 2"국민연금 한 번도 못 낸 청년 21만명…10명 중 9명은 '실직'"
  3. 3‘부산살이’ 한 달 된 부캉이…주말 북항 친수공원 인파 몰려
  4. 4통영서 단체 수영하던 50대, 1.8㎞ 표류…해경 구조
  5. 5[속보] 재커라이어, 나흘 만에 경질.. ‘역대 최단 기간’ 백악관 대변인
  6. 6[날씨칼럼] 날씨와 기후 사이, 평년값으로 읽는 10월
  7. 7부천 공장 화재 순직 소방관 장례 '경기도청장'으로 엄수
  8. 8[속보] 추미애 “순직 소방관께 깊은 애도, 근무 환경 살피겠다”
  9. 9제자 성추행한 초등 교사에 기부금 전달한 전현직 교사 '불구속 송치'
  10. 10부산·울산·경남 가끔 구름 많다가 밤부터 흐려져
  1. 1李대통령, 부천 화재 순직 소방관 조문…“영원히 기억할 것”
  2. 2[속보] 추미애 '소방 재정 빨대' 발언 사과…“폄훼 의도 없어”
  3. 3국힘, 秋 ‘재정 빨대’ 발언 사과에 “‘사과 바라시니까’…끝까지 오만”
  4. 4김민석, '재정 빨대' 발언 사과... "추미애에게도 사과 요청했다"
  5. 5[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6. 6[속보] 김민석 "'조희대 탄핵 추진' 논의 공식화"
  7. 7이 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담아내야" 국회에 개헌 논의 촉구 (종합)
  8. 8이헌승 "국제신문 실질적 대주주 조사 미흡" 질타에 부산노동청장 "다음주 면담"
  9. 9北,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2종 시험발사(종합)
  10. 10李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수록 개헌, 국회가 나서달라”
  1. 11246회 로또 1등 16명…당첨금 각 18억 8,103만 원씩
  2. 2"국민연금 한 번도 못 낸 청년 21만명…10명 중 9명은 '실직'"
  3. 3"통합 앞둔 발전5사, '8020억 자회사 부채' 승계계획 전무"
  4. 4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8.3원… 전주보다 1.2원 ↓
  5. 5부산 이전 1차 공공기관 4곳, 수도권에 여전히 495명 잔류
  6. 6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7. 7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8. 8누리호 탄 군집위성, 발사 14시간 만에 첫 지구 촬영 성공
  9. 9부산 9월 취업자 9000명 늘었지만…'경제허리' 40·50대 3만명↓
  10. 10‘신뢰 시그널’ 없는 증시…외인 이달만 18조 투매
  1. 1‘부산살이’ 한 달 된 부캉이…주말 북항 친수공원 인파 몰려
  2. 2통영서 단체 수영하던 50대, 1.8㎞ 표류…해경 구조
  3. 3[날씨칼럼] 날씨와 기후 사이, 평년값으로 읽는 10월
  4. 4부천 공장 화재 순직 소방관 장례 '경기도청장'으로 엄수
  5. 5[속보] 추미애 “순직 소방관께 깊은 애도, 근무 환경 살피겠다”
  6. 6제자 성추행한 초등 교사에 기부금 전달한 전현직 교사 '불구속 송치'
  7. 7부산·울산·경남 가끔 구름 많다가 밤부터 흐려져
  8. 8광주서 승합차·시내버스·오토바이 추돌…2명 경상
  9. 9"뉴스거리 만들려 범행" 인천 흉기난동범 최충락 주거지 압수수색
  10. 10이태원 참사 유족, 4주기 앞두고 진상규명 촉구…"책임자 처벌" 외치기도
  1. 1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2. 2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3. 3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4. 4[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5. 5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6. 6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7. 7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8. 8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9. 9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10. 10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국제칼럼 [전체보기]
사라지는 것, 귀 기울일 것
열린 사회와 그 적들
기고 [전체보기]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도청도설 [전체보기]
은정이라는 이름
다시 영화의 시간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초대 중수청장, 내편 네편 아닌 국민편에 서라
지자체, 현수막 법 준수하고 실태부터 파악해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다민족 사회
부캉이가 북항에 던진 질문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거울 속의 외계인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