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길이 2670㎞, 동서 길이 최대 1200㎞, 면적 217만 ㎢. 캐나다 북쪽에 자리잡은 세계에서 가장 큰 섬 그린란드(Greenland·덴마크령)다. 그린란드는 ‘푸른 땅’이란 지명의 뜻과 달리 섬의 99%가 사람이 살 수 없는 동토다. 980년께 이곳을 탐험한 노르웨이인 에리크가 정착민을 모으기 위해 그린란드란 이름을 붙였을 뿐이다. 사람이 살 수 있는 1%의 푸른 땅은 이곳 서해안의 피오르드 안쪽에 있다.
지구 최북단의 ‘땅끝 마을’ 까낙도 그 일부다. 까낙은 1953년 인근 피투픽에 공군 기지가 들어서면서 쫓겨난 사람들로 조성된 마을이다. 당시 미국은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덴마크와 방위협정을 맺고 피투픽에 기지를 건설했다. 소련의 후신 러시아와도 군사적 대립관계인 미국에게 기지의 전략적 가치는 여전하다. 아니, 경제적 요소가 부가되면서 가치는 오히려 더 커져간다.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으면서 석유 금 다이아몬드 등 지하자원이 드러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의 가치에 관심을 표명하고 나섰다는 소식이다. 백악관 법률고문에게 그린란드 매입에 대한 검토를 지시했다고 CNN 등이 보도했다. 트럼프는 참모들과 그린란드의 지하자원과 지정학적 중요성에 대해 진지한 토의까지 했다고 한다. 다음 달 덴마크를 방문할 예정인 그가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밝힐지 주목된다. 하지만 이런 소식은 그린란드 주민에겐 재앙이나 다름없다. 온난화에 따른 생활 터전의 파괴가 가속화할 게 뻔해서다.
주민들은 이미 환경오염 피해를 보고 있다. 1968년 무기를 싣고 가던 미군 비행기가 까낙 부근 해상에 추락한 뒤부터 기형 물고기가 나타나고, 종전에 없었던 질병을 앓는 주민이 생겼다고 한다. 그린란드의 환경 훼손에는 트럼프의 책임도 없지 않다. 그는 온난화 방지를 위해 세계 195개 나라가 참여해 만든 파리기후변화협약을 2017년 탈퇴해버렸다. 미국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다. 그런데도 그는 협약 탈퇴도 모자라 화석 연료 사용을 역설하고 있다.
더 씁쓸한 건 그런 환경 파괴의 부작용이 트럼프에겐 되레 재산 증식의 기회가 된다는 사실이다. 온실가스 증가로 지구 기온이 올라갈수록 그린란드의 빙하는 더 많이 녹아 지하자원을 채굴하기 좋아진다는 얘기다. 그 대가로 지구와 세계 시민들은 시들어갈 것이다. 그린란드 매입설이 귀곡성처럼 음산하게 들린다.
이경식 논설위원 yis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