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상구 삼락생태공원이 얌체 주차족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김해공항을 통해 며칠씩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차를 대놓고 가는 바람에 정작 공원 방문객이나 스포츠 동호인들이 주차공간을 확보하지 못해 불편을 겪고 있다. 공원 주차장이 무료인데다 두 개 역만 가면 공항에 바로 닿는 부산김해경전철이 인접해 있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이런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삼락생태공원이 해외여행객들의 공짜 주차지로 알려지기 시작한 지는 몇 년 됐다. 지금도 인터넷에는 공원 주차장 무료 이용법이 상세하게 안내돼 있다. 평일 주말 구분없이 주차장 내부 통행로까지 차량이 빼곡하다. 특히 요즘같은 휴가철이면 이런 현상은 더 심하다. 한국공항공사가 운영하는 김해공항 주차장 요금은 소형 기준 평일에 1만 원, 주말과 휴일엔 1만5000원이고, 주변에 있는 사설주차장은 여기의 40~50% 수준이다. 도심 주차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싼 편인데도 공짜를 찾는다.

물론 이런 얌체 주차족만 나무랄 수 없는 사정이 있긴 하다. 김해공항의 주차장이 절대 부족하기 때문이다. 2005년 200만 명에 불과하던 국제선 이용객 수가 작년엔 인천을 제외한 7개 국제공항 중 처음으로 1000만 명을 넘을 만큼 급증하고 있는 데도 주차장은 4200면밖에 안된다. 김해공항 규모의 일평균 적정 주차 면수는 1만 개 정도라고 한다. 결국 주차장 공급이 수요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셈이다. 현재 1600대 규모의 주차타워를 짓고 있긴 하지만 완공 시점은 올 연말에서 내년 상반기로 연기됐다.

그렇다고 공항 주차시설 부족이 공원 주차장 무단 점유의 변명이 될 순 없다. 공원 주차장이 방문객 전체를 위한 시설인만큼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의 차량은 단속하는 게 맞다. 충분한 계도기간을 거쳐야겠지만 장기 무단 주차 차량임이 확인되면 가차없이 견인하는 방식으로 관할 관청이 보다 단호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혹시라도 얌체 주차를 경계하자는 말이 역으로 이를 홍보하거나 조장하는 결과를 낳지 않도록 해야 함은 물론이다. 김해공항 역시 주차장 확충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