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도에 의하면 카자흐스탄에 해외거점센터를 개소하고, 병원 내 원격의료장비를 설치하여 환자 해외송출 전 상담 및 사후관리를 수행하는 부산대병원이 인도네시아 진출을 모색하기 위해 국제 원격의료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고신대복음병원은 베트남 호찌민에 원격거점센터 개소를 앞두고 있다. 베트남 롱안성 종합병원과 협력하여 설치되는 해외 원격거점센터를 통해 양국 의료진이 원격으로 의료교류 세미나를 진행하고, 환자에 대한 원격상담도 실시할 계획이다. 꾸준하게 원격의료 기술을 개발해 온 대학병원들이 상용화 단계에 이르렀는데도 국내에서는 규제에 막혀 활용할 방법이 없자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는 현장이다.
원격진료는 진료실에서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는 행위를 전화, 영상통화, 문자, 이메일, 애플리케이션(앱) 등의 통신기술을 이용하여 원격으로 하는 것을 의미한다. 원격진료는 환자의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킬 수 있는데, 이에 덧붙여 진료비는 낮출 수 있고, 이동에 따른 교통비와 기회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물리적으로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산간벽지, 도서 지역뿐만 아니라 도심에서도 직장 및 육아 등으로 낮 시간에 병원에 가기 어려운 사람들과 이동이 어려운 노인, 장애인 등의 의료 접근성을 높여줄 수 있다. 특히 만성질환 관리나 건강증진 분야에서 획기적인 수월성을 발휘할 수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자료에 의하면 2018년 기준 세계 원격의료 시장 규모는 383억 달러(한화 46조 원)로 추산되며, 오는 2025년에는 1305억 달러(한화 160조 원)로 세 배 이상 급속하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선진국들은 앞다투어 원격진료의 상용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의사와 환자 간 원격진료를 2015년부터 전면적으로 허용한 데 이어 의료보험 급여 적용을 받도록 하였다. 미국 영국 독일에서도 원격진료를 포함한 디지털 헬스케어가 활성화되고 있다. 진료와 처방, 의약품 구매 등 병원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의료행위가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원격의료 혁신이 급속하게 진행 중인데, 온라인 의료 플랫폼 핑안하오이성의 ‘1분 진료소’는 그 혁신의 선두에 서 있다. ‘1분 진료소’는 원격의료 서비스 기기로 ‘스티커 사진기’처럼 생긴 진료소에서 환자가 AI 의사에게 증상을 말하면 원격지에 있는 의사가 추가로 문진해 진단하고 진료소 옆 자판기에서 약까지 탈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와 달리 한국은 IT와 의료 분야에 최고 수준의 인재가 몰려 경쟁우위를 갖추고 있음에도 막무가내식 규제에 막혀 두 손 두 발 다 묶여 있는 형국이다. 원격의료 기술 개발을 다 해놓고도 외국을 전전하거나 기술개발 의욕 자체가 상실되어 해가 갈수록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가 더욱 벌어지는 상황인 것이다. 그동안 원격의료 허용에 소극적이던 정부가 최근 강원도를 디지털 헬스케어 특구로 지정,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1차 의료기관이 원격진료를 하도록 제한적으로 허용하긴 했지만, 의사 단체의 반발로 그나마 실행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원격진료가 대면진료를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측면이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일단 허용해야 경험이 쌓이고, 기술혁신이 일어나며, 국민에게 가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신산업이 창출되고, 그에 따라 새로운 일자리도 생겨난다. 선진국에서 시행하는 원격진료는 질이나 안전성 차원에서 이미 수용 가능한 수준으로 발전되었다는 평가이다. 우리가 못 따라잡을 이유는 전혀 없다.
우리는 그동안 과감하고 신속하게 실행하고, 실행 후 발생한 문제에 기민하게 대처하는 방식으로 사회를 발전시켜 왔다. 의료 분야의 혁신도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원격의료는 과학기술 발전의 자연스러운 귀결이며 시대적 흐름이다. 5G 무선통신 시대에 유선전화를 고집해서는 곤란하다. 하루빨리 의료법을 개정하여 원격의료 활성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인제대 보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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