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을 맞은 부산 바닷가는 무더위를 피해 산책 나온 시민과 전국 각지에서 여행 온 여행객으로 활기가 넘친다. 백사장에 들어서면 곳곳에 마련된 버스킹존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아티스트의 작은 공연을 비롯해 바다에서 진행되는 크고 작은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다양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경치를 감상하면서 생각지 못한 좋은 음악을 접하는 경험을 한 적이 있는가? 그 옛날 책을 가까이하던 선비들에게도 음악을 즐기면서 인격 수양의 중요한 덕목으로도 여겼던 문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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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홍도의 단원도. |
선비는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는 음악으로 거문고, 비파와 같은 현악기의 연주를 즐겼다. 거문고를 두고 모든 음악의 우두머리라는 의미로 백악지장(百樂之丈)이라 하여 숭상했다. 선비들은 거문고를 연주하기 좋은 때는 음악을 아는 이 즉 지음(知音)을 만났을 때, 누각이나 돌 위에 앉았을 때, 산에 오르거나 물가에서 노닐거나 뱃놀이할 때, 나무 아래에서 쉴 때, 날씨가 청명하고 달이 밝을 때를 꼽았다.
이 중 지음을 만났을 때 선비들의 음악문화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조선 시대 그림 중 김홍도의 ‘단원도(檀園圖)’(1784년)는 벗인 강희언과 정란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여 함께 풍류를 즐기던 모습을 회상하며 그린 그림이다. 그림 속에서 김홍도는 거문고를 타는 자신의 모습을 그렸는데, 이 그림에서 김홍도가 벗들을 위해 연주한 음악이 어떤 곡인지는 알 수 없으나 조선 후기 선비들이 풍류방에서 즐기던 음악으로 짐작된다.
거문고를 연주하기 좋은 청명하고 달이 밝을 때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16세기 후반 이경윤의 ‘월하탄금도(月下彈琴圖)’는 제목 그대로 달 아래에서 거문고를 연주하는 선비를 그린 그림이다. 자세히 보면 이 그림속 거문고는 줄이 없는 무현금(無絃琴)이다. 줄이 없는 악기를 연주한다? 이는 중국의 시인 도연명(365~427)이 금의 흥취만 알면 되지 어찌 줄 위의 소리가 필요한가라고 한 것처럼 연주를 직접하여 소리를 내기보다는 음악의 정신적인 측면을 강조한 것으로 동양의 음악 사상을 아우르는 이러한 문화도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선비들은 음악을 통해 개인의 인격을 도야했고, 유교를 국시로 삼았던 조선 시대에는 예(禮)와 악(樂)으로 나라를 다스린다는 예악사상이 있었는데 지금 현대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고 관념적이었다. 조선 시대 선비들이 벗과 함께 풍류를 즐겼던 모습을 상상하며 더운 여름철 산에 올라 나무 아래 쉴 때 거문고 독주곡 수연장지곡(壽延長之曲)을 한번 감상해보시길 권한다.
소리연구회 소리 숲 대표·음악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