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동래상인 김성우 /강명관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8-20 19:55:32
  •  |   본지 2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일찍 세상을 뜬 부모가 김성우(金聲遇)에게 물려준 것은 가난이었다. 젊은 시절 궁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허덕이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데, 누가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 장사를 해보라고 권한다. 큰돈이야 어렵겠지만 소소한 돈이야 빌려줄 것이고 또 그것을 여러 사람에게서 빌릴 수 있다면 모아서 장사 밑천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었다. 솔깃하여 그렇게 해 보았으나 푼돈이라도 건네는 사람은 백에 한둘도 되지 않았다. 어떻게든 돈을 모아야겠다는 오기로 그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울산에 살고 있던 김성우는 동래로 이사했다. 동래는 왜관을 통해 일본과 무역이 이루어지는, 돈이 흔한 곳이었다. 그가 무역에 뛰어든 것은 물론이다. 푼전도 없던 그가 어떻게 상인이 되었는지, 또 어떤 상품을 어떻게 거래했는지는 알 수는 없으나, 전기(傳記)에 의하면 김성우는 15년 만에 거창한 부를 쌓는다. 돈 한 푼 빌리지 못했던 가난뱅이가 동래에서 제일가는 부자가 되었던 것이다.

집안사람들이 자손을 위해 농토를 사고 집을 짓자고 졸랐다. 부자가 된 사람이 땅을 사 모으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은 법이다.

그러나 김성우의 답은 달랐다. “예전에 내가 남에게 도와달라고 했을 때 아무도 도와주려 들지 않았다. 나는 그것이 한이 된 사람이다. 이제 내가 재산을 가지고도 베풀지 않는다면 그건 내 마음을 저버리는 일이지.” 그는 삼시 세 끼와 몸 가릴 옷 한 벌 외에는 자기 몫으로 챙기지 않았다. 땅 한 뼘 일구지 않았고 집 한 칸 짓지 않았다. 집안은 가재도구 하나 없이 휑뎅그렁하였다. 그렇다면 김성우는 자신의 부(富)로 무엇을 했던가?

오직 가난한 사람을 구제하고 다급한 처지의 사람을 돕는 것이 그의 일이었다. 혼기를 놓친 사람이 있으면 주선해 시집 장가를 보내고, 부모의 장례를 치르지 못하는 사람은 장례를 치르게 해 주었다. 밥 짓는 연기가 끊어졌다 이어졌다 하는 사람, 양식이 바닥나고 병이 들어 길을 가지 못하는 나그네가 있으면 반드시 도움의 손을 건넸다. 자신과 친하거나 친하지 않거나, 평소 아는 사람이거나 알지 못하는 사람이거나 상관이 없었다. 또 도움을 주었다고 해서 밖으로 드러내는 법도 없었다.

이웃에 가난하지만 성품이 곧고 깨끗하여 남에게 도움을 받은 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사람이 있었다. 끼니도 잇지 못하는 그의 형편이 보기 딱했다. 하지만 도와주겠다는 말을 건넬 수는 없었다. 밤에 그의 집을 몰래 찾아가 솥에 돈 5000푼을 넣어 두고 나왔다. 아침에 일어나 보고는 눈이 휘둥그레진 주인이 동리 이웃에게 물었더니, 모두들 “명서(明瑞, 김성우의 字)가 한 일이겠지” 하였다. 하지만 김성우는 입도 떼지 않았다.

한 번은 병든 왜인(倭人)이 그를 찾아왔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병이 들어 장차 죽게 되었습니다. 그대의 높은 도덕을 듣고 감히 이렇게 찾아왔나이다.” 김성우는 그에게 따로 거처를 마련해 주고 입히고 먹이고 의원을 불러 병을 고치게 하였다. 한 해를 넘겨 병이 나은 왜인은 흐느끼며 고맙다는 말을 하고 떠났다.

수영(水營) 근처에 열다섯 살 어린 소녀가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었다. 소녀는 밥을 빌고 나무를 해다가 불치병에 걸린 어머니를 봉양했다. 그녀의 존재를 알고 김성우가 도움의 손길을 건넨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뿐만 아니라 뒷날 그 소녀를 자신의 며느리로 맞기까지 하였다(조선 시대의 결혼임을 상기하시라!).

김성우가 부(富)를 일구었던 것은 자신이 아니라 오직 남을 돕기 위해서였다. 당연히 그는 뭇사람으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았다. 아무도 그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않았다. 한번은 동래부로부터 억울한 일을 당하자 모든 상인이 철시(撤市)를 하면서까지 그를 응원하였다. 만년에 김성우는 청도(靑道) 대현(大峴)에 집을 지었다. 그곳 사람들은 그를 존경해 ‘김처사’라고 불렀다. 빼어난 학자에게나 주어지는 최고의 존칭을 얻었던 것이다. 사람살이 이것으로 족하지 않은가?

한성운(韓運聖)의 ‘입헌집(立軒集)’에서 ‘동래상인 김성우’ 이야기를 읽었다. 기릴 만한 분이고 게다가 우리 고장 사람이기까지 하여 이렇게 쓴다.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만조 때면 멈추는 광복지하도 에스컬레이터
  2. 2‘부캉이’ 추워지기 전 바다로…21일 3차 외해유도(종합)
  3. 3‘좌초 위기’ 해운대 70층 주상복합 개발 기지개 켜나
  4. 423명 숨진 ‘아리셀 화재참사’ 기업 대표, 징역 4년형 확정(종합)
  5. 5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6. 6신공항 공사 컨소시엄 1곳 탈퇴…내달 우선착공 무산 우려(종합)
  7. 7부산시, 신임 기조실장 26일 발표…행정부시장 행안부 고위간부 가닥
  8. 8창원 구산해양단지 컨소 회생 포기…26년 표류 끝 좌초되나
  9. 9부산에 둥지 수산무역협회…김 등 수출 드라이브
  10. 10‘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1. 1‘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2. 2지광(국제신문 대주주) 만난 부산노동청장 “체임 방치 땐 강력 조치”
  3. 3교육위 국감 화두 ‘교부금 축소’…“교육감 대응도 안일” 질타
  4. 4부산회생법원 국감 “지역언론 가치 고려 국제신문 살펴야”
  5. 5與, 초광역특구법안 발의 “주 52시간 특례 숙의”
  6. 6언론노조·국제 비대위 “대주주 엄벌” 청와대 간다
  7. 7與, 추미애 ‘재정 빨대’ 진화 안간힘인데 기름 부은 부승찬(종합)
  8. 8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9. 9[속보] 진영승 합참의장 “北 적반하장 용납 못해…추가 도발 감행시 단호하게 대응”
  10. 10"법령 검토해 결정하겠다"던 김지용 중수청장, 국무회의 참석
  1. 1‘좌초 위기’ 해운대 70층 주상복합 개발 기지개 켜나
  2. 2신공항 공사 컨소시엄 1곳 탈퇴…내달 우선착공 무산 우려(종합)
  3. 3부산에 둥지 수산무역협회…김 등 수출 드라이브
  4. 4송도 바다서 만난 융드립 커피 한 잔
  5. 5가덕 6200억 증액 확약 절실…국회는 특별법 개정안 논의
  6. 6관광과 지역민 함께 성장을…세계가 부산서 묘책 찾는다
  7. 7“친환경 항만 투자 100억 당, 부산 124억 생산유발”
  8. 8동남아 접수하러 ‘부산표 게임’ 방콕행
  9. 9부산은행, 불꽃축제 등 지역축제 발전에 2억 후원
  10. 10예탁원 나눔재단, 17년째 지역상생 실천
  1. 1만조 때면 멈추는 광복지하도 에스컬레이터
  2. 2‘부캉이’ 추워지기 전 바다로…21일 3차 외해유도(종합)
  3. 323명 숨진 ‘아리셀 화재참사’ 기업 대표, 징역 4년형 확정(종합)
  4. 4부산시, 신임 기조실장 26일 발표…행정부시장 행안부 고위간부 가닥
  5. 5창원 구산해양단지 컨소 회생 포기…26년 표류 끝 좌초되나
  6. 6“기존 공부량 유지하며 취약점 공략…남은 주말 수능처럼 모의고사를”
  7. 7APEC공원·금련산역 러너지원공간 문 열어
  8. 8“광안리 해변 보행공간 개선…구 차원 추가 캐시백 검토중”
  9. 9사망사고 1년 만에…부산구치소 수감자 집단폭행 재발
  10. 10피습 자작극 정이한, 모친 증인 신청
  1. 1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2. 231세 데이터 분석가, 최연소 MLB 구단 사장됐다
  3. 3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4. 4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5. 5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6. 6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7. 7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8. 83연승 KIA, LG 꺾고 23년 만에 플레이오프 진출
  9. 9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10. 10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진짜 질문의 시작
AI 시대, 부산 R&D의 대전환
국제칼럼 [전체보기]
원칙이 흔들린 대가
‘빵과 책’·양자경·강말금 그리고
기고 [전체보기]
배의 피부를 지키는 기술은 도장이다
거장은 떠나도, 오케스트라는 남아야 한다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북극항로, 첫 배보다 중요한 것은 다음 배다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도청도설 [전체보기]
주당 ‘13.7시간’ 고용
발가벗겨진 사우디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25년을 간직한 리플렛 세 장
요추부 척추관협착증, ‘메포츠’로 극복하기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미래대응기금, 지방재정 기반 흔들어선 안 된다
단일종목 ETF 졸속 심사 인정…책임 소재 밝혀야
세상읽기 [전체보기]
문화예술의 시대
다민족 사회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거울 속의 외계인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