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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와인 한 잔] 은은한 피노누아 같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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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9-08-21 19:42:46
  •  |  본지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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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품종은 와인의 스타일과 품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토양, 기후, 위도, 수확 시기, 양조 방식에 따라 와인 맛의 차이가 나고 포도 품종의 특성에 따라 와인 향의 강도 당도 산도 그리고 탄닌 함량 등이 달라질 수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피노누아 와인이 생산되는 프랑스 부르고뉴의 샹볼 뮤지니 마을 포도밭.
프랑스 부르고뉴 지역의 대표적인 품종인 피노누아로 만든 와인은 풍부한 색상과 복잡한 맛을 가졌다. 다양한 음식에 잘 어울리는 우아한 풍미를 자랑한다. 석회와 점토질이 많은 토양과 대륙성 기후를 가진 부르고뉴 지역에서 생산된 피노누아 포도로 빚은 와인은 추운 겨울과 더운 여름을 지나면서 가벼운 색상, 신맛이 많고 쓴맛이 적은 와인이 된다. 풍성한 과일 향이 좋은 와인이지만 오크통에서 숙성하면 상당히 복합적인 향, 쓴맛과 신맛이 강한 와인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여러 가지 포도를 블랜딩하고 오크 숙성을 오래 해 진하고 강한 맛을 내는 와인들에 비해 부르고뉴의 피노누아 와인은 한 가지 포도만을 사용하지만 풍부한 향, 달콤하면서도 인상적인 느낌을 주는 낭만적인 와인이다. 마치 사랑에 빠지는 것처럼 피가 뜨거워지고 영혼을 달콤하게 만들어주는 시처럼….

피노누아는 서늘한 기후를 선호하는 프랑스 부르고뉴에서 주로 재배되지만 미국 오리건 지역과 남아프리카의 워커베이 지역에서도 생산된다. 피노누아는 재배하기가 어렵고 와인을 만들기가 까다로운 품종이다. 포도의 껍질이 얇아 성숙 과정에서 종종 불규칙하고 예측할 수 없는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부패하지 않도록 특별한 재배 방식으로 주의해서 관리해야 한다. 이러한 어려움을 이겨낼 의지와 재배 기술이 있을 때 그 이상의 풍부하고 복잡한 와인이 생산될 수 있다.

아직 한국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지난 18일은 ‘국제 피노누아의날’이었다. 피노누아 와인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과 그 이후의 모든 것을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축하하고 즐기자는 의미로 정해졌다고 한다.

와인 가게로 가서 맛있는 와인 한 병을 준비해보자. 가까운 지인들과 함께 모여 좋아하는 피노누아 한 병씩 가져온 다음 지역마다 개성과 취향을 즐겨보자. 값비싼 고급 와인이든 저가 와인이든 나름대로 가치가 있다. 마실 때마다 새로운 경험을 주는 와인의 매력. 잘 알려진 유명한 와인이 아니더라도 서로 다른 특징이 있는 와인을 만나는 기쁨을 누려보자.

대부분 한국의 와인 애호가들은 무게감 있고 타닌이 강한 와인을 좋아하지만 결국 부드럽고 우아한 피노누아를 선택하게 된다. 잔잔하면서도 오래 남는 와인, 강한 것보다는 은은하게 오래 남는 그런 와인, 그래서 계속 찾게 되는 와인. 브랜드와 상관없이 품종만으로 손이 가는 와인처럼 강력하진 않지만 항상 은은한 여운이 남는 사람, 계절에 상관없이 날씨와 상관없이 어느 음식과 같이 마셔도 그 하나만으로 빛이 나는 피노누아 같은 사람이 되자.

내 곁에 있는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자. 행복은 멀리 있지 않다. 지금 바로 내 앞에 있는 사람, 지금 하고 있는 일, 지금 마시는 와인이 가장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소중한 친구이다. 부산가톨릭대 와인전문가과정 책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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