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생활과 법률] 성추행 사건으로 보는 형사재판 절차 /이일권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8-21 19:51:03
  •  |   본지 25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변호사에게 무서운 의뢰인은 무죄를 주장하는 사람이다. 성추행 사건은 더욱 그렇다. 피해자가 사실상 유일한 증거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지하철에서 치한으로 오해를 받은 청년이 법정에서 자신은 범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판사는 이렇게 말했다. “진실은 신만이 알고 있다.” 이 말을 듣고 그는 중얼거렸다. “그건 틀린 말이다. 진실은 내가 알고 있다. 난 내가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성추행을 당했다는 피해자는 법정에서 일관되게 그를 치한으로 지목했다. 그는 다시 말했다. “그래도 난 하지 않았다.”
성추행을 부인한다면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것이 좋다. 피고인을 변호하는 변호사를 변호인이라고 부른다. 1심 법정 안으로 들어가 형사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을 살펴보자. 법대에 앉은 판사가 사건번호와 피고인 이름을 부른다. 변호인과 피고인은 방청석에서 일어나 피고인석에 앉는다. 민사재판은 변호사 혼자 출석해도 된다. 하지만 형사재판은 변호인과 피고인이 함께 출석해야 한다. 형사재판이 열리는 날을 ‘공판기일’이라고 한다. 첫 공판기일에서 판사는 피고인에게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지, 직업 등을 묻는다. 피고인을 확인하는 절차를 ‘인정신문’이라고 한다. 그 후 검사는 공소사실에 대한 요지, 예를 들면 ‘피고인은 여성의 엉덩이를 만져 강제 추행하였다’고 진술한다. 판사는 변호인에게 공소사실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를 묻는다. 변호인이 공소사실을 인정하면 ‘자백’으로, 그렇지 않으면 ‘부인’으로 진술한다.

만일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부인한다고 진술하면, 증거조사 절차로 나아간다. 검사는 증거목록 및 증거기록을 제출한다. 증거기록은 수사기관인 경찰이나 검찰에서 수집한 증거를 편철하여 기록으로 만든 것이다. 증거기록엔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의 진술조서 등이 담겨 있다. 판사는 변호인에게 증거를 인부하라고 요구한다. 증거 인부란 증거에 대한 동의 또는 부동의를 말한다. 검사가 제출한 증거 중 동의할 증거와 부동의할 증거를 특정하는 것이다. 성추행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증거는 바로 피해자의 진술이다. 변호인은 피해자의 진술조서를 비롯하여 피고인에게 불리한 증거에 대하여 부동의한다고 답변한다. 검사는 피해자를 증인으로 신청하고, 판사는 다음 공판기일을 정한다. 이것으로 첫 심리가 끝난다. 소요되는 시간은 대략 10분 전후에 불과하다.

다음 심리는 보통 1개월 전후로 지정된다.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검사는 증인이 자유롭고 편하게 증언할 수 있도록 피고인을 퇴정시키거나 가림막을 설치하여 줄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성추행 사건에 있어서 피해자의 진술은 중요하다. 피해자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모순된다면 피고인에게 유리하다. 반대로 그것이 일관되고 명확하다면 피고인에게 불리하다. 이런 경우 판사는 피해자의 진술을 받아들여 이렇게 판결한다.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명확하며 피해자가 무고로 처벌받을 위험을 감수하고 피고인을 모함한다는 것은 상식과 경험칙에 반한다.’ 그래서 피해자 진술의 모순점을 찾아내어 신빙성을 탄핵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힘겨울 때가 많다. 지난해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군 ‘곰탕집 성추행’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1.3초 만에 스쳐 지나던 여성의 엉덩이를 움켜쥐는 성추행을 했다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유죄가 선고됐다.

증인 신문이 끝나고, 검사와 변호인이 달리 증인을 신청하거나 제출할 증거가 없다면 결심을 한다. 검사는 구형을 한다. 예를 들어 “피고인을 징역 1년에 처하여 달라”고 진술한다. 변호인은 무죄 이유를 설명하고 “무죄를 선고하여 달라”고 진술한다. 마지막으로 피고인이 직접 자신의 억울한 심정을 토로하며 최후 진술을 한다. 심리가 끝났다. 드디어 선고를 받는 날이 다가왔다. 과연 판사의 저울은 어디로 기울어질까? 변호인도 그날은 불면의 밤을 보낸다.

변호사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서 미분양 1군 브랜드 486가구 통째 전세로 공급(종합)
  2. 21만석으로 줄여라? BPA 초라한 아레나돔 고집
  3. 3가덕 첫삽 끝내 연내로 후퇴…당정 “공사비 8500억 증액”(종합)
  4. 4김해공항 10개월째 수장 공백…제2 출국장 부분 운영 여전
  5. 5면접 보고 그날 합격 통보…BIFC 채용행사
  6. 6단거리 최강馬 위너클리어 짜릿한 역전승…국제신문배 우승
  7. 7선박 2척 버티기…수영만요트장 재개발 착수 해 넘기나
  8. 8“실책·기복 없어야 강팀…거인 맞춤 훈련 강화할 것”
  9. 9선거법 위반 혐의 양산시 특보 숨진 채 발견
  10. 10“지광은 국제신문 떠나라” 직원 빗속 상경투쟁
  1. 1[와이라노] “한국은 단검” 美 안보청구서 점점 커진다
  2. 2주민자치회 정식 출범 원년…유럽 모범사례 현장을 가다
  3. 3박수영 ‘국쫌만’ 300회…888건 민원 풀어
  4. 4820조 예산전쟁 개막…여야 ‘3대 메가·미래기금’ 격돌 예고
  5. 5민주·혁신 합당론 재부상…통합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6. 6‘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7. 7국회 최다선 국힘 조경태 의원, 국제신문 회생 노력 지지하고 지광 스님에게 회생 동의 촉구
  8. 8李대통령 “경제 뚜렷한 회복세…모두의 성장으로 대전환해야”
  9. 9北 해커, 비트코인만 1만8270개(약 1조8701억원 ) 훔쳤다
  10. 10“7개 정당 19명 치열하게 토론…대화·설득으로 의견 일치 봐”
  1. 1부산서 미분양 1군 브랜드 486가구 통째 전세로 공급(종합)
  2. 21만석으로 줄여라? BPA 초라한 아레나돔 고집
  3. 3가덕 첫삽 끝내 연내로 후퇴…당정 “공사비 8500억 증액”(종합)
  4. 4면접 보고 그날 합격 통보…BIFC 채용행사
  5. 55월에 놓친 근로·자녀장려금, 다음 달 1일까지 신청 가능
  6. 6김장철 앞두고 배추 등 원산지 속이면 7년 이하 징역
  7. 7[뭐라노] 가덕 첫삽 끝내 연내로 후퇴…당정 “공사비 8500억 증액”
  8. 8부산은행 김해공항점 계속 운영
  9. 9편의점 번진 요거트 인기…세븐일레븐 ‘요즘’과 맞손
  10. 10에어부산, 부산~광저우 신규 취항 특가… 편도 14만9900원부터
  1. 1김해공항 10개월째 수장 공백…제2 출국장 부분 운영 여전
  2. 2선박 2척 버티기…수영만요트장 재개발 착수 해 넘기나
  3. 3선거법 위반 혐의 양산시 특보 숨진 채 발견
  4. 4“지광은 국제신문 떠나라” 직원 빗속 상경투쟁
  5. 5여전한 특수학교 님비 “주민체육시설 끼워 짓자” 고육책
  6. 6“국제신문 위기는 민의 위기” 지역사회 잇단 지지
  7. 7광주 ‘통합’·부산 ‘연합’…영호남 시민단체, 초광역 상생 대안 모색
  8. 8경비·미화 넘어 AI·관광 전문가로…은퇴 뒤 더 빛나는 삶
  9. 9국힘 과반 양산시의회, 민감한 3개 안건 부결 왜?
  10. 10[속보] 철원 육군 전방부대서 20대 하사 숨진 채 발견
  1. 1단거리 최강馬 위너클리어 짜릿한 역전승…국제신문배 우승
  2. 2“실책·기복 없어야 강팀…거인 맞춤 훈련 강화할 것”
  3. 3“좋은 젊은 피 많아…잠재력 극대화”
  4. 4삼성, KIA 6-1 꺾고 2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5. 5BNK, 여자농구 개막전 ‘디펜딩챔프’ KB 완파
  6. 6‘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7. 7“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8. 8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9. 9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10. 10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우리은행
주민자치 모범현장 가다
‘주민대표’가 건축 세부사항까지 의견…지방의회 심사 반영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코뿔소 없음과 진공
지역이 기획, 국가가 지원하는 R&D 시대 열자
국제칼럼 [전체보기]
국조 대상은 조희대가 아니라 증시 참사다
개·고양이 학대는 이제 그만
기고 [전체보기]
‘성범죄 취업제한’의 사각지대
‘2028 세계디자인수도 부산’의 과제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세레나데, 다정한 위로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탈서울’ 안 된다던 원안위, 세종행에 왜 침묵하나
AX·반도체 전시회 5개 동시에 열렸는데…
도청도설 [전체보기]
바이낸스 턴 북한 해커
호감과 비호감 사이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왜 제대로 비워지지 않는지 살펴야
개정 응급의료법이 ‘미수용 방지법’?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캉이’ 스펙터클에서 공존으로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사설 [전체보기]
가덕도신공항 착공 늦춘 정부, 공사비 증액 확약하라
내년 확장예산, 지방 성장동력 확보 마중물 돼야 한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SNS라는 광장, 우리는 서로의 말을 듣고 있는가
반복된 일상에서 마음의 여유를 찾는 법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두 미술관, 각자의 역할을 묻다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복지의 ‘필요 원칙’과 포퓰리즘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기다림에도 비용이 든다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대규모 대미 투자, 기회인가 위협인가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사람은 갔어도 명당은 남아 있다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와인은 어떻게 마음에 남는가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시민 주거안정에서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청년 떠나는 지방, 수도권 인구 분산해야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