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KBO 사무국은 올 시즌 프로야구 총관중이 800만 명을 넘기 어렵다는 전망을 내놨다. 이날 기준 전년도 총관중 617만7475명보다 8% 감소한 569만6913명이 입장했다고 밝히면서 이 추세대로라면 올 시즌 종료 이후 누적 관중은 750만~760만 명대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시즌 전 목표였던 878만 명과 비교하면 100만 명 이상 적은 수치다.
올 시즌 최하위권에 처진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시즌 홈에서 열린 52경기를 기준으로 보면 69만6394명에서 올해는 59만728명으로 15%가량 관중이 줄었다. 홈 평균 관중도 지난해 1만3392명에서 올해 1만1360명으로 2000명 정도 빠졌다.
롯데는 올 시즌 선발진 붕괴와 불펜의 부침, 롤러코스터 타선, 실책 행진 등으로 두 달여간 최하위로 떨어졌다. 그 와중에 이윤원 단장과 양상문 감독이 시즌 중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옷을 벗었다. 연봉 1위 팀의 라인업을 감안하면 팬들로서는 결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과다.
롯데의 성적 부진에도 거인을 향한 부산 갈매기의 성원은 여전히 뜨겁다. 올해 홈 평균 관중이 지난해보다 15%가량 줄었지만 10개 구단의 홈 누적 관중 수를 보면 롯데는 LG 트윈스(1만4089명), SK 와이번스(1만3916명), 두산 베어스(1만3623명)에 이어 네 번째로 많다. SK 두산 LG가 각각 정규리그 1, 2, 4위를 달리며 가을야구를 사실상 확정한 팀이라는 점과 팬층이 두꺼운 수도권 구단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하위권을 헤매는 롯데의 경기에 이처럼 많은 관중이 왔다는 점은 한편으로는 놀랍다.
롯데와 함께 빅마켓을 형성하는 KIA 타이거즈도 올 시즌 롯데처럼 하위권을 전전하고 있다. 성적 부진으로 김기태 감독이 도중하차한 것도 비슷하다. 하지만 KIA는 지난해 홈 평균 관중이 1만2304명에서 올해 9921명으로 29% 급감했다. 롯데의 관중 감소 비율의 배에 가깝다.
2011 시즌 롯데의 성적 부진이 거듭되자 일부 열혈 팬 사이에서는 일종의 불매 운동인 ‘무관중 운동’ 움직임이 일기도 했다. 전임 제리 로이스터 감독의 뒤를 이어 양승호 감독이 부임한 롯데는 전반기 한때 꼴찌로 추락하는 등 부침을 거듭하다 여름부터 뜨거운 기세로 치고 올라가 정규시즌을 3위로 마친 적도 있다.
당시의 무관중 운동을 떠올리면 올 시즌 롯데의 관중 수는 프로야구에 대한 팬들의 인식이 얼마나 변했는가를 느끼게 한다. 올 시즌 성적이 바닥권인 데다 어이없는 경기력을 자주 선보였던 자이언츠를 사랑하는 부산 팬들은 진정한 야구팬이다. 야구는 이제 스포츠의 경계를 넘어 하나의 엔터테인먼트가 됐다.
승부와 성적도 중요하지만 가족과 연인, 직장 동료 간 여가를 공유하는 장소가 됐다. 특정 선수를 응원하는 여성팬이 늘어난 것도 과거와는 다른 성숙한 팬덤이 형성된 원인으로 보인다.
이렇듯 열정적인 부산 갈매기의 사랑에 롯데 구단이 보답하는 길은 최선을 다하는 경기력을 선사하는 것밖에는 없다.
가을야구는 이미 물 건너간 상황에서 팬들의 시선은 이제 내년 시즌을 향하고 있다. 롯데도 구단의 체질을 완전히 변화시키기 위한 중장기 리빌딩에 들어간 상황이다. 김종인 대표는 선수 육성 체계와 데이터 중심의 야구를 위한 총체적인 리빌딩을 선언했다. 두산이나 키움 히어로즈 등 전통의 강호들이 강력한 육성 시스템을 바탕으로 ‘화수분 야구’를 꽃피우고 있는 데 대한 각성이다. 전성기를 지나 하향 곡선을 그리는 자유계약선수(FA)를 거액에 영입했지만 비용 투입 대비 큰 효과가 없었던 것에 대한 반성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는 올해 초 편성전략TF팀을 신설해 하부 조직으로 데이터 담당을 따로 두는 등 데이터에 기반한 야구를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롯데 자이언츠의 암흑기로 불리던 2001~2007 시즌(8-8- 8-8-5-7-7위)에는 입장 관중이 너무 적어 관중석에서 나누는 대화가 그라운드의 선수들 귀에까지 들어갔다는 웃지 못한 얘기는 롯데 구단의 엄연한 역사의 한 장면이자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교훈이다.
스포츠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