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하게 살아온 2030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자녀들을 ‘특별하게’ 챙겨주지 못했던 4050들은 자괴감에 폭발하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딸의 교육문제와 관련한 의혹이 줄줄이 터져나오면서다. 웬만한 잘못에 대해서는 관대하던 지지층들도 이번에는 다른 반응이다.
조 후보자의 딸은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다가 귀국해 그 어렵다는 외고에 정원외로 입학하고, 고교생 신분으로 대한병리학회에 게재된 논문에 제1 저자로 이름을 올린 후 이듬해 수시전형으로 고려대 생명과학대에 합격했다. 400만 원씩 두 학기에 걸쳐 관악회 장학금을 받으면서 서울대 대학원을 다니다가, 다시 부산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옮겼고, 유급·낙제에도 불구하고 내리 6학기 동안 1200만 원의 장학금을 받고 다녔다. 마치 여러 명의 학생에게 일어났던 일을 짜깁기한 드라마 같다.
웬만한 수재가 아니면 외고 입학조차 쉽지 않다. 거기에다 2학년 때는 2주간 인턴활동으로 영어 의학논문 제1 저자로 등재됐고, 3학년 때는 국제조류학회 발표 논문 제3 저자로 등재되는 ‘황금수저 스펙’으로 무장, 수시전형으로 명문대에 입학했다. 일반 서민들 입장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과정을 밟았다. 그러고는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까지. 가까스로 대학에 입학해도 학비걱정으로 알바를 전전해야 하는 고달픈 청춘들에게 ‘멘붕’을 불러일으키고도 남을 일이다. 그런 아들딸들을 지켜봐온 4050들도 분통이 터지기는 마찬가지다.
조 후보자 본인은 ‘억측’이고 ‘오해’라고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서 ‘특혜’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 ‘합리적 의심’일까 아닐까. 조 후보자의 배경이 없었더라도 가능했을 일이었을까.
그런데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정의와 공정’ ‘과정의 평등’을 외쳐왔던 조 후보자의 과거 발언과 실제행동이 너무나도 판이한 이중성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는 위장전입에 대해서는 “시민들의 마음을 후벼파는 것”이라고 일갈했으나, 정작 본인은 그 말을 하기 10여 년 전에 이미 위장전입 흔적을 남겼다. “장학금 기준을 성적중심에서 경제상태 중심으로 옮겨야 한다”고 주장한 것과는 달리, 자신의 딸은 서울대 대학원과 부산대 의전원에서 8학기 동안 2000여 만 원의 장학금을 받았다. 56억 원의 재산가인 부모를 가진 조 후보자 딸이 장학금을 받고 다니는 동안 어떤 가난한 학생은 경제적인 사정으로 면학을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그 밖에도 언행 불일치는 부지기수이다. 어느 것 하나 ‘내로남불’이라고 분통을 터뜨리기에 모자람이 없는 내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평등한 기회, 공평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을 약속했다. 그런데 대통령의 최측근인 조 후보자에 의해 공정의 가치가 흔들리고 있다. 특권이 상식을 뛰어넘었고, 공정과 정의를 배신했다. 급기야 고려대 학생들이 조 후보자 딸의 부정입학에 항의해 ‘촛불’을 들겠다고 한다. 서울대, 부산대 학생들도 동조할 움직임이다. 민심은 그렇다.
그럼에도 조 후보자는 “절차적 하자가 없었다” “명백한 가짜뉴스이고, 억측과 오해”라고만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장관 임명을 전제로 한 정책을 발표하는 오만한 모습까지 보인다. ‘너희들이 아무리 떠들어도 대통령께서는 나를 임명하실 것’이라는 확신에 찬 모습이다.
청와대와 여당도 조 후보자를 감싸안기에 급급하다. 이게 공정인가. “자기 편을 옹호하는 데도 지켜야할 금칙(禁則)은 있는 법”이다. 조 후보자의 말이다.(2010년 8월 언론 기고)
믿었던 최측근의 속살을 들여다본 문 대통령의 심정은 어떨까. ‘자식 가진 부모’의 심정으로 이해해줄까. ‘억장이 무너지는 국민’들의 심경을 느낄까.
대통령이 아픈 손가락을 베어내지 못한다면 여당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 대통령의 뜻이 아닌 백성의 뜻을 파악해 전달해야 한다. 여당 의원들은 이미 정답을 알고 있다. 정부여당은 정신을 차리고 현실을 직시, 대통령이 잘못된 길로 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 조 후보자는 저서 ‘조국, 대한민국에 고한다’에서 “선비가 해야 할 기본 임무는 직언극간(直言極諫, 온 힘을 다해 곧은 말을 함)이라고 했다. 이제 조 후보자에게 기대하기는 어렵고, 당에서라도 해야 한다. 그래야 대통령과 여당이 살고 나라가 바로 선다.
조 후보자는 2010년 8월 언론 기고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제시한 ‘공정한 사회’가 되려면 일단 이런 (부적격) 후보자들의 지명부터 철회해야 한다. 그리고 엄정한 수사가 뒤따라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공정한 사회’는 공허한 수사(修辭)가 된다”고 주장했다.
비양심적인 삶이 이기는 세상이 되도록 내버려 두면, 피해는 사회적 약자들의 몫이 된다. 자신들만이 모든 정치적 선(善)의 결정체라는 착각은 지금이라도 버려야 한다.
서울본부장·서울정치부장 thrk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