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세상읽기] 결코 해서는 안 되는 이야기 /유정임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8-25 19:24:45
  •  |   본지 2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오랜만에 회식을 했다. 직원 한 사람이 퇴사하는 바람에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점심 한 끼하자고 모인 자리. 주인공이 아직 오지 않아서 모인 사람들은 두서없이 이 말 저 말 아무 말 잔치를 벌이고 있다. 그런데 가만히 듣고 있자니, 어떤 이야기는 이야기 소재만으로도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든다.

제일 먼저 시작된 한 상급자의 정치 이야기. 정치 이야기는 부모 자식이나 부부지간에도 해서는 안 되는 금기 사항이라는데 특히 회식에서 쏟아지는 상급자의 정치적 견해는 반강제적으로 들어야 했던 교장 선생님의 월요일 아침 훈화 같다. 길기도 길고, 쉼표가 없다. 정치 이야기가 밥상에 오르자 분위기 가 사뭇 달아오른다. 맞거니 틀리거니 격한 이야기가 한 바퀴를 돌 무렵 젊은 직원 한 사람이 용기를 내어 한마디를 보탠다.

“저…. 죄송합니다만, 저는 생각이 다르지만 드릴 말씀이 없어서요. 정말, 죄송합니다만 다른 이야기로 소재를 바꿔 주시면 자신 있게 답을 드리겠습니다.”

결코 밉지 않은 정중한 부탁에 좌중에 유쾌한 웃음이 터졌다. 다시 분위기가 정리되면서 화기애애해지는가 싶었는데 이번에는 종교 이야기가 시작됐다.

종교 이야기는 힘들다. 나 같은 무신론자에게 종교에 대한 확신과 강력한 신념으로 건네지는 이야기들은 버티기 힘든 인내를 요구한다. 신념에 가득 찬 일방통행식의 종교 이야기는 다른 사람의 종교에 팽팽한 경계심을 갖게 한다. 부담스럽고 불편한 종교이야기가 사라질 무렵, 다행이다 한숨을 몰아쉬는데, 아뿔싸, 이번에는 누군가 반려견을 화제에 올렸다.

강아지 한 마리를 키우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간다는 누군가의 이야기. 보험가입에 기저귀 비용에 미용 비용, 훈련 비용까지 소소히 부담이 크다는 설명이다.

“혹시, 개 유치원 아세요? 제 친구 아파트에는 아침마다 반려견 유치원 차량이 한 바퀴를 돈대요. 엄마들이 애들 손 잡고 유치원 차량 기다렸다가 등원시키는 거랑 똑같은 거죠. 우리 동네도 오면 좋은데 아직 안 오더라고요.”

신기하고 즐겁다는 이쪽의 반응에, 듣고 있던 저쪽이 날을 세운다.

“예? 해도 해도 너무 하네요. 아무리 가족처럼 지낸다고 해도 좀 지나친 거 아닙니까? 요즘 유모차 끌고 다니면 열에 두셋은 반려견 유모차라니까요. 낳으라는 애들은 안 낳고, 왜 네 발로 달려야 하는 개들을 태우고 다니냐고요. 정말 이해가 안 간다니까요.”

펫을 키우느냐 마느냐, 어떻게 키우느냐는 개인적인 선택 사항인데 항상 의견은 팽팽하다. 나와 다른 누군가의 선택은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편견으로 날밤을 새도 부족한 각자의 기호에 대한 토론들이 터져 나온다. 다름을 인정하기 힘드니 옳고 그른 판단이 우선이 되는 현장, 이럴 때는 입을 닫는 것이 상수다.

도대체 회식 주인공은 왜 안 오는 걸까? 불편해진 분위기가 정리될 즈음 이번에는 더 위험천만한 이야기가 오르내린다.

“김 부장님은 왜 결혼을 안 해요? 특별한 이유가 있어요?”

아, 이런! 안 된다고 종을 울리고 싶다. 땡땡땡. 이런 이야기 절대 안 되는데.

“저요? 결혼은 선택이잖아요. 요즘 세상에 누가 그런 걸 강요해요.” 불편하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만! 상대방은 눈치를 못 챈 걸까?

“그런 생각을 하니까 인구가 줄어드는 거 아닌가요?” 아, 선을 넘어섰다.

“네? 혹시 애 낳으려고 결혼하셨어요?” 반격의 기세 역시 등등하다. 모두들 멋쩍게 웃고 있지만 웃는 게 웃는 게 아니다. 분위기는 썰렁해지고 있다.

그 순간, 주인공이 들어섰다. 눈물겹게 고맙다. 그제야 누군가는 불편했을지도 모를 아무 말 대잔치가 막을 내렸다. 그리고 얻은 교훈 한 가지. 회식에서는 결코 정치 이야기하지 말자, 종교 이야기도 안 된다. 반려견 이야기도 심사를 건드릴 수 있다. 결혼? 출산? 취직? 안 된다. 절대 안 된다. 그런데, 그러면 무슨 말을 나눠야 하나? 그냥 회식을 없애야 하나?

부산영어방송 국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시, ‘부산항선’ 이달 예타 신청…원도심~북항 잇는 24.21㎞ 트램
  2. 2“이래서 당첨 힘들었나”… 최근 5년간 민간아파트 부정 청약 1669건
  3. 3부산 동래·금정구 하늘에 뜬 ‘쌍무지개’…희망과 행운의 메시지
  4. 4HD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노사 갈등 커질 듯
  5. 5[단독]서지영 “기보, 본사는 부산에 두고 부산 기업은 심각한 홀대"
  6. 6[속보]돌아온 ‘부캉이’, 식지 않는 인기…누적 방문객 80만 넘어
  7. 7금융권 광범위 AI 공격 “해킹 시도 더 많을 수도”
  8. 82026 진주남강유등축제 화려한 개막…18일까지 ‘빛의 향연’
  9. 9“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10. 10"친구가 총기 들고 탈영"…허위 신고한 20대 벌금 500만 원
  1. 1[단독]서지영 “기보, 본사는 부산에 두고 부산 기업은 심각한 홀대"
  2. 2'좌아하게'? 다시 논란 부른 이 대통령 SNS 정치
  3. 3오세훈, 영화 암살자(들) ‘탄흔 티켓’에 “문화 품격 훼손”
  4. 4[속보]민주당, 국힘 집회에 “극우 유튜버들 박수 세례에 중독된 장동혁”
  5. 5與 “조희대, 국감 출석 불응 의사…불출석은 국회법 위반”
  6. 6李대통령, 금융기관 개인정보 유출에 “철저 조사 지시”
  7. 7'광대극' 조소 이어 미사일로 응답한 北. 좁아진 청와대 입지
  8. 8영화 '암살자(들)' 논란 속 장동혁, 고(故) 육영수 생가 방문
  9. 9국힘, 싱가포르영화제 ‘암살자(들)’ 상영 철회 서한…與 “영틀막”
  10. 10김민석 “차기 총선 주 싸움터는 한강 아니라 낙동강”
  1. 1“이래서 당첨 힘들었나”… 최근 5년간 민간아파트 부정 청약 1669건
  2. 2[속보]돌아온 ‘부캉이’, 식지 않는 인기…누적 방문객 80만 넘어
  3. 3금융권 광범위 AI 공격 “해킹 시도 더 많을 수도”
  4. 4"산업용 차등요금제, 기업의 지역이전 효과 극히 불투명"
  5. 5"차명계좌 적발, 작년 이후 총 3471건…NH농협 가장 많아"
  6. 6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둘러싼 한·미 불협화음 언제까지 이어지나
  7. 7정부의 농축산물 할인 지원 예산 급증… 재정 부담 가중될 듯
  8. 8카카오 월4900원 멤버십 출시…네이버 쿠팡과 3파전
  9. 9이억원 “AI 해킹 가능성…금융권 최고수준 경각심 가져야”
  10. 10미래대응기금, 국감 쟁점 부상…국회 "재원 지속가능 의문"
  1. 1부산시, ‘부산항선’ 이달 예타 신청…원도심~북항 잇는 24.21㎞ 트램
  2. 2부산시, ‘부산항선’ 이달 예타 신청…원도심~북항 잇는 24.21㎞ 트램
  3. 3부산 동래·금정구 하늘에 뜬 ‘쌍무지개’…희망과 행운의 메시지
  4. 4HD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노사 갈등 커질 듯
  5. 52026 진주남강유등축제 화려한 개막…18일까지 ‘빛의 향연’
  6. 6"친구가 총기 들고 탈영"…허위 신고한 20대 벌금 500만 원
  7. 7[속보] “법 위반한 적 없어” 김상욱 울산시장 첫 경찰 출석
  8. 8AI 성착취물 텔레그램방 ‘그놈’…잡고 보니 경찰관
  9. 9“술값 내라” 여러 차례 여자친구 때릴 듯 위협한 20대 집유
  10. 10울산바위 배경으로 사진 찍다 추락한 70대 등산객 숨져
  1. 1“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2. 2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3. 3‘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4. 4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5. 5[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6. 6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7. 7태권도 송다빈, 여자 67㎏초과급 금메달…겨루기 첫 金 수확
  8. 8서채현, 아시안게임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리드 금메달
  9. 9한국, AG 남자 축구 4회 연속 금메달…결승 한일전 1-0 승리
  10. 10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자동화의 세상에서 지능화의 세계로
국제칼럼 [전체보기]
배지의 실력행사
개헌 말하려면 헌법 준수부터
기고 [전체보기]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상어가 떠난 뒤, 북항에 남겨야 할 것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상표권 알박기
민원인(들)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가덕도신공항 공사비, 법 개정 앞서 정부가 힘 실어야
AI 해킹에 노출된 금융권 보안체계 재점검 시급하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드골 대통령과 군복
청년기본법, 청년친화도시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무(武)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