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주변에도 신청한 집이 많은데 이럴 수가 있습니까? 행정에 대한 신뢰가 뚝 떨어지네요.”
제보자의 목소리에서 격앙된 심정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부산상수도사업본부의 ‘물탱크 없는 부산 만들기’ 사업에 신청했다가 무작정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듣고 답답함에 연락했다는 어르신이었다. 제보자가 거주하는 지역에서는 올해 해당 사업의 예산이 이미 소진된 탓에 신청 대기자만 100여 명에 이르렀다. 부산의 10개 사업소 모두 사정은 비슷하다.
이는 총예산 중 복지 분야에 가장 먼저 손을 댄 상수도사업본부의 실책 탓이다. 2017년 물복지 사업의 하나로 시작된 ‘물탱크 없는 부산 만들기’ 사업에는 2년 연속 100억 원의 예산이 책정됐다. 시행 첫해인 2017년 9306건, 지난해 1만366건이 접수되는 등 인기가 높았다. 물탱크에 보관하는 수돗물의 오염과 미생물 번식 가능성을 줄이고, 도심 미관 정비 효과도 기대했다. 하지만 “사업이 지금 추세대로 진행되면 3, 4년 이내 옥상 물탱크가 거의 없어질 것”이라던 상수도본부의 태도는 2년 만에 바뀌었다.
해당 사업은 올해 예산 책정 과정에서 35억 원이나 줄어든 65억 원만 편성됐다. 적자가 늘어난 상수도본부의 경영 합리화 차원에서 복지 분야에 총예산의 5%만 배정하기로 하면서 결정된 사항이다. 대당 80만~100만 원이 드는 물탱크 처리 공사를 추진하는 돈이 당장 모자라니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태가 빚어진 것이다.
올해에는 상반기에만 3000여 개의 물탱크가 처리됐고 후반기에도 비슷한 수의 물탱크 처리 공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여기에 대기 인원까지 합하면 여전히 물탱크를 쓰는 시민은 많다는 걸 알 수 있다. 상수도본부 측은 “호응도가 높은 사업이 후순위로 밀려 우리도 안타깝게 생각한다. 하지만 역점 사업을 우선 처리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처”라고 해명했다. 상수도본부는 내년도 본예산에 관련 예산을 확보하는 대로 대기 인원부터 우선 공사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이미 마음에 상처를 입은 시민이 많다. 예산이 없다고 손 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 앞서 민원을 대할 때부터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면 기자에게 불만에 찬 전화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 갈수록 높아지는 복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무엇을 먼저 고려해야 하는지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사회부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