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초반 스스로를 구세주라 칭하는 한 한국인 남성 때문에 호주 시드니가 잠시 시끄러웠다. 현지 한인사회의 주된 반응은 “남의 나라에서 망신살 뻗쳤다”는 것이었으나 이를 흥미롭게 지켜본 호주인이 없진 않았다. 2000년 전 메시아는 이스라엘인이었지만 20세기 메시아는 한국인이라는 주장에 “같은 나라 사람으로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은 유학생이 꽤 있었다. 구약 예언서인 이사야서에 동방의 독수리가 세상을 구원한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구절이 있는데, 그래서인지 유독 한국에 자칭 메시아가 많은 건 사실이다.
‘메시아 콤플렉스’는 자기가 없으면 세상 일이 해결되지 않을 것같은 신념이나 마음자세를 말한다. 정치인들 중에 유독 이런 유형이 많다. 원래 자기애가 강한 데다 자신을 둘러싼 지지자들만 눈에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도 “누군가는 이 일을 해야만 한다. 내가 이를 위해 선택받은 인물이다”라는 발언으로 메시아 콤플렉스에 빠졌다는 말을 들었다. 이런 사람들일수록 말과 행동, 생각과 행동이 다를 때 나타나는 자기 합리화에 능하다고 한다. 심리학에서는 인지부조화라고 하는데, 가짜 메시아가 예고한 종말이 실제로는 오지 않았는데도 종말론을 버리기는커녕 오히려 신앙심이 깊어지는 사이비 종교집단의 예가 여기에 속한다. 사실과 생각이 다르면 사실을 포기해버리는 것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5일과 26일 연이틀에 걸쳐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등 검찰개혁이 완성되도록 지원하겠다. 문재인 정부의 사법개혁 완수를 위해 어떤 노력이든 다 하겠다”고 말했다. 장녀의 황제 입시와 장학금 특혜, 일가족 사모펀드 투자, 비정상적인 사학재단 운영 등 후보자 임명 이후 보름동안 터져나온 편법·일탈·부정 의혹이 줄을 잇는데도 자신이 사법개혁의 적임자라고 한다.
사법개혁의 요체는 반칙과 특권을 없애자는 것일 게다. 또 죽은 권력이 아니라 산 권력에 대한 추상같은 심판일 것이다. 그런데 반칙과 특권 행사 의혹을 송두리째 받고 있는, 살아 있는 권력인 조 후보자가 사법개혁의 완성을 외치고 있다. 조 후보자는 “고통스럽다고 함부로 짐을 내려놓을 수 없다”며 숭고한 목적을 위해 모멸을 참고 있는 듯 말하기도 했다. 그가 ‘나 아니면 안 된다’는 메시아 콤플렉스에 빠졌는지는 알 수 없으나 고통스럽기는 이런 모습을 보고 있는 국민이 더할 것이다.
강필희 논설위원 flut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