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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시대 대전환의 서곡인가 /유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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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9-08-27 19:49:21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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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질서가 요동치고 있다. G1인 미국은 불공정 무역의 명목 아래 일방적인 정책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G2인 중국에 수출품 관세 부과, 환율조작국 지정, ‘안보상의 위험’을 내세운 화웨이 정보통신장비 수입 금지 등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중국도 보복관세와 미국 농산물 수입금지로 대응함으로써 미중 간 ‘무역전쟁’이 격화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명시적으로 보호주의 반대를 내세우지 못할 만큼 무력화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경제 위기를 겪는 국가에 오히려 고통을 가중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G3인 일본도 이런 흐름에 가세하고 있다.

1941년 8월 9일 영국 수상 처칠은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을 대서양에서 만났다. 당시 고립무원의 영국은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중립적 입장인 미국을 끌어들이고 자국 식민지 국민을 동원해야 했다. 그렇게 하려면 영국은 ‘제국주의 반성문’을 제출해야 했다. 그렇게 나온 것이 ‘대서양 헌장’이었다. 민족자결주의, 자유민주주의와 자유무역의 내용을 담은 이 헌장은 미국 주도로 평화와 공동 번영을 향한 전후 세계질서를 확립하는 데 밑그림이 되었다.

미국은 전후 유엔 설립과 ‘브레튼우즈 체제’ 정립 등을 주도하면서 새로운 국제질서를 창출했다. 브레튼우즈 체제는 1944년 미국 브레튼우즈에서 44개 연합국 대표가 모여 자유무역 원칙을 국제경제 질서의 틀로 합의했을 때 형성되었다. 이런 질서를 실현하기 위해 WTO IMF 세계은행(WB) 즉 브레튼우즈 체제의 ‘삼두마차’를 설립하였다. 이 체제는 국가 간 자유무역을 통해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이룩하면서 냉전시대에 서방 진영의 높은 경제성장과 결속에 기여하였다. 1970년대 후반부터 사회주의 경제권이 자유무역체제의 국제경제 질서에 편입됨으로써 세계경제는 자유무역 질서 아래 통합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세계화의 혜택이 모든 국가와 모든 계층에 돌아간 것은 아니었다. 밀라노비치의 ‘코끼리 곡선’이 이를 잘 보여준다. 중국과 인도, 동남아, 남미, 북아프리카 국가(소득분위 5~75%)와 선진국 최상위 계층(95~100%)의 소득은 20년(1988~2008년) 동안 20% 이상 눈에 띄게 증가하였다. 특히 이 기간 BRICS로 대변되는 신흥국들의 실질소득 증가율은 70~80%를 상회하였다. 중국은 놀라운 경제성장을 발휘하여 G2로 우뚝 섰다. 반면 대부분 블루칼라 노동자인 선진국 중산층이 집중되어 있는 소득분위(75~95%)에서는 소득 증가율이 20% 미만이었고 그중 77~85% 구간에서는 감소하였다. 미국의 ‘러스트 벨트’로 대변되는 철강산업과 자동차산업 단지의 블루칼라 노동자, 30여 년간이나 지속되는 경기 침체를 경험하고 있는 일본의 중산층이 이쯤에 해당될 것이다.

‘코끼리 곡선’이 우리에게 던진 시사점은 무엇일까? 세계화는 국가 간 불평등을 완화했지만 선진국 내 불평등을 심화시켰다. 다시 말해서 세계화는 세계경제 전체의 파이를 키웠지만 국가 간 배분에서 신흥국에, 선진국 내 배분에서 다수의 비숙련 노동자보다는 소수의 자본가와 기술혁신가에 더 많은 파이가 돌아가도록 했다.
이런 상황에서 다수 국민의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선진국에게 두 가지 옵션이 있었다. 첫째, 내부 개혁을 통해 자국 내 불평등 구조를 해소하는 것이다. 둘째, 신흥국의 수혜분을 자국의 손실자에게 이전하는 것이다. 선진국, 예컨대 미국 영국 일본에서 후자의 방법으로 대중을 설득하는 정치세력이 등장하였고 실제로 정권을 잡았다. 이들 세력은 내부 모순을 국제 모순으로 전환하여 끊임없이 기존 국제질서를 흔들 것이다. 미국은 자신이 구축한 자유무역 기반 국제경제 질서를 스스로 뒤흔들고 있으며, 일본도 이런 흐름에 재빨리 합류하고 있다. 힘에 의한 서열화를 요구하는 국제정치 시대가 시작되었다. 앞으로 민간이 주도하던 ‘조용한’ 경쟁이 정부의 ‘힘의 경쟁’으로 위험하게 질주할지 모른다. 사라졌던 제국주의의 부활 몸짓이 곳곳에서 관찰된다. 일본 제국주의에 의한 쓰라린 역사를 지닌 우리는 우리 것을 빼앗기지 않으면서 신축적이며 창의적인 방법으로 타국과 윈윈할 관계를 모색해야 하는 시대적 난제에 직면하고 있다.

한국해양대 국제무역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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