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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과 법률] 원자력발전소 주변에 살아도 안전할까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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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9-08-28 19:00:46
  •  |  본지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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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원자력발전소에서 반경 10㎞ 이내에서 20년 이상을 살았던 균도네가 한국수력원자력 주식회사(이하 ‘한수원’)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던 사건이 4년8개월동안 끌어오다 최근 항소심 판결이 선고되었다.

최초 소송을 제기한 때가 2012년이니 1심부터 계산하면 무려 7년을 끌어왔던 소송이 일단락이 된 셈이다.

균도네는 6기의 원자로가 가동되는 고리원전 주변에 살면서 아빠는 대장암, 엄마는 갑상생암, 균도는 선천성 자폐증을 앓게 되자, 이 질병들이 고리원전이 배출한 방사선 물질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한수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었다.

1심에서는 균도 엄마의 갑상생암 발생과 고리원전이 배출한 방사선 물질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여 원고들 청구 중 일부를 인용했으나, 항소심에서는 갑상생암 발생과 원전이 배출한 방사선 물질 사이의 인과관계도 부정하여 원고들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균도네가 이와 같은 소송을 제기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가 서울대학교 의학연구원 원자력영향·역학연구소에 의뢰하여 1991년부터 2011년까지 19년간 원전 주변에 거주하는 1만여 명 주민의 암 발병률에 대한 역학조사를 한 연구결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연구는 원전에서 반경 5㎞ 이내에 거주하는 주변지역 사람들과 5~30㎞ 지역에 거주하는 근거리대조지역, 30㎞ 이상 지역에 거주하는 원거리대조지역 사람들의 암 발병률을 서로 비교하여 원전 주변지역 사람들의 암 발병률이 대조지역 사람들의 암 발병률보다 높은지에 대한 연구조사였다.

이 연구조사에서는 위암, 간암, 폐암 등 일반적인 암의 경우 원전 주변지역 주민들의 암 발병률이 대조지역 주민들의 암 발병률의 1.2배 이내로 조사되어 상관관계를 인정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갑상생암, 특히 여성의 갑상생암 발병률은 원거리 대조지역 주민들의 발병률에 비해 근거리 대조지역 주민들의 발병률은 1.8배, 원전 주변지역 주민들의 발병률은 2.5배까지 높게 나타났다.

방사선 물질 배출과 갑상생암 발병 사이에 상관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유의미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균도네 소송에서 1심 재판부는 이 역학조사결과에 주목했다. 갑상생암의 발생은 방사선 노출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다른 암과는 달리 갑상생암의 경우 원전으로부터의 거리와 발병률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으므로, 균도 엄마의 갑상생암 발생과 고리원전의 방사선 물질 배출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고, 이를 부정하는 한수원이 자신들이 배출한 방사선 물질이 균도 엄마의 갑상생암 발생의 원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은 원전 주변지역 사람들의 연간 환경방사선 피폭량 조사결과에 더 주목했다. 한수원과 지식경제부 등이 1991년부터 2009년까지 원전 주변지역 주민의 방사선 피폭량을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연간 개인 방사선 피폭량이 0.0158 밀리시버트(mSv) 이하로, 원자력안전법시행령이 규정한 연간 방사선량 한도 1mSv나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고시한 0.25mSv에 훨씬 못 미쳤다.

이러한 사실과 인간이 땅이나 우주, 음식물 등으로부터 받는 자연방사선 피폭선량이 연간 3mSv, X-선 촬영 시 피폭선량이 0.01mSv, CT 촬영 시 피폭선량이 5~25mSv인 점과 갑상생암의 발생 원인이 방사선 노출 외에도 유전·체질 등 선천적 요인, 식생활습관이나 직업·환경적 요인 등으로 다양하다는 점을 들어, 항소심 재판부는 균도 엄마의 갑상생암의 발생 원인을 고리원전이 배출한 방사선 때문이라고 단정하기에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균도네가 상고를 한다고 밝혔으므로 최종적으로는 대법원이 다시 판단을 하겠지만, 그 이전에 항소심 판결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한수원이 그간 행했던 원전비리 등의 행태에 비추어 봤을 때 과연 원전 주변에 살아도 안전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변호사 ·법무법인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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