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다 면적이 작은 포르투갈은 유럽의 서쪽 끝에 있다. 국토의 동쪽 면은 거친 북대서양과 접했고 서쪽으로 진출하자니 강대국 스페인이 버티고 있었다. 지리적으로 벼랑 끝까지 몰린 형국. 결단이 필요했다. 15세기 초 해양 탐험 사상 가장 위대한 선구자로 불리는 엔리케 왕자가 등장한다. 그는 세계 최초의 항해학교를 설립하고 조선소와 지도 제작소를 만들어 해양 진출을 준비한다. 결국 세상의 끝이라 여겼던 바다를 지나 포르투갈에서 아프리카로 가는 항로를 개척한다.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했던 바로 그때다. 엔리케 왕자의 뒤를 이은 바스코 다가마는 아프리카의 최남단인 희망봉을 돌아 마침내 인도에 닿는다. 유럽이 그토록 꿈꾸던 뱃길이 열렸고 세계사의 흐름을 바꿔놓은 뱃길이었다. 그 덕분에 유럽의 작은 나라 포르투갈은 한때 세계 역사상 가장 넓은 땅을 식민지로 거느리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그 배경에는 장기 항해에도 상하지 않고 선원들의 식량이 되어줬던 ‘바깔라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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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스본 타임아웃마켓의 ‘치보르나 드 바깔라우’. |
바깔라우는 대구를 소금에 절여서 건조한 것이다.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식재료이기도 하거니와 지난 600여 년 동안 포르투갈 사람들을 먹여 살린 주식이었다. 포르투갈의 시장이나 마트 어디를 가더라도 바깔라우를 판매한다. 그 가격 또한 놀라울 정도로 저렴하다. 조리법만 300가지가 넘고 포르투갈의 어느 음식점을 가더라도 맛볼 수 있다. 오히려 종류가 너무 많아서 탈이다.
최근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는 ‘타임아웃마켓’이다. 12세기부터 시장이 형성되고 16세기에는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시장 가운데 하나였던 리베이라시장. 하지만 20세기 들어 그 기능이 쇠퇴하자 리스본의 젊은 기획자들이 모여 재건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그렇게 해서 2014년, 900년 전통의 리베이라시장은 ‘타임아웃마켓’이라는 이름으로 리스본 식문화의 중심으로 완전히 탈바꿈한다. 리스본 유명 레스토랑 32곳의 키오스크 매장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타임아웃 마켓은 그 스케일 자체로 관광객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일 년 내내 축제가 벌어지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바깔라우 요리는 ‘치보르나 드 바깔라우(Tiborna de Bacalhau)’. 치보르나는 포르투갈어로 ‘올리브기름에 담근 따뜻한 빵’을 의미한다. 따라서 치보르나 드 바깔라우는 올리브기름에 적신 바게트를 펼치고 그 위에 으깬 대구살, 초리초, 반숙 달걀, 루꼴라를 차례대로 쌓고 마지막으로 올리브기름을 듬뿍 뿌린 음식이다. 그 구성 자체가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구성이고 한국인의 입맛에도 무척이나 친숙한 맛이다. 더불어 맥주를 사정없이 부르는 음식이다.
도시 재생에 완벽하게 성공한 900년 역사의 시장에서, 15세기 대항해시대를 기억하며, 600년 동안 한 국가가 구축해 온 식문화를 경험하는 것. 여행에서의 끼니는 선택하기에 따라 이처럼 어마어마한 스케일과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맛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