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인사청문회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 국무위원 등 정무직 관료는 하마평부터 실제 임명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설과 의혹 제기가 난무한다. 무분별한 가짜뉴스도 문제지만 사실은 높아진 국민의 눈높이와 사회적 윤리수준에 합당한지가 쟁점이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라고 둘러댈 소지도 있으나 나랏일을 하는 공직자가 되려면 어떤 가치관을 유지해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자한사보(子罕辭寶)’라는 중국 고사가 있다. 송나라 재상이 된 자한이 한 농부가 건넨 보배를 재치 있게 사양한 얘기다. 송나라 한 농부가 밭갈이를 하다가 옥을 주워서 자한에게 바쳤으나 자한은 받지 않았다. 농부가 “이것은 농부들의 보배입니다. 바라옵건대 상공께서는 받아주시옵소서”라고 거듭 청하자, 자한은 “그대는 옥을 보배로 삼고, 나는 받지 않는 것을 보배로 삼으니, 만일 내가 그것을 받는다면 그대와 내가 모두 보배를 잃는 셈이네”라고 답했다. 자한은 눈앞에 보이는 보배보다 무형의 고귀한 보배를 더 중시 여겨 훗날에까지 그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자한의 이야기를 비롯한 숱하게 많은 사례를 보면 옛 관료들이 오늘날의 공직윤리 즉 청렴에 대해 어떤 생각과 태도를 유지했는지 알 수 있다. 선인들도 공직자가 지켜야 할 으뜸 원칙으로 청렴을 꼽았고, 청렴하지 않으면 서로가 모든 것을 잃는다고 생각한 것으로 풀이된다. 성인으로 추앙되는 공자로부터 공직자의 표본으로 삼는 다산에 이르기까지 이들은 말과 글을 통해 청렴의 중요성과 그로 인한 이로움을 우리에게 가르치고 있다. 많은 고전이나 선현의 가르침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청렴은 공직자가 갖춰야 할 으뜸 덕목이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가장 가치 있는 것이다.
여러 논란 끝에 만들어진 청탁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도 곧 3년이 된다. 정부는 청렴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며, 공공기관들도 해당 기관의 청렴도를 높이기 위한 여러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국제투명성지수(부패인식지수)를 보면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경제 규모나 국가 경쟁력 등을 감안하면 아직도 낮은 수준이다. 여러 가지 지표가 있지만 특히 정책결정지수는 거의 최하위 수준이다.
이런 수준에선 정부가 어떤 정책을 집행하더라도 신뢰도가 낮아 국민의 수용도를 끌어올리는 것이 어렵다. 그뿐 아니라 세계적 자본의 국내 투자 유치는 더더욱 요원할 뿐이다. 지정학적 위험을 감안한다면 우리에게 청렴은 필수 전략일 수밖에 없다. 공직자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더 투명해지고 청렴해질 때 비로소 편안한 사회, 더 나아가 이로운 사회가 될 수 있다.
우리 공단 역시 청렴문화 확산을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 청렴계약 이행제, 클린신고센터 운영 등과 같은 다양한 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윤리적이고 청렴한 경영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임직원 비리나 부패행위를 24시간 익명으로 제보할 수 있는 ‘국민연금 헬프라인(Help-Line)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또한 공정한 업무 처리를 위해 직원 개개인은 서약서를 작성하고 유관기관과의 캠페인을 개최하는 등 다방면에서 청렴문화 정착과 확산을 위한 활동들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국민연금공단은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공공기관 부패방지 시책평가’에서 3년 연속 1등급을 달성했다.
궁극적으로 정부나 공공기관의 주인이 곧 국민이라고 봤을 때 그 조직과 제도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선 주인으로부터 신뢰를 얻어야 한다. 청렴에 반하는 작은 그 무엇이라도 겉으로 드러나게 될 때 서로 불편해지고 본인은 물론 조직, 나아가 국가에 해를 끼치게 된다. 이러니 청렴은 곧 편안함이요 이로움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아침 저녁으로 꽤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 초입에 들면서 우리에게 진정 가치 있는 보배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국민연금공단 부산지역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