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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 칼럼] 감정적 대응은 일본을 웃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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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9-08-29 19:57:56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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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경제보복을 가하자 온 나라가 들썩였다. 일본 관련 제품들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어났고, 일제강점기와 관련한 영화가 인기리에 상영되었다. 정부도 긴박하게 움직였다. 한일 간의 군사정보교류 협정인 지소미아가 파기됐다. 이러한 일련의 긴박한 상황에서 분명히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하나 있다. 감정이 앞서는 행동으로는 일본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일본이 우리를 자극할수록 우리는 더 냉철해져야 하고 계산적이어야 한다. 감정은 이성적 사고를 약화시켜 오히려 우리가 우리의 함정을 파는 일을 만들 뿐이다. 지속성도 약하다. 상황이 달라지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마음을 돌려세우는 것이 감정이다. 남는 것은 흐려진 판단으로 인한 막대한 피해뿐이다. 철저히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계산해야 한다.
그림 서상균
이런 점에서 최고수는 이순신이다. 이순신을 이해할 때 23전 23승이라는 신화 같은 숫자는 부산물에 불과하다. 그의 불굴하는 의지도 핵심은 아니다. 물론 이것이 전적으로 오류는 아니다. 그는 ‘필사즉생(必死則生) 필생즉사(必生則死)’ 즉 ‘죽기를 각오하면 살 것이고 살려고 노력하면 죽을 것이다’는 유명한 말을 했다. 명량해전을 앞두고 턱없이 부족한 전력으로 두려움에 떠는 장병들에게 이순신이 한 말이다. 일본을 이기고자 한 강력한 의지가 잘 묻어 있다. 하지만 12척의 배로 130척이 넘는 일본 전함을 물리친 것은 이것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이순신은 절대 승산 없는 싸움에 뛰어들지 않는 냉정한 계산가이며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사람이다. 이런 그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 있다. 이순신은 그의 첫 전투인 옥포해전에 임하면서 ‘물령망동(勿令妄動) 정중여산(靜重如山)’이라는 말을 했다. ‘망령스럽게 행동하지 말고 태산처럼 무겁고 신중하게 행동하라’는 뜻이다. 다른 말로 하면 절대 감정에 흔들리지 말고 진중한 판단 위에서 행동하라는 것이다. 이 말은 그의 가장 빛나는 전투 명량해전에서 극적으로 실천됐다.

그는 왜 12척만으로도 11배의 전력을 가진 일본에 대항할 수 있다고 말을 했을까? 그의 머릿속에는 계산이 끝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원래 이순신의 승리 공식은 큰 바다에서 진법을 펴 멀리서 화포로 적을 공격하는 것이다. 학이 날개를 편 것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학익진이나 뱀이 물을 가르며 움직이는 것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장사진이 대표적이다. 둘 다 넓은 바다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이순신의 명랑에서의 전투는 전혀 달랐다. 장기인 넓은 바다가 아닌 매우 좁은 해역인 명량을 전장으로 선택했다. 그리고 이순신은 적장인 쿠로시마가 명량으로 들어오도록 치밀하게 계산된 유인책을 썼다. 명량(鳴梁)은 한자로 ‘우는 징검다리’라는 뜻이다. 원래 지명은 울돌목이다. ‘바닷물이 울며 휘몰아 도는 바다 길목’이라는 뜻이다. 왜 이순신은 싸움터를 물길이 거칠고 회오리치는 명량으로 정했을까? 이유는 배가 턱없이 모자라서다. 12척을 가지고 큰 바다에서 싸웠다면 많은 수의 적선에 쉽게 포위됐을 것이다. 적이 포위할 수 없는 곳 그리고 12척의 배로도 맞설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명량이었다.

명량은 길이가 1500m 정도이고 폭은 짧은 곳이 300m 남짓이다. 해변 양쪽에 바위들이 있어 실제 배가 들락거릴 수 있는 폭은 120여 m다. 유속은 시속 20㎞로 매우 빠르다. 이런 곳에는 일본의 130여 척의 전함이 한꺼번에 들어올 수 없다. 줄을 지어 순서대로 들어와야 한다. 배가 움직일 수 있는 폭이 120여 m밖에 안 돼 배를 아무리 많이 진입시켜도 10여 척 정도였을 것이다. 이순신은 이 생각을 이미 했다. 12척의 판옥선이면 10여 척 정도로 줄지어 들어오는 일본 전함을 상대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결과는 이순신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이것이 계산이고 이것이 이성적 냉철함이다.

일본의 숨은 의도는 한국과 미국을 분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한반도에 대한 자신들의 영향력을 높이려고 한다. 한국 경제가 약할수록 일본의 영향력이 세진다. 문제는 현재 상태가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한국 경제가 곧 일본 경제를 제칠 것 같은 두려움에 쌓여 있다. 자신들의 힘만으로는 이것을 역전시킬 수 없다. 한국을 약화시키려면 한국과 미국을 감정적으로 갈라놓을 필요가 있다. 미국이 한국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이라도 보이면 한국 경제는 폐렴 수준으로 앓을 수 있음을 일본은 잘 알고 있다. 또 있다.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데에도 유리하다. 미국이 이것을 눈감아주거나 슬쩍 거들어주면 상황은 일본에 매우 유리해진다. 이런 노림수를 일본은 가지고 있다. 여기에 우리가 걸려들면 안 된다. 그렇다고 손발 놓고 있자는 말이 아니다. 상대의 의중이 통하지 않는, 철저히 계산된 방법들을 찾아내는 것이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국민이 한일 갈등에 대응하는 방식이 매우 차분해졌다는 점이다. 서울시의 한 구청장이 ‘일본 NO’라는 펼침막을 걸었을 때 시민이 막아섰다. 우리는 일본을 NO 하는 것이 아니라 아베를 NO 하는 것이라고 하며 펼침막을 철거시켰다. 국민이 매우 이성적으로 행동하고 있다는 증거다. 하지만 우려스러운 일도 일어났다. 일본 여성을 폭행하고 일본차를 거리에서 부수고 하는 일이다. 마음은 충분히 이해된다. 하지만 이런 감정은 드러낼 필요가 없다. 세계의 미디어는 한국과 일본의 갈등에 별 관심이 없다. 이것을 기화로 양 국민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를 재미 삼아 보도한다. 감정적 행동을 고스란히 세계에 드러내 스스로 불리해질 이유가 없다. SNS를 통해 집요하게 일본산 부품이나 소재가 들어간 것까지 밝혀 치밀하게 불매운동을 하는 이런 것이 무서운 거다. 절대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말자. 우리가 감정적으로 대응할수록 일본은 웃는다. 우리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지만 남의 간계에 걸려 예기치 않은 상황에 빠지기도 한다. 이런 상황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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