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해운업계의 시선이 삼성중공업 거제 조선소에 모였다. 세계 최대 규모의 4400TEU급 컨테이너 운반선이 완성되어서다. 20피트짜리 컨테이너 4400개를 적재할 수 있는 배였다. 이듬해에는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가 그보다 11개 더 실을 수 있는 ‘컨선’을 건조하면서 ‘타이틀’을 가져갔다. 이 선박은 총길이 275m, 너비 37.1m인 데다 7만330마력의 엔진과 직경 8.2m의 프로펠러도 톱클래스였다.
그 이후로도 1995년 대우중공업 옥포조선소에서 만든 4800TEU급 컨선이 랭킹 1위에 올랐지만, 1년 뒤 6000TEU급에 자리를 내줬다. 1999년에는 현대중공업이 6800TEU급(길이 300m, 너비 43m) 배를 수주하면서 세계 해운업계의 컨선 대형화 경쟁이 본격적으로 펼쳐졌다. 컨선이 화물 적재·하역의 신속성이나 육상 운송과의 연결 편리성, 대량 수송의 시간·비용 절감 등 여러 면에서 뛰어나니 해운사 입장에서는 그러고도 남았다.
인류의 해상수송 방식에 신기원을 이룬 컨선의 역사는 비교적 짧다. 1957년 미국의 한 업체가 소형 유조선을 개조한 배로 휴스턴~뉴욕 연안 항로에 컨테이너 226개를 실어나른 게 시초다. 그랬던 컨선이 지금은 2만TEU급을 훨씬 웃돈다. 반세기 만에 100배 늘어난 셈이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컨선의 크기가 1만2000TEU급을 넘으면 경제성이 없어 한계점에 이른다’는 전망이 나왔다. 대형 엔진 장착에 따른 연료비 부담, 항만 접안 문제, 선박 안전성 우려 등에 근거를 둔 거였다. 그러나 효율성이 탁월한 전자식 엔진 개발과 배 건조 기술의 획기적 발전에 의한 경제·안전성 향상 등은 그 같은 전망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그제 부산항에 세계 최대 규모의 2만3000TEU급 컨선이 입항했다는 소식이다. 세계 2위 선사인 스위스 MSC의 ‘이사벨라’호로, 부산항 개항 이래 가장 큰 컨선으로 기록됐다. 우리 조선업체들이 수주해 만들었던 11척 중 하나인데, 이 배는 대우조선해양의 작품이다. 총길이 400m, 너비 61m, 총톤수 22만8741t에다 컨테이너 2만3656개를 선적할 수 있는 규모다. 축구장 4개를 합쳤다고 생각하면 그 넓이를 알기 쉽다.
컨선의 진화가 눈부시다. ‘이제는 2만3000TEU급이 한계’라고 했던 4년 전의 예측도 계속 유효할지 모르겠다. 건조 기술로만 따지면 그보다 더 크게 만들 수 있다니 말이다. 따라서 초대형 컨선을 수용할 수 있는 항만 인프라가 관건이란 얘기도 나온다. 컨선이 과연 어디까지 커질지 궁금하다.
구시영 논설위원 ksyoung@kookje.co.kr